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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회사생활] K-직장인 캐릭터 모음 (5)

#5. 워커홀릭, 일 밖에 모르는 경주마 리더십

by Paint Novel

# 상사를 구분하는 4가지 방법

회사를 다니다 보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겸비한 상사를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업무능력’과 ‘성실도’ 2가지로 구분해서 업무를 이끌 능력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성실하게 노력을 하는지, 안 하는지 등 총 4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첫 번째, 업무 능력도 없고, 성실하게 노력도 안 하는 상사 유형은 말 그대로 답이 없는 ‘프리 라이더’ 기질로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각자 생존을 하거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해야 해서 협업하기 피곤한 유형이다. 혹은 간섭이 싫은 자유로운 영혼들은 오히려 자기 마음대로 하면 되니 오히려 업무 궁합은 맞는 경우도 간혹 있다.

두 번째, 업무 능력은 없지만, 성실하게 노력은 하는 상사 유형은 그래도 옆에서 무언가를 도우려고 애쓰는 직원들에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바보’이거나 ‘답답이’ 캐릭터가 있지만 그래도 인성은 좋으니까 야근까지 하면서 노력하는 게 가상해서 옆에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근데 이런 부류는 대게 성실한데 업무성과가 안 나오는 것이 본인이 능력이 없다는 걸 인정을 못하거나 안 하는 부류라서 보통같이 일할 때 답답한 경우가 발생하긴 한다.

세 번째, 업무 능력은 있는데, 성실하게 노력을 안 하는 상사 유형은 말 그대로 자기가 잘난 맛에 사는 이가 많다. 일단 기본적으로 머리가 비상해서 일을 쉽게 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게으른 편일 때가 많다. 이런 상사 밑에서 일할 때는 오히려 편하다는 직원들이 많다. 딱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사가 머리 써서 직원별 업무 방향성과 할당량을 미리 제시하면 직원들이 그에 맞춰 일하면 되니까 오히려 업무적으로는 성과가 나기 좋은 상사 유형이다.

네 번째, 업무 능력도 있고, 심지어 성실하게 노력도 하는 상사 유형은 사실 회사에 몇 없는 인재 중 인재이고, 회사에서는 특진을 많이 하는 특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보통 ‘천재가 노력하면 못 따라간다’는 말이 이때 적용될 수 있으나, 일반 회사에서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노력하는 천재는 보통 누구 밑에서 일하기 보다 자기 회사를 차린 대표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대표나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몸도 마음도 따라가기 벅차서 오히려 피곤할 수 있는 리더의 유형이다.



# ‘업무능력’+’성실도’ 두 가지를 고루 갖춘, 워커홀릭 경주마 리더



다양한 상사의 유형이 있지만, 회사를 다니다 보면 대체로 위와 같은 4가지 부류의 성향 중에 하나에 해당할 것이다. 그중에서 ‘업무능력’ 과 ‘성실도’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워커홀릭’ 기질의 ‘경주마’ 리더 캐릭터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녀는 본인이 갖고 있는 성향이나 능력이 성장하는 회사의 방향과 일치하여 한때 출근하는 것이 설레기도 했을 정도로 천직인 회사 생활을 했다. 회사랑 그녀의 성향이 잘 맞으니 당연히 일도 더 열심히 했을 테고, 특진을 하며 관리자까지 수월하게 올라갔다. 직급이 계속 올라갈수록 관리해야 하는 업무 범위는 넓어졌고, 관리해야 할 실무 직원들의 숫자도 500명이 넘을 정도가 되었다.

당연히 업무 난이도가 올라가고, 인력 관리의 스트레스가 커진 만큼 연봉도 올라갔지만 특진을 할 정도로 일을 잘했던 실무 경험이 있기에, 그녀가 관할하는 조직 안에서 조직원들이 일을 게을리하거나 못하는 경우는 참지 못했다.

조직원들이 일을 못하는 경우는 그래도 그녀가 일했던 방식대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차분히 따라올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문제는 일을 게을리하거나 정도에서 벗어나서 일하는 인력에서 발생했다.

경주마 리더십과 FM 적인 성향이 더해져, 일을 못하는 사람보다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은 그녀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제일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는 조직원들의 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녀는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의 경고와 회유책을 제시하고는 그래도 안 되는 경우엔 직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 우리 조직의 성과에 저해가 되고 있습니다. 몇 번의 조언을 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고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조직에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켜볼 테니 정도에 벗어난 일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고 카리스마를 장착하고 매섭게 그 직원을 쏘아붙이기도 했다.

# 누군가에게는 ‘워너비’ vs. 다른 이에게는 ‘스트레스 유발자’

그녀가 관리하는 직원들의 시선에서 그녀는 누군가에겐 현명하고 배우고 싶은 ‘워너비’같은 존재이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번 혼을 내는 피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와 같은 직급의 동료 관리자의 시선에서는 성향이 비슷한 부류 측은 같이 관리직의 스트레스를 공유할 좋은 선배이기도 했고, 반대로 성향이 다른 부류는 그녀는 너무 일에 과몰입하는 경주마라며 거리를 두는 동료이기도 했다.


# 상사도 함부로 못하는 ‘프로 일잘러’


그렇다면, 상사의 관점에서 그녀를 바라볼 때는 어땠을까?

일단 특진을 할 정도로 업무성과를 인정받은 격이기에, 그녀의 업무수행력은 익히 알고 어떻게 이 친구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할지를 고민하는 상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조직 중에서도 좀 힘든 케이스가 있는 팀으로 그녀를 밀어 넣고는 ‘그녀라면 저런 곳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어!’ 하면 신뢰가 쌓이곤 했다. 물론 그녀가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도 일을 하면서 그런 조직에서 쌓인 업무 경험이 결국에는 전화위복으로 특진으로 이어져 나름의 성취감이 컸다.

한편, 상사 중에서도 게으르고 일은 못하는데 정치질에만 혈안이었던 상사도 있었으니, 그녀와는 아주 상극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상사는 그녀에게는 일종의 암적인 존재였고, 실력 없이 정치질로 올라간 자리를 연명하는 상사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그녀는 업무성과로 그를 누르고, 상사에게 카리스마 있게 아닌 건 아니라고 할 말을 하는 직원이었다.


# 가정에서도 ‘슈퍼우먼’을 꿈꿉니다...


그렇다 보니 그녀가 하루 일과 중 업무시간으로 보내는 시간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점점 늘어났고,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회사 일을 계속하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한 그녀는 일만큼이나 가정에도 소홀할 수는 없는 성향이라, ‘슈퍼우먼’처럼 자녀의 교육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다행히 맞벌이 가정에서 시어머니가 손주들의 밥을 해주셔서 걱정은 없었지만, 교육만큼은 그녀의 방식대로 똘똘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 일만큼이나 최선을 다했다.

공사 구분을 한다고 해도,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사람의 성향도 시간을 많이 보내는 성향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녀는 회사 ‘본부장’으로서 조직원들을 관리하던 느낌으로 가끔 자녀를 케어하기도 해서, 그녀를 닮아 할 말을 하는 그녀의 딸은 가끔 엄마에게 한마디를 건네기도 했다.

“본부장님! 회사에서나 본부장님이시지, 저는 그 회사의 직원이 아니에요. 전 엄마의 소중한 딸이랍니다. 저를 직원이 아닌 딸로서 대해주시겠어요?” 하며 딸이 얘기를 하자,

엄마는 그제야 업무에 몰두했던 경주마 같은 성향에서 벗어나 공사 구분 버튼을 슬쩍 누르고 “아이고, 엄마가 또 본부장 같았어? 미안하구나!” 하면서 딸 옆에서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하는 ‘슈퍼우먼’ 성향의 다정함도 겸비한 엄마이기도 했다.


# 결국 인간은 입체적인 캐릭터, 다양한 관점의 차이


이처럼 그녀를 바라볼 때, 누군가의 시선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진짜 배우고 싶은 좋은 선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차가운 못된 상사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녀를 평가하기란 어지간히 어려울 것이다.

낭중지추’라고 특진을 할 정도로 회사에서 뛰어나면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화두에 오르는 인물일 수 있는 그녀가 그래도 나름 퇴직 후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사적으로도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회생활을 바르게 해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누구나 회사에서 만나는 캐릭터마다 서로의 결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하지만 결국 정의는 승리하듯이, 바르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곁에는 좋은 사람들만 남는다는 것은 회사 생활 속에 진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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