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4시간이 모자라! 그 자체로 대단한 ‘워킹맘’, ‘워킹대디’
# 30대도 다 같은 30대가 아니다. 다채로운 삶의 여정.
2025년 현재 30대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삶의 형태가 다양하다. 같은 회사, 같은 30대이지만,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24시간 중에 회사 업무 시간 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는 천차만별인 세대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숫자로 보자면 만 나이 기준으로 1995년생(만 30세)부터 1986년생(만 39세)까지의 사람들인데, 요즘은 취업이 늦다 보니 30대 초반에 신입인 사람들도 많고, 자연스레 결혼과 육아도 늦어지니 30대의 삶은 누구보다 다양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 30대 초반의 사원, 본격적인 미생 시작.
30대 초반의 사람들은 이제 직장 생활을 시작했거나, 다른 곳에서 인턴 혹은 신입 경력을 일부 쌓은 사원급 혹은 대리급이 많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힘든 법이듯이 늦은 나이에 신입사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다시 새 학기에 적응하는 학생들처럼 여기저기 기웃대며 하나라도 배우려고 애쓰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미생 시절을 보내며 몸도 마음도 참 바쁘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동기 사랑과 연인의 달콤한 위로로 또 출근길 마음을 다잡고 회사를 가곤 한다.
# 30대 초반의 대리, 일도 결혼도 바쁜 실무 대리.
한편, 대리급이 된 30대 초반의 일상은 일도 적응도 되었고, 회사에서 실무 업무를 정말로 ‘대리’하듯이 생각보다 사원에서 대리로만 진급했을 뿐인데 책임지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나름의 회사 생활의 여유를 부릴 줄도 알지만 아직은 상사가 시키는 많은 실무들을 대신 처리하며 말 그대로 대리 업무의 삶을 이어간다. 나름 그래도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조금 해내는 것 같은 뿌듯함과 이전보다는 덜 힘들지만, 피곤한 출퇴근길 지옥은 여전히 싫은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 돈도 조금 모아가고, 친구들과 여유롭게 술 한 잔도 기울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결혼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도 한다.
결혼 준비가 막상 시작되면 회사일에 치이고, 연인과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두 개의 일을 병행하는 듯한 코피까지 터지기도 하는 피곤한 프로젝트 주간이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도 현명하게 대화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하나씩 준비하는 시간이 지나고 결혼식장에서 모든 결과물을 쏟아내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 에서야 서로 수고를 했다고 한껏 깊어진 전우애와 같은 깊은 사랑을 느끼며 허니문 베이비를 안고 돌아오기도 한다.
# 30대 중후반의 과장, 아이 울음소리와 함께 육아 전쟁 참여.
그렇게 빠르게 지나가보니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후반의 과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취업과 연애, 그리고 결혼까지 무사히 통과하고 이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육아전쟁에 참여한다. 그동안 혼자 혹은 연인과 둘이 즐기기만 하던 삶에서 새로운 양가 가족들과 여러 관계를 쌓아가며 행복과 함께 찾아오는 피곤한 가족행사를 덤으로 많이 선물 받는다. 친구들과 함께 놀던 시간은 차츰 줄어들고, 제한된 24시간 안에 배우자와 새로운 가족 특히 출산 이후 아이를 키우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간다. 친구들과 술 한잔 기울이던 시간도 이제는 가족이 우선인 시간이다 보니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가장의 무게를 견디며 하기 싫은 일도 일단은 해내려고 애쓰는 책임감도 더해진다.
3kg 남짓 되는 정말 소중하지만 작은 아이를 낳았을 뿐인데, 둘이 합쳐 몸무게 100kg가 거뜬히 넘는 성인 남녀 두 명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며 깨닫는다. 일에 치이고, 아이가 왜 우는지 신경 쓰며 잠도 줄이고 육아와 회사 업무를 병행하다 보면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매일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 일과 육아 둘 다 잘 해내고 싶은 ‘워킹맘’과 ‘워킹대디’, ‘어른’의 삶
스마트폰을 통해 육아에 관해 넘쳐나는 정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유아교육과처럼 육아에 관계된 전공자를 제외하고, 부모의 대학교 전공은 사실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새롭게 모두가 육아 관련 복수 전공을 이수해야 한다. 이건 한번 시작되면 어린이집부터 대학교까지 멈추지 않고 진행되는 둘만의 20년 이상 소요되는 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당연히 비전공자인 초보 부부 입장에서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위기의 순간에 선택하고 해결해야 할 미션도 많다. 초보 부부들이 아이와 부둥켜안고 눈물로 지새운 밤이 많아질수록 부모로서 단단하게 성장한다.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혼자 잘해서 자란 줄만 알았던 철없던 시절을 반성하며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몸소 느끼기도 한다. ‘워킹맘’과 ‘워킹대디’는 모두 일과 육아를 완벽히 해내는 ‘슈퍼우먼’과 ‘슈퍼맨’을 꿈꾸기도 하지만, ‘일상’은 ‘이상’과는 다르기에 ‘일상’이기도 하다.
그냥 나쁜 엄마나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일은 일대로 성과는 내기 위해 둘 다 벅차지만 피곤함과 책임감을 양쪽 어깨에 잔뜩 짊어지고 평범함을 꿈꾼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달으며, 내가 원하는 것은 그냥 아이를 키우며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일도 하고 이런 평범한 삶인데, 이 삶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처음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 따라 주기도 하고, 안 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매번 알려주는 인생을 깨닫는다.
서로 돕고 사는 인생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라 일컫는 성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 다채로운 30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20대도 나름 치열하게 보낸 것 같은데 서른이라는 나이에 우물쭈물하며 30대로 들어왔더니, 생각보다 해내야 할 미션이 가득한 세계로 입성한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은 사실 선택의 문제다.
30대 중에서도 20대와 마찬가지로 연애도 하고 자유로운 비혼 주의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한 직장에 매여 있기보다는 자유롭게 시간을 쓰면서 프리랜서의 삶을 즐기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30대쯤이면 대략 이러하겠다는 사회적인 인식 속에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등 누가 짜준 커리큘럼은 아니지만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기는 하다. 그리고 그 보통의 삶이라는 것도 실제로 겪어보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과 사랑을 통해 성장을 하며 24시간을 바쁘게 보내기도 하고, 원하던 일들을 많이 이룰 수 있기도 한 30대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혹은 일도 사랑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여유로울 수도 있고, 촉박할 수도 있지만, 공평한 시간만큼이나 활용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뀌는 30대의 삶도 어찌 보면 노력의 대가이니 공평한 게 아닐까?
30대의 워킹맘과 워킹대디는 회사와 가정에서의 역할이 늘어날수록 행복을 같이 느낄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평범이라 일컫는 보통의 삶이 너무 대단한 삶임을 살아갈수록 느끼는 보통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