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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회사생활] K-직장인 캐릭터 모음 (6)

#6. ‘T’ 끌 모아, ‘S’ 등급으로 살아남는 법

by Paint Novel

# MBTI가 뭐예요?


지금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한때 MBTI(성격유형검사) 열풍이 불었고, 친구들과의 모든 대화방에는 MBTI를 활용한 퀴즈가 수시로 공유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혈액형처럼 모든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써 대화 주제에 빠짐없이 등장했다.


MBTI는 각 기업들의 마케팅전략이 더해져 여기저기 MBTI를 활용한 검사와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퀴즈들이 넘쳐났다. 한때 대면할 수없이 만남을 통제하던 코로나 시절,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버틸 때, MBTI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번창했다.


MBTI는 E(외향형), I(내향형) / S(현실형), N(감각형) / T(이성형), F(감성형) / J(계획형), P(즉흥형)의 각 조합으로 총 16개의 유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화두는 T와 F의 구분이었다. 대화 주제에서 공감을 못하면 “너 T야?”라는 말로 모든 것이 귀결되는 시절 너무 남용되는 T이기도 했으나, 어찌 보면 공감을 받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대표되는 코로나 시절을 대변하는 유행 밈 같은 말이기도 했다.



# ‘사’적인 MBTI 유형


사적인 관계에서 F의 감성은 사실, 공감과 이해를 하기 좋은 성향이라 역지사지의 관점에서는 참 좋은 성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T의 성향의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 '조금 너무 서운해하는 건 아닌가? 예민한 건 아닌가?' 하는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사실 그건 T와 F의 구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특성 차이인데, MBTI라는 좋은 구분법 같은 도구가 유행까지 더해지니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이 사람은 T라서 그래! 저 사람은 F라서 그래” 하면 그냥 넘기기 쉽고, 본인도 사실 편해서 많이 이용했던 측면도 있다.



# ‘공’적인 MBTI 유형


MBTI가 ‘사’의 영역에서 ‘공’의 영역으로 넘어서는 순간, 많은 이들이 자신의 MBTI의 결과지를 의심할 때가 종종 있다. 친구들과 놀 때 너무 즉흥적인 성향이 많아서 절친의 관점에서 ‘사’의 영역으로는 P인 친구가, 회사에서는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일하는 ‘공’의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J’ 성향으로 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할 때 우리는 기본적인 성향을 버리고 ‘사회적 자아’라는 또 다른 인격을 만들어 생활하고는 한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해내고, 본인 성향과 달라도 어느 정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때 유독 많은 유형 중에 F의 비중이 높은 사람들은 업무 상에서도 쉽게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그래서 유독 회사 생활을 할 때는 F(감성형)의 스위치를 잠시 꺼두고, T(이성형)의 스위치를 계속 켜두며 일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야 본인이 마음이라도 조금 편하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안녕하세요. ‘T’ 과장입니다. ‘T’ 끌 모아 ‘S’ 등급을 받았지요!


여기 바로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가 확연히 구분되는 ‘T’ 과장이 있다. 그는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했던 이과생이었고, 자연스레 공대에 입학해서 관련 전공 자격증을 취득하고 회사에서도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여러 번의 이직을 통해 연봉을 많이 올린 나름 능력 있는 엔지니어였고, 다만 어릴 때 수학을 좋아하던 것과 별개로 영어는 싫어했는데,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하던가?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계 회사에서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을 관리하며 엔지니어 겸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회사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프로젝트 현장에서 실무 관리를 하며 주말부부로 잠시 지내고 있다. 어린 연년생 두 아들의 아빠이자 외벌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성취 지향적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도 이직한 곳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혼자 주중 내내 독박 육아를 하는 아내를 위해, 주말부부로 잠시 지내며 일에 몰두한 결과 그는 기존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있던 부분을 잘 해결하고 인정을 받아 결국 ‘S’ 등급까지 거머쥔다. 그 사이에서 혼자만의 고충이 꽤 있었을 테고, 나름 감성이 있는 공대생이었던 시절도 있기에 F의 성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할 땐 누구보다 ‘T 성향’을 십분 발휘하여 이성적인 스마트함을 한껏 펼치고는 우수한 결과까지 얻어 누구보다 뿌듯해하는 ‘T’ 과장이었다. 물론 일하면서 힘들어했을, 타지에서 와서 고생하는 외국인 엔지니어들에게 K-회식 문화도 전해주며 ‘F’의 성향도 한껏 발휘하곤 했다.



# 안녕하세요. ‘F’ 남편 겸 아빠를 맡고 있는 ‘T 과장’입니다.


주말부부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어찌 보면 사실 술을 너무나 좋아하는 T 과장에게 주말부부는 육아 해방 시간에 업무에 더 몰두하고, 퇴근 후 회식은 공적으로 술을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일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은 유형별 차이이듯이 관점의 차이라 T 과장도 J처럼 일하다가 놀 때는 누구보다 F 감성과 P 즉흥적인 성향이 분출되기도 했다. 모든 인간은 입체적인 성향을 지녔기에, MBTI가 뭐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각 유형을 모두 조금씩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라 아닌 부분도 많다. 다만, 한 성향이 유독 강하면 다른 유형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T 과장도 집에서는 두 아들과 아내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F 감성의 아빠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다만 MBTI의 구분법으로 따지자면, T(이성형), S(현실형), J(계획형) 3가지 성향을 한껏 끌어다 모아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S’ 등급을 받는 S(현실형) 캐릭터인 T 과장이 되었을 뿐이다. 누구나 그 역할이 주어지면 책임감을 다해 일을 하는 성향이라면, 사회적 자아 구분의 간극이 더 클 수 있다.



# 결국 우리 안에는 MBTI 16개의 모든 유형을 담고 있을지도?


같은 사람인데 실제로 회사에서 만났을 때와 회사 밖에서 만났을 때 아예 반대인 사람도 있기도 하고, 확실히 다른 사람이라고 볼 정도로 다른 성향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사회적 자아로서 우리가 일을 하기 위해 만났을 때 보이는 면과 실제 그 사람이 추구하는 자아는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누군가 옆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 다른 성향으로 자꾸 부딪힌다면, 그에 대해 조금 더 면밀히 볼 필요도 있다. 분명히 나와 닮은 구석이 있어서 거울 치료처럼 보였거나 혹은 비슷한 점이 있는데 차마 보지 못한 곳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K-직장인을 유독 응원하는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의 출근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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