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건 없다
운동보다 공부가? 공부보다 운동이?
작년부터 프로야구는 호된 질책이 적지 않다. 대만 사회인 야구를 못 이기다니. 국내용이다. 역대 연봉자들의 먹튀는 어떻고 정신 차려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란 위기의식도 어떻게 보면 앞만 보고 달려온 30년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정신 차릴 부분이 꼭 야구, 프로야구인 것 같은 언론사의 부축 임도 더불어 정신 차렸으면 좋겠지만.
야구부거나 야구선수가 꿈인 지인들의 자녀가 의외로 많다.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이다 보니 귀담아듣게 되나 보다.
" 운동하다 묻은 흙은 세탁기로 지워지지 않아요. 다 손빨래해요."
" 투수를 오래 하면 팔꿈치 뼛조각이 남아나지 않아요
" 공 100개를 계속, 있는 힘껏 던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숟가락이 덜덜덜 떨려서 밥 먹기도 힘들어요"
학부모들이 조를 짜서 간식 담당을 하고, 픽업 라이드를 해주고, 시합이면 원정도 가야 하고 학부모의 삶은 아이와 함께이다 보니 야구를 하지 않고 평범히 학교 공부를 하는 자녀들에게는 손이 덜 갈 수밖에 없다. 다른 형제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거다. 운동하는 아이에게 올인해야되니.
"직구는 한계가 있어요. 변화구를 던질 줄 알아야 하는데... 자꾸 팔이 아프니깐. 타자로 전향해야 하는지.."
그래도 야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의 꿈은 못 말린다. 프로야구선수만 되면 연봉이 얼마고보다 야구 자체가 재밌고 좋은 걸 어떡하나.
친구 A의 아들은 공부를 좀 하는 편이었다. 4학년 때 이미 6학년 수학 선행을 했으니깐.
" 나, 진짜 축구하고 싶어요" 란 어느 날의 폭탄선언에 친구가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3년을 선행한 아이였으니 그만치의 투자, 노력, 가능성 기타 등등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결국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더라.
학원 라이드와 수업료는 비교도 안된다고 했다. 비용은 둘째치고 서울에서 원주로 조치원으로 대전으로 원정경기마다 부모님과 조부모님까지 동원되어 돌아가면서 응원을 가야 했다. 주전으로 뛰면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했다. 열심히 전국을 다녔지만 안타깝게도 프로까지는 이어 지지 못했다.
태권도를 하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지도한 경력이 있는데 그때 학교에 수업 기안을 올린 코치님의 생각이 그랬다. 국제대회도 많이 나가고 운동하는 친구들이 다른 공부는 포기해도 영어는 해야 한다고.
수업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그들의 기합소리에 깜짝 놀란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두 학생은 각각의 허리에 단단히 고무줄을 매고 발차기를 하며 앞으로 나간다. 고무줄이란 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알아챈 거다. 줄보다는 튜브에 가깝다. 눈속임이나 대충은 어림도 없다.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야 한다. 다리를 뻗어가는 속도와 힘이 줄어들면 기합소리는 더 커진다. 얼굴이 빨개지면서 저러다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가까이서 본 그들의 얼굴은 온통 물이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고 할 체력이 없다. 태권도 특기생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라 합숙이 필수인데 선후배 간의 규율도 세 보였다. 한 때 떠들었던 스포츠계의 검은 뉴스가 아닌 뗀 굴뚝은 아닌 것 같다.
야구, 축구, 태권도만의 노력은 아니다. 프로골프를 하다 어깨를 다쳐 선수생활을 그만둔 친척이 있는데 그에게 골프레슨을 한 번이라도 받아보고 싶어 손바닥을 비비기도 했다. 지나가는 이야기니 한다면서 건넨 일화가 때리는 부모, 맞는 선수였다. 구석 어디선가 퍽-퍽 소리, 투어 도중 잘 안되고 실수하는 자녀를 훈육하는 소리라고 한다.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적지 않은 투자, 때로는 자신의 일을 모두 접고 아이를 뒷바라지하는 부모로서는 욱할 수 있는 부분 이리라.
실제로 라운딩에서 본 장면이 있는데 바로 앞팀의 초등학생 여자아이와 아빠였다. 어릴 때부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유 있는 가족인 줄 알았는데 어찌나 소리를 지르고 혼내는지 캐디가 민망해하는 모습이 여러 번이었다.
자녀운동을 뒷바라지해 성공한 좋은 사례가
있다..김연아선수다.
직접 본 김연아 갈라쇼는 어메이징, 그녀는 독보적이었다. 함께 공연한 다른 나라 선수들은 흑백, 김연아는 칼라 그 자체였다. 20대초반이니 그 어머니가 쉬이 떠오른다
"와, 저 어머니는 보통 사람을 낳은 게 아니네. 별을 낳았네. " 대단했다. 정말 대단했다.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다. 너무 짧은 현역 생활이 안타깝고 내 나라에서 이런 스타가 나왔다는 게 감격스럽다고 해도 전혀 호들갑이 아니다.
그녀가 매스컴에서 보여 준 노력의 흔적들, 예를 들면 기형적인 발 모양이라던가 여기저기의 통증은 왕관에 비교할 수가 없다. 노력으로 따지면 왕관 백 개도 모자란다.
그건 다른 종목도 비슷하다.
태권도 후보생들의 땀과 기합소리에 익숙해지면서도 난 공부가 제일 편하고란 생각을 내 내 했다. 얼굴에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그렇게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원정 다니며 선배의 비합리적인 열차렷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퍽-퍽도 아니다.
"공부가 쉬어요. 공부는 갈 데나 많지, 운동은 어쩌다 다치기라도 해 봐요 끝이지. 공부하다가 손가락 다쳤다고 공부 못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내 아이가 이 운동이 좋다는데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니 투자하고 밀어주고 나중에 원망은 듣지말아아죠."
지난달, 막내가 수능시험을 보았다.
시험은 5시 40분에 끝났다는 데 한 시간이 넘도록 교문을 나오는 학생들이 없다. 보안관 선생님은 출입을 통제하고 부모들은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유가 궁금한데 아무 설명이 없다.
여학생 한 명이 현관문을 나서는 게 보였다. 내 아이일까?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 00야 라고 부른다.
수고했어. 아이가 들려있는 커다란 가방과 보온 통, 12년 동안 고생했다란 말이 내 자식이 아니어도 절로 나온다.
제발 웃고 나왔으면.. 그 바람만 가졌다.
드디어 내 아이가 보였다. 웃는다. 아. 다행이다.
바빠서 혹은 일이 있어서 못 오시는 학부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웬만하면 시험 당일 교문에서 아이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학교 가는 뒷모습만 주로 봐왔는데 고등학교를 뒤로 하고 나오는 모습은 낯선데 이상하게 마음이 아프다.
공부가 쉬운가 운동이 쉬운가. 그것처럼 우문이 없다.
우리나라 운동이 보통 운동인가
우리나라 공부가 어디 만만한 공부인가말이다
더구나 자녀가 하는 공부와 운동은 가시발길처럼 어려워 보인다.
"꽃길만"까지는 아니어도 "꽃길 걸었음"하는 내 사심때문만은 아니리라.
자녀를 키우는 내내 우리 부모도 완성되지않은 훈련생이고 수험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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