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국가애도기간에 대한 나의 생각

애매한 기준, 그러나 무엇보다도. 애도의 방식은 국가가 정해줄 수 없다.

by 옹봉 Dec 31. 2024

코로나 백신 접종이 권장(혹은 강요)되던 동안에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 원치 않았다. 과격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백신 접종이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조심해야 하고, 나 또한 조심할 것이지만,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는 거의 매일 집 앞 구청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음성 판정서도 없고, 백신 접종 이력도 없다면 회사에 나가 동료들과 밥을 먹을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없었다. 모두가 백신을 맞는 상황에서 나는 차마 백신 접종을 안 했다는 말도 꺼내기가 어려운 유별난 사람으로 분류되었기에, 눈치가 보여서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동시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다. 백신 접종이 개인의 선택이 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에 대하여. 백신 접종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만드는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그것보다 더욱 놀란 것은, 여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매우 적음 혹은 거의 없음에 대하여. 매우 높은 숫자를 기록한 백신 접종률에 대하여.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는 일정 기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모두가 다 같이 애도해야 하는 시기. 뉴스를 접하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희생자들의 참담한 마지막 순간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지고, 유가족의 상실감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가슴이 아프고, 때때로 무력감마저 느끼는 상태이지만, 나의 개인적 애도와 별개로 ‘국가 애도 기간’의 선포가 묘하게 불편하다.



며칠 전 인스타에서 와닿는 글을 발견했다. (@summer.of.thoughts)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하여 정중치 여쭈어 오셨습니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하였습니다. (중략)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봅니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번 더 생각하여봅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입니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사 관련 뉴스의 댓글에는 ‘놀러 나가서 그렇게 된 사람들’이라는 부정적 워딩도 자주 보인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논다는 것’이 ‘핼러윈에 인파 많은 이태원에 놀러 나간 개인의 선택’이, 왜 부정적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이 마땅한 죽음이 될 이유가 단 한 개도 떠오르지 않는다.



작년 핼러윈 대비 이태원 경찰 인력 배치가 1/2 수준이었다고 한다. 참사가 있기 4시간 전부터, 11건의 신고가 들어왔고 그중 6건은 정확하게 ‘압사’를 말하고 있었음에도 출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첫 핼러윈이었기에 기존보다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 판단했을 법 하지만, 책임자는 ‘인파를 예상 못했다’고 한다.



수많은 청춘들의 죽음이, ‘예상 못했다’는 말로 정리되는 이 상황에 먹먹하다 못해 무력감이 밀려온다. 안타까운 상황과 발언들로 이것이 과연 인재가 아니었는지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이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하여 국가가 애도의 마음을 띄고 있음을 비춘다.



모든 예술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아티스트들의 앨범 발매도 연기된다. 공연하지 않기 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다. 애도의 방식은 국가가 정해줄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이 애도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987과 비상계엄령, 그리고 다수의 상식에 대하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