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M세대 일잘러’, ‘꼰대와 Z세대’ 고래 사이에서 새우등 터질까
# 그래요, MZ 세대 맞아요.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를 꿈꿉니다.
어김없이 월요일은 찾아온다. 주말에 신나게 놀다 보면 일요일 어스름한 늦은 오후부터 출근하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에 일단 기분이 조금 상하기도 한다. 이 느낌은 어릴 때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비슷하게 느끼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워낙에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릴 땐 노는 것이 얼마나 더 좋았으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놀다가 밥솥 내음, 곧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동네 아줌마들의 소리가 울려 퍼질 시간이 되기 바로 직전 그때가 바로 지금 출근 직전 일요일 늦은 오후 느낌과 닮아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릴 때 해가 스멀스멀 지면서 노을이 비추기 시작하면 5시 무렵 그만 놀고 집에 갈 시간을 대단히 싫어했던 꼬마는 자라서 일출보다는 일몰의 여유를 아는 MZ 세대 직장인이 된 것만이 큰 차이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는 게 제일 좋다고 연신 외쳐대면서 진짜 노는 ‘뽀로로’가 워너비인 이 MZ 직장인은 어릴 때 놀이터에서 놀던걸 아쉽게 마치고 저녁 먹으러 집에 가던 기분으로 월요일 출근 준비를 한다.
# 슬기로운 회사생활을 위한 삶의 균형 잡기
그래도 업무가 많이 몰린 월말을 슬기롭게 헤쳐가기 위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도 하면서 최대한 정신적 행복과 자유가 가득한 ‘노님’을 충분히 즐긴다. 그리고 일요일 늦은 오후부터는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일찍이 잠자리에 들고는 충분히 수면을 보충해 에너지를 채운다. 20대 시절만 해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매일 약속을 잡고 일은 일대로 하고 노는 건 요일마다 다른 느낌으로 놀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러 번의 이직을 통해 30대가 되었으니 미리 몸과 마음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다음 한주가 꽤나 힘드리라는 것을 충분히 아는 나이도 되었다.
그래도 일만 하며 한 주를 보내는 것은 인생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분하는 법을 사회생활을 하며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나름 본인만의 최적화된 ‘노님 방법’을 찾은 MZ 직장인이다.
# ‘MZ 세대’부터 파헤쳐보자. MZ라 말하는 사람 중에 MZ는 거의 없다.
본인 나이가 MZ 세대 구분법에 들어가더라도 정작 본인이 그 세대로 불릴만한 특성을 갖고 있는지는 별개다. 마치 지금 유행 중인 아이돌 음악이 있더라도 90년대 발라드만 고집하는 취향이라면 그 사람을 볼 때 그 시절, 그 음악으로 소환해서 그 사람을 묶어서 판단하기엔 아주 다른 부류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일단 본인이 MZ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MZ인 사람은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예전 X세대처럼 굳이 알파벳을 조합해서 세대를 구분하고 MZ 세대라고 칭하며 처음 만든 사람은 분명히 MZ 세대는 아닐 테니 말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인지라 세대별로 향유한 문화와 경제, 교육 수준이 많은 차이가 있기에, 베이비붐세대, X세대, MZ 세대 등 세대별로 묶는 것도 꽤 합리적인 세대 구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에는 서로가 한마음까지는 아니어도 공통된 일괄적인 문화나 교육, 취향 등을 함께 향유했다면, 지금은 세대로 묶기에도 벅찰 만큼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다양한 시대가 되기도 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가 적용될 수도 있다.
# MZ 구분법이 어려운 이유? 취향을 탑니다. 그래서 함께 묶고 정의하기 어려워요.
예를 들면, 예전엔 지상파 3사 TV 방송국의 시청률이 50%가 넘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지금은 TV 방송뿐만 아니라 OTT,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아서, TV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이 3%만 넘어도 일단은 선방한 거라 하기도 하는 시대이다. 제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방송 영상에는 시대의 흐름이 적용되고, 그만큼 사람들의 취향도 골고루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에는 취향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쉬운 세대였다면, 지금은 워낙의 정보가 다양하니 알아서 취향을 선택할 수 있고, 호기심과 검색 능력, IT 기기만 있다면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관심사별로 배우고 싶은 만큼 배우고 향유하기도 좋은 세상이기도 하며, 그 특징이 나이가 어릴수록 습득 능력이 더 빠른 환경이다 보니 MZ 세대에게 조명된 것 같기도 하다.
# ‘MZ’ 중에서도 ‘M’을 맡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Z세대’는 아니에요.
하지만 MZ 세대도 엄연히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다. MZ 세대조차 서로를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점도 많기 때문이다. 그건 세대별이라기보다 정말 개개인의 특성이 다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약간 세대별로 어릴 때부터 접했던 환경의 동시대적인 특성은 묻어나기 마련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보통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 중반 사이에 태어나 21세기인 2000년대 초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성인이 된 세대, 즉 밀레니엄에 성인이 된 사람들을 일컫고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9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일단 크게 구분한다.
사실 현재 젊은 사람들을 모두 합쳐서 MZ 세대라고 불리는 큰 집단에서도 M 세대와 Z세대를 구분해야 했던 이유도 있다. 서로가 같은 세대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각 세대의 처음과 끝을 보자면 거의 10대와 40대까지가 동시에 있기에 서로 당황스러운 상황, 일찍 결혼한 경우엔 부모와 자식이 같은 세대로 묶일 수도 있는 아주 이상한 단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MZ 세대를 이해하려면 MZ 세대라는 용어부터 버려야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 90년대생은 이미 왔고, 이제 2000년대생이 온다네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꼰대 문화를 이룬 회사 조직에서 젊은 신입사원을 이해하기 위해 ‘90년대생들이 온다’ 등의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90년대 생조차 대리급 이상이 되기도 하고, 회사 생활 속에서 z세대의 인턴들을 접하며 ‘사회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다. ‘2000년대생들이 온다’의 책이 나와야 하는 때이기에 오히려 M 세대와 Z세대의 분리도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기성세대 중에 극단적인 성향의 ‘꼰대’ 캐릭턱와 젊은 세대의 끝자락 할 말을 다하는 ‘Z세대 신입사원’ 캐릭터의 충돌 사이에 낀 밀레니얼(M세대) 직장인의 하소연도 들어볼 만한 시점이다.
# ‘M세대 일잘러’, 할 말은 하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은 있다고요!
‘M 세대 일 잘러’ 직장인의 일화를 소개해 보자. 그는 20대 시절 열정을 불쏘시개 삼아 일을 잘한다는 핑계로 여러 상사들이 몸이 지칠 때까지 부려먹기 일쑤였던 시절을 보내고 나니, 30대에는 차라리 ‘워라밸’을 찾아 연봉만큼만 일의 책임을 다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회사를 다니려는 직장인이다. 그는 워낙에 20대 시절 다양한 실무 경험을 여러 회사에서 경험하다 보니, 워라밸을 찾아서 옮긴 지금 회사에서는 딱히 힘들지 않고, ‘일 잘러’의 표본처럼 일은 일대로 해두고, 정시에 퇴근을 한다.
남은 사적인 시간엔 여행, 전시회 감상, 독서, 맛집 탐방, 글쓰기, 운동까지 취미 부자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한 행복을 즐기느라 바쁘다. 그러니 칼퇴는 필수이고, 연휴는 모름지기 제때에 써야 제맛이므로, 할 일을 다했으니 업무 외적인 시간을 상사가 간섭하려 들면 그때는 꼭 할 말은 하는 성향이다. 그리고 게으르거나 무능력한 상사를 답답해할 때가 많더라도, 본인의 연차를 붙여서 길게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하는 상위 목표가 있기에 연휴 동안 본인 업무를 대신할 상사의 비위 정도는 어느 정도 맞추면서 일을 할 수 있기도 한, 나름 사회생활에도 어느 정도 타협점은 생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이다.
#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M세대 일잘러’가 마주한 옆집 ‘Z세대 대학생’
그런데 그가 주말에 Z세대 이웃사촌을 마주하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전 회사에서 ‘Z세대 일 잘러’ 성향의 인턴들만 경험해왔고, 하도 Z세대 어쩌고 떠드는 영상과 기사는 많이 접했으나 Z세대를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었는데, 회사 밖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말로만 듣던 영상 속 Z세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말에 요새 유행한다는 핀란드 사우나와 노천탕 자쿠지를 친구들과 다녀왔는데, 겨울이라 춥다고 자쿠지 옆에서 직원들이군고구마와 함께 숯불을 피워서 그런지, 잠깐 입은 후드 위에 숯불 향이 가득 베었다.
평소에도 향에 민감하던 그는 점심시간 음식 냄새가 옷에 배는 것도 싫어서 섬유탈취제를 자주 옷에 뿌리던 성향이라, 후드티에 짙게 밴 숯불 향이 어지간히 거슬리던 참이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1층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두 자매가 같이 탔다. 그가 5층을 먼저 누르고 탔기에, 그들이 1층에서 다음에 타고는 다른 층수를 누르지 않는 걸 보고서야, ‘아! 그들이 옆집사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는 사실 본가에서 아직 거주 중인 캥거루족인데, 돈을 모으면서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근로소득의 갭 차이를 한탄하며 결혼 후 독립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잘 지키고 있다. 그렇게 대학생 때부터 30대가 되고, 어릴 때 어쩌다 한번 마주치던 ‘옆집 초등학생들이 언제 성인이 되었다냐?’ 하면서 철저하게 개인주의자로 살았던 본인에게도 또 한 번 놀란다.
# 말로만 듣던, ‘말로 바로 표현’하는 Z세대. 진짜를 마주하다.
그런데 자매 중에 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아, 이거 무슨 냄새야? 아저씨 냄새나. 쾌쾌한 오징어 굽는 냄새 같기도 하고! 언니 안 그래?” 하면서 1층에서 5층까지 짧은 엘리베이터 시간 동안 3명밖에 없던 그 시간이 유독 ‘M 세대 일 잘러’인 그에게는 길게만 느껴졌다. ‘나 들으라는 소리인가?’ 안 그래도 지금 숯불 향이 짙게 밴 후드티를 빨리 세탁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그에게 1층 타자마자 어린 친구가 냄새 타령을 하니 오죽 무안했으랴. 그러고 나서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후드티를 벗어 세탁물 함에 던져 놓고는 곰곰이 생각했다.
‘저기 정말로 Z세대가 나타났다. 아직 집 근처에만 있지만, 저들이 곧 대학 졸업을 하고 회사에 많아지면, ‘꼰대’ 같거나 게으르고 무능력한 상사보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보다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날 것처럼 표현하는 Z세대 직원들이 몰려오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더 쉽지 않을 것 같다. 얼른 근로소득 외에 투자를 잘해서 은퇴를 앞당길 수 있는 ‘파이어족’이 되자!’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한다.
# ‘MZ, 꼰대’, 세대 구분 용어 탄생 배경 : 결국 서로 다름을 이해하려던 게 출발점?
이처럼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MZ 세대', 'M 세대가 바라보는 Z세대', 'Z세대가 바라보는 다른 꼰대 같은 세대' 등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근데 세대 간의 갈등을 넘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인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특성만이 살길이다. 나름 지금 꼰대로 보이는 상사도 젊은 시절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신세대였으며, MZ 세대로 통으로 불리지만, 젊은 꼰대가 되지 않게 애쓰며 Z세대를 두려워하는 90년대생 직장인도 생겼고, 아직은 인턴에 머물러 있지만 곧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2000년대생 Z세대도 회사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찌 보면 세대를 구분하는 용어가 계속 생겨나는 본질적인 이유에는 서로의 다름은 늘 존재했지만 결국에는 그 다름을 각자의 방식대로 이해하고 싶던 그 출발선부터 시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내고, 이해가 안 된다고 욕하기에 앞서, 나는 얼마나 소통하려고 나를 돌아봤으며, 남을 이해하려고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한 때 같다. 정보가 넘쳐나고, 어떤 콘텐츠이든 빠르게 소진되는 사회에서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판별하는 능력, 그리고 세대를 구분해서 욕하기 전에 본인은 얼마나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있었는지 진짜 ‘역지사지’가 실천까지 이뤄지는 사회가 된다면 꼰대도 MZ 세대도 굳이 서로를 그냥 헐뜯으며 맹비난만 일삼는 아무에게도 득이 없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