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한자리에서 일하고 싶은 자, IT= I(내향형)+ T(이성적)?
# 한자리에서 코딩을 즐겨합니다만.. 사람보다는 컴퓨터와 친해요
현대사회에서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 기술)는 빼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에 맞춰 부단히 일하고 있는 IT 개발자 캐릭터의 삶을 들여다보자. 그는 IT 회사에 출근해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주위에 칸막이처럼 자신의 자리에 쏙 들어가서 주위 사람들과 잠시 멀어진 채 코딩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는 굉장히 혼자서 연구소장처럼 무언가를 계속 고민하다가 이것저것 응용해 보더니 금세 어떤 로직을 발견하고는 꽤나 기뻐 보이는 등짝의 움직임 정도로 옆자리 직원은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사실 옆자리 몇 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칸막이의 두께가 둘의 대화 단절을 이렇게나 공고히 유지할 수 있던가? 사실 성향의 문제 이긴 하다. 한쪽이 뛰어나면 다른 쪽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게 이치다. 그의 탁월한 코딩 실력만큼 컴퓨터와 소통이 더 쉽다 보니, 그는 오히려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꽤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던 소년은 커서 코딩에 관해 배우고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세계임에 눈을 뜬다. 학창 시절에도 낯가림이 심하던 그는 코딩의 세계에 더 심취하게 되고, 사람들과 대화할수록 이상하게 그를 쳐다보던 눈동자들이 없는 컴퓨터 화면 속으로 더 빨려 들어간다. 개발자로서의 삶은 여전히 승승장구가 될 뻔했지만, 역시나 여기도 사회다. 다행히 그의 개발 능력을 높게 산 팀장님이 그의 사회성이 부족한 성향은 대신 채워주면서 일을 하고 있어 하고 싶은 코딩을 몰입해서 일하고는 한다.
# IT = I(내향형) + T(이성적) 그가 끌린, E(외향형) + F(감성적)의 그녀
다소 외향적인 직원들이 볼 때는 ‘좀 외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도 달고 살지만, 그는 오히려 사람들이 업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이나 잠시 휴식하는 시간에 사람들이 말 걸까 봐 얼른 밥을 먹고 잠을 청하곤 한다. 지극히 I(내향형) +T(이성적) 적인 부분이 극단적으로 몰린 성향이라 외로운 회사생활이 그가 유일하게 터득한, 사회생활을 버티는 방법이었다.
그도 사실 사내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다만, 말을 안 하고 조용히 일만 하던 개발자가 갑자기 같은 팀도 아니고 다른 팀 사람에게 말을 건다는 건 그에게 있어서 아주 큰 충격과도 같은 사건이기에, 여전히 속으로만 본인의 마음을 깨닫고 끙끙대고 있다. 어쩌다가 코딩보다 눈에 들어온 그녀의 미소를 보고는 갑자기 열중하던 로직도 한순간에 마비가 된 것만 같다. 메마른 사막에 우연히 발견한 ‘오아시스’처럼 그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다정한 그녀가 외톨이처럼 지낸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 그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코딩의 세계에서 현실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 사랑의 지각변동, 결국 사람은 사람과 함께할 때 빛난다.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법, 대화를 하는 법을 ChatGPT에게 연신 물어보고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대학시절부터 알고 지낸 아는 형이자, 현재 같은 회사 팀장님에게 조언을 구한다. 오히려 듣던 중 반가웠다는 소리라며 이제야 비로소 컴퓨터 말고 삶에 눈을 뜬 것만 같은 ‘갓 태어난 송아지’를 보듯이 그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개발적인 능력과 사람들을 어우르는 관리 능력도 갖춘 팀장님은 사내연애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 드디어 세상과 가까워지려는 동생 같은 그에게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차근히 알려준다. 코딩처럼 입력과 출력을 반복하며 어느새 그도 개발직군과는 개발 관련 대화로 조금씩 친해지고, 드디어 항상 얘기를 하고 싶던 비개발직군의 그녀와 협업을 할 기회에 말을 걸어본다.
이것은 마치 처음 코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순간보다 더 설렜던 그였다. 결국 로봇 같던 사람도 변하게 하는 건 사랑이고, 사람이라는 것을 그를 보고 알았다. ‘人’ (사람인) 한자가 사람 두 명이 기대어 있다는 것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인가 보다.
혹시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회사 내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조용히 혼자 지내고 있는 외톨이가 보인다면 한 번쯤 친절한 미소로 대응해 주는 것은 어떨까? 작지만 큰 미소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라고 그리웠던 ‘온기’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