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진짜 사진 잘나온다.

집도 부지런한 주인을 좋아한다

by 유원썸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숙소는 단연 대0이다만

요즘처럼 해외대신 국내로 돌리는 많은 여행객들덕분에

대기번호가 아-주 아-주 뒷번호이다.

정말이다. 국내 유명 콘도는 이미 만땅이다.

ㅠㅠ


때문에 지인찬스로 한옥팬션을 찾았다.

가격이 싸지는않았다.

토일 주말가격이 27만원이다.

인원수대로 n빵하고나면 그닥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지만

단촐한 식구라면 한번 더 생각할 것이다.


한옥은 보통 부지런해서는

관리가 잘안된다고 한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흐미~~~

서까래에 낀 거미줄에 한번 식겁한다.


곤충을 잡아준다고는 하나

그리스로마신화때부터 잘난 척하다가 평생 옷삼대신

거미줄이나 짜는 신세가 되버린 아라크네의 모습이 아닌가


싫다. 거미는 싫다.

거미줄도 싫다.

그럼에도 한옥은

어찌 그리 스마트한 조상들인지

앞뒤로 통풍이 시-원한게 시원하다못해 춥기까지하다.


너른 마당에는 아무렇게나 심은듯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손길.

이름모를 들풀들이다.

이런데서 한 일주일정도 푹-세상일이 다 잊어버리고 그냥 벌러덩 누워 있고싶어진다.


팬션 들어가는 길에는 졸졸졸 시냇물과 평상이 놓여져있다.

이런데서 한 일주일 그냥 배고프면 수박, 감자 옥수수먹고

또 벌러덩 누워 자고싶은데

그놈의 모기와 그놈의 벌레가

아이고~서울사람은 시골에서 오-래는 못있을 것 같다.


언제쯤 지어졌는지 모를 이 한옥팬션은

짐작컨대 어떤 대감님의 터전이었을 것 같다.

꼭 대감이 아니어도 중산층이상의 신분이 가졌을법한 규모다.

그리 크지않은데 행랑채가 있고

사랑채가 있다.


정말 필요한 장독대.

된장 고추장 조선간장이 그득그득 담겨있을 듯한 장독대는

일년 내내 어떤 재료와도 잘 부합되는 양념인지라 너른 양지에 잘 모셔두었다.


장독대를 닦고 또 닦는 아낙네.

밥상을 들고 높은 문지방을 건너야하니 허둥지둥

늦으면 백프로 넘어지는 아낙네는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질테다.

마당은 쓸기가 무섭게 또 잔풀과 잔가지로 가득할테고

밥을 짓고나면 바로 설거지에 또 집안청소에

흰옷만 고수하는 백의민족이니

에라~이,

누구누구 흉을 보면서도 손은 연신 방망이질에.

지금의 여자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일이 많은 아낙네들의 삶이었으리라.

"어르신~쉔네가 잘못했는댑쇼"

"어르신~지나가는 과객이 찾아왔는뎁쇼"

전생의 나는 마나님이었을까

아니면 쉔네였을까

그냥 딱 가운데 계급으로 하자.


한옥의 묘미는 선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것은 중국과 일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섬세함이 있다.

여성에 가깝다라고 하면 어느새 남성이 보인다.


기왓장을 보라. 기둥을 보라.

버선코같다란 표현, 어디서 들었을까?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며 주인장이 썼을 듯한 휘호가 멋지다.


무엇보다

이 각도,

어떻게 생각해 낸 구도일까

내게 미적 감각은 그닥 없으나 완전 멋진것은 안다.

곤충이나 벌레가 없으면 자연이 아니겠지만

대0에 익숙한 내 머리는 벌레 하나없는 인위적인 숙소가 좋다하지만

눈과 귀, 코는 사실 이런 한옥이 좋은거야라고 속삭인다.


마루에 벌러덩 누우니 하늘만 보인다.

아파트에서는 생각도 못한 경치다.

손가락을 네모로 만들어 사진흉내를 내본다.


좋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으로 돌아간듯하다.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는 하기싫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조금 생각나 짜증나기도 하고

엄마 잔소리는 하필이면 그 때부터 시작되어 슬슬 잠자는 척했던

그러다 문득 눈떠보면

늦었다. 어떻해~ 숙제 하나도 안했는데

안깨웠다면서 일단은 엄마에게 우는 소리부터 내고

왜그런지 온 식구가 날 보고 웃는다.

밥먹어 이녀석아~~


휴... 다행이다.


그런 느낌의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4학년때로 돌아간 듯함에

계속 그래도 누워있고싶어진다.


한옥, 참 사진 잘 나온다.


우리 어르신들,

사진도 안찍었는데 어찌 그리 멋드러지게 집터를 만드셨소?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드셨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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