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며] 작가 선언문

정서경 작가의 『나의 첫 시나리오』를 읽고 단 숨에 써 내려간 글

by 옹봉

내 안에 조용하게 울리는 목소리들은 많았습니다.


영문학을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스무 살, 그중에서도 특히 시와 희곡을 사랑했습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어쩐지 점점 어려워졌지만 그래도ㅡ 목소리는 희미하게나마 계속 제안에 남았습니다.


오늘 정서경 작가의 『나의 첫 시나리오』를 읽고ㅡ 조용히 남아있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집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자기 고백에, 용기를 붙여봅니다.


예술가는 따로 있다고 믿어버렸습니다. 한예종 점퍼를 입고 있는 사람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사람들. 자유와 예술을 사랑한다고 거침 없이 외치는 히피 같은 사람들. 그들은 날 때부터 그러기로 정해진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에게 있는 것이 나에게는 없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정서경 작가의 고백, "내가 잘하는 것은 시나리오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체계화를 잘하며 추상적인 개념을 잘 다루고 상세한 사항들을 잘 기억한다. 그런 사람은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는 말은 나에게 큰 울림이 됩니다.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예술가가 되기 위해 마땅히 갖추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내가 그것들을 얼마나 결핍하였는가에 대해. 될 수 없는 이유, 가질 수 없는 명분을 자꾸만 궁리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멋지게 써낸 작가ㅡ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그러기로 정해졌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녀가 용기 내어 고백해 준 말들로 인해 나는 새롭게 깨닫습니다.



"자기 자신이 되기로만 결정하면", 못할 것은 없다고요.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쓰는 예술가는 진실되고, 진실은 결국 가장 나다워짐에 있습니다. 그것이 유일한 법칙인 예술의 세계를 나는 또다시 사랑하고, 기꺼이ㅡ 이 세계에 속하기를 원합니다. 날마다 조금씩, 내가 붙은 장식들을 지워내며, 진짜 나를 찾기 이해ㅡ 계속 써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전 13화[부록] 쓰고 싶을 때 도서관에 가야할 이유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