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도 이렇다 할 기억이 없는 텅 빈 하루
이상하리만큼 감성적이 되었다
내 정신이 아닌 채로
떠밀리듯 하루를 밀어내고
저물어 가는 밤
제각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지친,
그러나 다소 상기된 목소리들에 안락하게 파묻혀
서서히 혼을 되찾아가는 길에는
날은 길었고
아주 요란했지만
눈을 감아도 이렇다 할 기억이 없는
텅 빈 하루에
반쯤 걸터앉아
터벅 터벅
꿈뻑 꿈뻑
익숙한 듯 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길에는
옹봉은 남편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둥글게 살다가도 뾰루지처럼 터지는 사람. 하루의 균열, 마음속 파편, 무심한 말들에 멈춰 섭니다. 묻고 파고들고 해부하여 끝내 글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