미국 출장 기회가 생겼다. 누가 갈 지 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팀장이다. 고민이다. 내가 갈 지, 후배를 보낼 지.
애 엄마가 된 후 제대로 해외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 맘먹고 1박 2일 호캉스를 가면 남편으로부터 득달같이 전화가 온다.
"애 아파서 안자고 계속 찡찡대. 엄마만 찾는데 어떡해?"
글쎄요. 어떡할까요. 첫차 타고 달려가겠습니다.
상황이 이럴 진데 공식적으로 육아에서 벗어나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나갈 수 있는 기회라니.
지금 출장 가서 일 많은 것을 따질 참이 아니다.
공항에 앉아 기사 쓰는 것도 좋고,
혼자 비행기 안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고,
호텔방에서 새벽까지 기사를 써도 좋고
커버해야 할 일정들이 잔뜩 쌓여 있어도 좋고,
그냥 다 좋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욕심이 생긴다, 해외 출장!
그런데 막상 내가 손들고 "내가 갈께!" 하기엔 후배 눈치, 데스크 눈치가 좀 보인다.
혹시나 내가 선배랍시고 직접 간다고 하는 게 선배의 욕심은 아닐지.
주니어 기자 시절, 출장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이 없었던 그 때 선배들의 만행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해외 출장? 당연히 시니어 기자가 가야지! 제대로 기사 커버하려면."
팀에서 가장 연차가 많았던 선배의 주장. 그 팀에서 시니어 기자라곤 그 분 혼자였다.
일 많고 힘든 출장은 후배들에게 미루고 일 적게 하고 놀고 오는 출장은 자신이 가는. 일명 '꿀 출장' 꿀 빨기 전문 선배.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출장은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유럽, 미국 등 원거리 중심으로 출장을 뛰었던 원거리 출장 전문 선배까지.
해외 출장을 대하는 선배들의 방식은 다양했고, 그 안에서 연차 안 되는 내가 유일하게 갈 수 있었던 출장은 중국이 전부였다.
선배가 욕심을 부릴라 치면 비단 그 욕심은 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자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 어딜 가나 현장에 욕심내는 선배가 꼭 있다. 자잘한 간담회부터 굵직한 인터뷰까지, 취재 현장을 모두 독식하는 선배. 그 밑에 있으면 후배 기자 입장에선 인맥을 다질 기회가 줄고, 현장에서 보고 배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쪼그라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