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열 상태에 그칠 때
때때로 인생을 새로고침 하고플 때가 있다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이 버거울 때
내 안에 너무 많은 이들이 들어앉아 소리 내 떠드는 바람에
어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지 모를 때
거울 속 내가 낯설 때
길을 잃은 것만 같을 때
와중에 내가 어디로 가던 참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
자꾸만 멈춰 서서 왈칵 눈물을 쏟아내고 싶을 때
그마저도 마음처럼 되지가 않을 때
가슴속에 정체 모를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을 때
그러나 늘 예열 상태에 그칠 때
폭발하지 않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