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여행은 가족과 함께 했을 때와 다르다.
가족은 케어가 반이다.
친구들은 내가 책임져야하거나 그들의 입맛이며 재밌나없나등의
눈치를 볼 필요없는
동등한 입장이라 여행을 여행답게 즐길 수 있다.
굳이 말해 뭐하겠냐만 지난 제주도둘러보기가 그랬다.
친구들끼리 탈서울, 탈가사일로도 충분히 설렜던 제주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애월해안도로, 위민해안로,카페서연의 집,
동백포레스트, 카페공백,
다랑쉬오름, 사려니숲,
제주중문단지, 호텔신라와 쉬리벤치
그리고 한라산
우리나라의 지도는 북으로는 백두산이 남으로는 한라산이 최고봉으로 놓여있다.
이거 원...맞짱뜨는 것도, 데칼코마니도 아니고 신기방기하다.
백두산이 2,744m, 한라산이 1,950m란다.
백두산은 남자의 웅장함이 한라산은 여자의 아름다움이란 비유를 하는데
백두산은 못가봤으니 패스~지만 한라산은 할망이 누워있는 형상이라니
그럴싸한 이야기가 있을법하지않을까?
그러나
한라산을 오르고보면 남자고 여자고 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감탄의 아~
힘듬의 아~
기껏 올라갔는데 날씨가 안받쳐줘서 아~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백록담, 나랑 같이 합류한 팀치고 백록담을
본 이가 없으니 3대가 덕을 쌓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건가
이전의 제주도방문과 다르게 친구들과의 일정은 한 사람씩 가보고싶은 곳을 올렸다.
지도를 보고 대충 어떻게 가야할 지 근처 어디에서 먹을 지 숙박은 어디가 좋을지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정했다.
"자기가 가고싶은 곳 주변 볼거리, 먹거리 찾아놓기~"
친구들이 가봤음하는 곳은 신기하게도 나의 그것뿐아니라 과거의 행선지와도 전혀 겹치지않았으니
그만큼 제주 볼거리는 나날이 리뉴얼되고있나보다.
어디나 그렇지만
인위적인 아름다움도 기억에 남으나
자연미만한 유혹이 없다.
구좌읍에 있는 다랑쉬오름이 그랬다.
이름이 다랑쉬, 다람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오름중의 여왕이라는 그 곳은
제주현지인들의 추천을 받았다.
가파른 계단을 헉헉거리며 올라간 보람을 만끽해주고
한 바퀴 더 돌기에는 그렇고 바로 내려가기에는 더 그런
아...시야가 멋지다.
360도 탁 트인 전망에 나 스스로 신화속의 인물이 되는 듯하다.
내가 마치 이 곳을 창조한듯 건방떨고싶어진다.
눈에 보이는 게 다다.
오름이란 큰 화산옆에 붙어 있는 작은 화산이라고 하더라만
그 이상 해석도 싫다.
그런 것보다 눈에 들어온 그대로 즐기고 느끼면 된다.
바람은 어디서 오는가?
갈대가 부는 바람의 방향을 거스르지않고
때로는 이쪽으로
때로는 반대쪽으로
어째서 이리도 순하디 순하여 견뎌낸 것인가?
바람은 따뜻하기 그지없다.
하늘은 너무 맑아서 혼자 보기에 아깝다.
내 열심인 삶은 갈대처럼 버티지도 그렇다고 구부러지지도 않는다.
바람이 오면 오는대로 더 힘겹게 마주하니 얼마나 추운지
때로는 뼛속까지 으실거린다.
저 작은 갈대에게도 순간 배운다.
조금 전 내가 이 곳의 주인인양 건방떨었는데
금세 꼬리를 내려본다.
제주밭에서 무가 한창 정리중이다.
아줌마들이 수건을 둘러쓰고 손과 입이 부지런이다. 수다가 한창이다.
하나도 못알아듣겠다.
사투리가 엄청 심하다...
했는데 베트남인가 캄보디아인들이었다.
하하하하하
아무렇게나 던져진 무는 상품가치가 없단다.
제주무는 맛있는데...눈치없이 바라보니
" 갖다드세요, 어차피 버릴 거예요.."
인심도 좋으시다.
예약한 어느 숙소에는 우리 넷만 투숙객같아
좀 무서웠다.
" 우리밖에 없어요?"
" 아뇨, 이따 다 들어오실거예요"
다음 날 이른 아침, 주차장을 보았다.
우리차와 사장님차로 보이는 차 두대였다.
괜찮은 숙소였는데 관광객이 없어도 너무 없다. 해외를 못나가니 제주, 혼자옵소예
제주사람들은 어디를 다니나요? 물었다.
"제주 사람들은 귤따느라 어디 다닐 사이가 없지."
오죽하면 그 많은 귤농사짓느라 목에 주름이 없을 정도라는데
담번에는 한 번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봐야겠다.
제주도로 발령난 지인은 딱 1년 살고 자연이고 전원이고 뭐고 다 치워버렸단다.
처음 몇 일, 몇 주는 마당에서 나무그네를 만들고
마당을 가꾸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하하호호했는데
돌아서면 자라나는 풀에 쫒아다니며 뜯어내기바빴단다.
단, 몇 일 쉬었을뿐인데
담장 위까지 뻗어버린 잡초들
"아이고야, 제주여자는 게으르면 못산다"
옆집 할머니가 반은 잔소리 반은 진짜 걱정으로 풀을 뜯어주셨다는데
그것도 잠시,
천장에서 지네가 떨어졌다.
게으름때문이 아니라 지네때문에
접었다는 제주살이.
제주는 지네가 있는지 비슷한 소재의 글이 더러 있긴하더라.
제주에 터를 잡은 또 다른 지인, 제주에 갈 때마다
" 꼭 연락해, 차라도 한 잔하자" 며 본인을 귀찮게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제 한 번은 그 대접이 미안해서 슬쩍 다녀갔더니 속내를 드러낸다
" 심심해~심심해, 서울 친구들 오면 반갑고 그래"
제주는 마음 한 편
"언젠가 아이들 다 크고 나면..은퇴하고 나면...1년정도 시간이 된다면..."
꼭 한 번 살아보고싶은 곳이다.
왜 하필 제주일까?
그래봐야 뚜벅뚜벅 걷기좋은 올레길과 오름이거늘
음식값이 아주 싼 것도 아니고
집을 얻으려고 해도 월세보다는 연세를 선호하고
섬사람들의 특성도 있다.
어디 가까운 전주나 목포나 혹은 대구나 거제도 아니고
굳이 굳이 제주한달살기, 제주살이가 버킷리스트가 되는 것일까
눈에 보여진 그대로다.
바다는 끝도 없고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낮은 돌담사이로 주황색의 귤나무에 귤이 주렁주렁,
관광객들이 사진찍느라 호들갑을 떨어도 무덤덤한 표정,
같은 나라말을 쓰되 다른 나라같은 그 낯선 느낌이 좋다.
외롭지않은 이방인체험이다.
그래도 제주살기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서 뭘하고 시간을 보낼지.
무조건 걷기만 하다 올건지.
아무리 제주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해도 여행이 아닌 살기에 도전하는 건
마음의 준비와 무계획적인 계획도 필요하다.
때문에
제주 삼일살기
제주 일주일살기
제주 한달살기로
조금씩... 야금야금... 리허설부터해보는거다.
여행때는 못느꼈던 현지와의 동화,
내가 버킷리스트를 마치고도 다시 좋은 기억만 가득한 제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