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는 본능인가보다

by 유원썸

연어의 회귀본능에 대한 티비다큐를 보았다.

하천에서 낳아 바다로 내려갔다가 알을 낳을 시점이 되면 다시 자신의 고향인

하천으로 돌아가려는 본능

상류로 갈 수록 거친 자갈바닥뿐아니라 돌아가는 그 과정에 만나는 수많은 천적들때문에

무사히 회귀하는 연어의 수는 많지않단다.

그럼에도 죽을 힘을 다해 돌아오는 그 원천은 무엇일까?


물고기 아이큐가 좋지않아 기억력이 나쁜 이들에게

" 금붕어냐?" 란 농도 건네곤하는데

포유류도 아니고 짧은 시간 알로 만들어지고 알로 태어난 어찌보면

하등의 물고기에게

고향이란 어떤 원천일까?


가수 강산에가 부른 "거꾸로 올라가는 저 연어들...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한 이유..."

처럼 신비하다.


지난 오월 어느 날, 날이 너무 좋아 혼자 서울도심여행을 했다.

지나가다 얼핏 본 돈의문, 작정하고 가본다.

한양도성으로 들어가는 4대문의 하나였다는데 일본인들에 의해 터만 남은 곳이란다.

역사책을 여는 순간 미워지는 그들의 조상이다.


지금은 서울시에서 박물관으로 잘 꾸며놓았다. 체험도 할 수 있고 즐기고 쉴 수 있다.

2019년 연말에 오픈했다는데

작년은 코로나 첫 해로 영업을 거의 못했단다.

블로그나 입소문으로 사진찍기에 좋은 장소로 알려졌고

마을을 지키는 배우들도 있고 도슨트와 함께 하는

골목놀이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란다.

손빨래, 얼마나 힘들었을까? 식구는 좀 많았는가? 따슨 물이 줄줄 나오는 것도 아닌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과거에서 현재를 느끼는?



예전 광화문, 중구는 학군 그 자체였단다. 때문에 과외특수였고 교육열풍도 대단했나보다.

1970년대 광화문일대에 있던 학교들의 수가 몇개인지.지금은 송파 강남 강동으로 많이 옮겨졌다.

지금은 교복위에 사복을 입거나 활동복으로 대신하지만

예전 교복, 가격도 비싸고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모른다.

남학생들은 교복에 학년을 표시했다. 짝대기 하나면 1학년 두개면 2학년,

짝대기 세 개인 3학년에게는 얼굴도 쳐다보지않았다.

"나, 3학년이다. 까불지마라~"

여학생들의 교복치마, 반질반질 윤이 나면 고학년이다.


서울체험방이란 이 곳은 구슬치기부터 예전 가정집에서 있음직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스킬자수를 보니 큰언니 잔소리가 떠오른다.

" 너는 이런걸 왜하니? 눈나빠지게...사고말지"

내가 스킬자수를 할 때 연령차이가 나는 큰언니는 먼지난다고 조잡하다며 안좋아했다.

도시락,

늘 집에서 먹던 반찬임에도 엄마가 싸 준 반찬은 기대반 실망반이지만 남긴 적이 없다.

지금의 저탄고지가 아닌 고탄식단으로

반찬이 1이라면 밥은 3정도 되었다.


내 어릴 때 한 번쯤 봄직한 쓰레기통이다.

쥐새끼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기도했다.


사진은 안찍었지만 서울 광화문 서대문, 새문안에서 일찌감치 외식업에 뛰어 든 어머니들은 어느 새 명장이 되고 가문이 되고 문화재가 된 밥집이 많더라.

요즘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너무 쉽게 접는데 30-40년 전이라고 모두 대박식당은 아니지않았을까

그럼에도 밥집을 하면 최소한 밥은 먹고살만큼은 다 되었으리라


돈의문 박물관에서는 100년도 넘었을 마을사진이 여럿이다.

교과서밖에서 배우는 역사는 왜 이렇게 재밌고 아련하고 그리울까


VR 체험은 조금 어지럽기는 했다. 그래도 끝까지 시간여행을 했다.

한양이다. 성문이 열려있다. 아이들은 무사통과

어른들은 뭔가 검사를 받는듯 하다.

뭔가 계급이 높아보이는 남자, 수문장같은 그가 내게 인사를 한다.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고 소리가 없어도 북적거림이 느껴진다. 나도 장사를 하거나 뭔가를 사고싶어진다.


" 여보시오."

연신 인사하는 그는 누구일까?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이 잡고싶어진다

말도 걸고싶어진다.

"거기는 어떻소? 살기 편하오?"

VR체험이 아닌 저 안에 들가고싶은 욕심이 난다.

미친 상상이지만 어쩐지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


나도 한양에 있소.

그대들이 살고 있는 한양에 똑같이 발을 내딛고있소


내가 살던 골목길과 아주 흡사해서인가


파란대문집

문열고 코닿을 곳이 앞집, 옆집이다.

대문은 밤이 되어야 잠겼다.

하루종일 바같에서 놀아도 지치지않는 놀이,

어른들도 아이들을 종일 바같에 내놓아도 걱정이 되지않는

골목이다.

그 때가 그리워도 너무 그립다.

골목을 기억하는 세대인게 감사하다.


사실, 난 판타지, 시간여행 별로 안좋아한다.

그럼에도 돈의문박물관에서 나는 잠깐 옛날 사람이 되고 또 그 이전으로 돌아가 더 옛날사람이 되고싶어졌나보다.


영화 미드나잇인파리에서 늘 과거를 꿈꾸고 다른 사람은 못보는 과거를 보고 만나고 사랑하는 주인공은

어느 새 깨닫는다.

1970년대로 돌아가 이미 죽은 명사들을 만났을 때 왠 일인가? 어메이징이었다.

그런데 과거가 아닌 대과거의 문이 열린다.

그 이전으로 또 들어가고픈 욕심이 생긴다.

그 이전으로 들어가면 또 그 이전으로 들어가고싶다.

어느 순간

현실의 소중함을 인지한다. 그 결과 새로운 사랑도 얻는다. 진짜 현실의 사람과.



집안 정리를 하면서 계륵같은 앨범을 한동안 들여다본다.

왜 학교졸업식에는 저 무거운 앨범을 선물로 했을까

들고오기도 무거웠는데 모두 기쁘게 주고받았다.


여하튼 그 앨범을 보니 아이들이 어려진다.

뛰다가 걷다가 누워있는다.

베개와 똑같은 길이, 내 손목에는 늘 아대가 끼어있다.

손목이 저리고 잠은 못자고 얼굴은 부어있는데

그 시절이 그립다.


핸드폰이 대중화되면서 사진인화도 사라져서 아이들의 활동사진은 초등학교까지만이다.


평생 효도 어릴 때 다 한다더니 딱 그말이다.

더구나 요즘의 아이들을 굳이 비교하자면 부모가 필요한 강아지가 아니라 집사가 필요한 고양이과에 가깝단다.

동등하고 독립적이고 부모에게 의지하지않는단다.


돈의문에서 너무 시간여행을 많이 한 탓에

골목이 그리워진탓에

아이들이 다시 어린 때로 돌아갔음하는 생각에

그리고 내가 나이들어감에 조금은 ㅠㅠ해지는 저녁이다.


하루하루는 더디가도 1년, 10년은 왜이리 순삭일까?



회귀.

안경집에서 라섹수술을 한 내눈이 다시 회귀되었다란 말을 들었다.

"고도근시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어요. 수술하고 10년 넘게 유지된것만해도 좋은 거예요

요즘 수술해도 잠깐 좋았다 핸드폰때문에 금방 나빠져요..."


이런, 눈도 회귀본능이 있단다. 그것도 고도근시는 더 그렇단다.


지금을 부정하는 것도, 부정해봐야 쓸데없지만 간간히 연어들처럼 거꾸로 올라가는 회귀본능이

꾸물꾸물거린다.







keyword
이전 06화제주도살기리허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