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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이직하는 게 맞을까? 버티는 게 맞을까?

좋은 직장이란?

by 커리어포유
4년째 매일 같은 자리, 같은 일... 이게 맞는 건가?


승현(가명)은 회사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매일 오르내리던 그곳, 익숙한 소리와 냄새, 늘 마주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무표정한 얼굴들이 이미 엘리베이터 반을 채우고 있다.

그는 습관처럼 몸을 밀어 넣었지만 마음은 어딘가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은 무의미하게 깜빡이는 층수 표시등에 멈췄다.

내일도 이 자리에 똑같이 서 있을 거라는 사실이 숨 막히게 느껴졌다.

지금의 회사?

안정적이다.

연봉도 적당했고, 회사가 많이 크진 않아도 업계에선 제법 기반이 탄탄한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는 직원들에게 친절했고, 동료들에게도 딱히 불만은 없다.

그런데 왜일까.

왜 가슴속이 이토록 답답할까.


승현은 지난달 처음으로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고민의 시작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다.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욕실 거울 앞에 섰다.
면도기 대신 시선이 먼저 닿은 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었다.

까칠하게 일어난 수염 자국, 부은 눈두덩이, 어설프게 넘긴 머리.
전날의 피로가 고스란히 얼굴에 남아 있었다.

세수라도 하면 괜찮아질까 싶어 찬물을 얼굴에 끼얹고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거울 속 표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게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일까?’

하품을 억지로 삼키며,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했다.


그때 마침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야, 우리 회사에서 엔지니어 뽑는대서 내가 너 추천했어. 이번 기회에 면접이나 한 번 봐.”

처음에는 웃어넘겼다.

"스타트업? 안정적인 지금 회사를 두고?"

하지만 며칠 뒤, 그 회사에서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막상 면접을 보니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았다.

자유로웠고,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승현에게 기대감을 보였다.

"우리 회사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승현 씨처럼 경력이 있는 분이라면 더 많은 걸 배우고 도전할 수 있을 겁니다."

승현의 마음 한구석이 설렜다.

무채색 같던 일상 속에 작은 색깔 하나가 번져오는 느낌이었다.

그건 한동안 잊고 지냈던 도전 본능, 작은 열망이었다.

하지만 곧 현실이 보였다.

연봉...
지금보다 천만 원 이상이 줄어든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승현은 계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
설렘은 숫자 앞에서 금세 납작해졌다.

‘이직하는 게 맞을까? 아님 그냥 조금 더 버티는 게 나을까?’




"코치님... 저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연봉이 줄어들어도 이직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냥 버티는 게 나을까요?"

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승현 씨, 지금 가장 고민되는 게 뭐예요??"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흔들리는 눈빛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스타트업에서 이직 제안이 왔어요. 연봉은 줄어들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는데 설렜어요. 하지만 곧 불안해졌죠. 연봉이 줄어드는 게 무섭고... 실패할까 봐 걱정돼요. 돈 때문에 더 힘들어질까 봐... 아니, 사실... 괜히 좋은 직장 그만두고 옮겨서 나중에 후회할까 봐 무서운 거 같아요."

그 말에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불안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현 씨에게 좋은 직장이란 어떤 곳일까요?”

“뭐... 다들 그렇겠지만 안정적인 곳이죠. 연봉도 많이 주고, 복지도 좋은 곳?”

“그럼 지금 회사는 어떤가요?"

"안정적이죠. 연봉도 나쁘지 않고, 직원 복지도 괜찮은... 여기 취직했다 했을 때 친구들이 다들 부러워했죠."

"그런데도 이직을 고민하시는 이유가 있다면요?"

"뭔가 답답해요. 매일 같은 일, 같은 자리... 그냥 시간만 흘러갈 뿐... 성장이 없는 것 같아요.”

“승현 씨에게 좋은 직장은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들리는데 그런가요?”

“네... 맞아요. 저는 새로운 걸 배우고 싶고, 다양한 걸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회사에서는 그냥 똑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어요. 아, 물론 그래서 익숙해진 만큼 일이 많이 힘들진 않지만요."

"그럼 이번에 면접 본 회사가 승현 씨에게는 좋은 직장일 수도 있겠네요."

"네... 그런데 그걸 선택하면 연봉이 줄어드니 고민이에요."

"그럼 이렇게 질문해 볼게요. 안정적인 지금 회사에 계속 다닌다면, 5년 후의 승현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깊은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아마도... 연봉은 조금 더 올랐겠지만 여전히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겠죠.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겠죠."

"그렇다면 반대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승현 씨를 상상해 볼까요?"

"연봉은 조금 줄어들겠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며 성장하고 있겠죠. 몸은 좀 힘들겠지만 그만큼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테니... 아...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승현 씨, 이제 조금 더 분명해진 것 같아요. 승현 씨에게 중요한 건 연봉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네... 맞아요. 생각해 보니 저한테 좋은 직장은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에요.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곳..."

우리는 그 자리에서 승현이 진짜 원하는 직장,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치님, 저 이직하기로 했어요.
여전히 무섭긴 한데... 그냥 제 마음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직장’이라는 외부의 기준에 갇혀있지 않았다.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으로 가슴 뛰는 곳.

그것이 그에게 진짜 좋은 직장이었다.


우리는 종종 남들이 정해놓은 ‘좋은 직장’의 기준에 갇혀 산다.

높은 연봉, 좋은 복지, 안정적인 회사.

많은 사람들이 그런 조건을 ‘성공’이라 부르고, 그런 직장을 가질 때 비로소 행복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그 조건이 나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도 마음은 메말라간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곳.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곳.
안정 대신 성장, 평온 대신 도전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좋은 직장은 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출 수 있는 거울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그 생각에 가슴이 조금이라도 설렌다면, 당신은 이미 자신에게 좋은 직장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그런 곳을 선택하는 용기.

남들이 정한 ‘좋은 직장’이 아닌, 나만의 기준을 따라 걷는 그 한 걸음.

바로 그곳에서,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오늘의 질문*
: 당신에게 '좋은 직장'이란 어떤 곳인가요?

지금의 직장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당신의 가치는 그곳에서 존중받고 있나요?
좋은 직장이란 '조건'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곳이어야 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은 연봉이 높고, 안정적이며, 복지가 좋은 곳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에게 좋은 직장은 나의 가치가 존중받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를 가지며, 무언가를 배우고, 매일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곳일 수도 있습니다.
남들의 기준을 내려놓고, 당신만의 기준으로 '좋은 직장'을 다시 정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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