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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Aug 04. 2022

참을수 없는 이름빨의 가벼움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⑬]

"저런 기사 쓰는 기자, 뻔하죠. 개똥 매체에 개똥이 기자."      


취재를 위해 A기업 블라인드를 보다 타매체 아는 기자 이름이 눈에 띄었다. 

A기업 친화적인 기사를 자주 쓴다는 의미의 댓글이었다.      

A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개똥이 기자. 


개똥이 기자는 이쪽 업계 출입을 오래해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업계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빨' 있는 기자라고나 할까.      


기자간담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가 앞자리에 앉고, 

질문하는 시간엔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맥을 짚는 질문을 하고, 

출입처 행사에선 항상 상석에 앉고.     


같은 업계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멋진 선배, 배우고 싶은 선배, 부러운 선배!     


아침 조간 체크에 개똥이 기자가 올린, 기업에서 흘렸을 법 한 단독기사에.      

'뭐야, 또야?' 배알이 꼴리고,      

기자간담회 장에서 같이 손을 들어도 개똥이 기자부터 질문을 시켜주는 야속한 홍보팀을 보면 '에이, 짜증나네.' 또 한 번 배알이 꼴린다.     


그런 기자의 이름을 블라인드에서 보는 순간 이런 의문이 들었다.      


좋은 산업부 기자란 무엇일까?     




기자가 한 출입처에 오래 출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출입처에 소속된 취재원들과 가까워진다. 


산업부 기자로 한 기업을 오래 출입하다 보면 더더욱 그렇다.      


"오너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은 홍보 조직에 힘이 있어요. 기사가 터지면 그걸 막는 홍보의 역할이 중요해지니까." 


한 기업 홍보부장의 말이다. 오너 리스크가 없어서 임원들이 승진하기 쉽지 않다는 말도 곁들인다.     


기업에 오너 리스크가 커지면, 기자들은 그 리스크를 파고들어 기사를 쓴다면 

기업의 홍보 조직은 기사를 막아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자와 홍보의 불가분의 관계.     


그렇게 서로 부대끼는 일을 하다보면 좋게든 좋지 않게든 서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마냥 기업을 까는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산업부 기자는 산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업 생리를 이해해 기사로 풀어내는 것 역시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알 정도로 친기업적 기사를 쏟아냈다면 도가 지나쳤던 것은 아닐지. 

이 바닥에서 유명하다는 개똥이 기자의 이름빨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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