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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고집이 센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나요?

약점을 뒤집으면 강점이 보인다

by 커리어포유
선생님, 고집이 센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나요?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퍼스널 브랜딩 <강점 찾기> 수업을 진행하던 중,

교육생 한 분이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분이

"아이고, 그건 약점이지... 그게 어째 강점이고?"

순간 강의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집이 세다는 말을 한번 뒤집어보면 어떨까요?

소신이 뚜렷하다... 뭐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생각이 분명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사회생활을 할 때 중요한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집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약점이 될 수도 있고 강점이 될 수도 있겠죠."

내 말을 듣고 누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구는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예를 더 꺼내놨다.

"잔머리 잘 굴린다는 소리 듣는 사람들은
사실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위기 대처에 강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우유부단하다는 말은 어떨까요?

사실은 신중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고, 주변 의견을 경청한다는 뜻이겠죠."


<약점을 뒤집으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데 또 한분이 손을 드셨다.


"저는요. 예전부터 말만 하면 뜬구름 잡는다고들 했어요.

현실감 없다고 뭐라 그러는 사람도 많았고...

근데 이것도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선생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이번엔 교육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상상력이 풍부하신가 봐요."

"남들이 잘 못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거니까 그것도 강점이 될 것 같아요."

"맞네 맞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던 분위기에 서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시작은 참 잘하는데 그게 얼마 못 가고 늘 작심삼일이에요."

"자, 그걸 뒤집어 본다면요?"

"음... 그래도 시작은 잘한다?"

작게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렇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있으시다는 거예요.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선생님은 시도는 하시잖아요.

시작하는 힘, 그 자체가 강점이에요."


"저는 종종 차갑다는 소리를 들어요."
또 한 분이 말했다.

"그 말은 어떤 상황에서 들으셨을까요?"

"누군가 고민을 얘기할 때 제가 이성적으로 말을 하나 봐요.

제 딴에는 뭔가 해결책을 얘기해 줘야 될 것 같아서 한 말인데..."

"그렇다면 냉철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감정보다 사실을 중심으로 판단하시는 분이니까요."


수업은 점점 '자기 고백의 장'이 되어갔다.


누군가 “목소리가 커서 지적받은 적 있다”라고 하자

"목소리 크면 자신감 있어 보이고 좋지."

"전달력도 좋으시겠네요."

"난 목소리가 작아서 목소리 큰 사람 보면 부럽던데..."라고 호응했고,

"남 눈치를 많이 본다"는 고백엔

"그만큼 배려심이 있다는 거죠."

"상대방을 세심하게 잘 살피시는 분인가 봐요."라고 화답했다.


강점은 '나는 왜 이럴까'하고 마음에 걸렸던 그 감정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여겨온 말들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참을 가만히 듣고만 계시던 교육생 한분이 수줍은 듯 손을 드시더니

"선생님, 전 아무리 생각해도 잘하는 게 없어요.

평생 살림만 했지 일은 해 본 적도 없고,

애들만 키워봤지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지요."

그분은 올해 79세로 교육생 중 최고령자셨다.

"나이도 많고 평생 자식들 키우며 살림만 한 나 같은 사람한테 강점이랄 게 뭐가 있겠냐" 라며 멋쩍게 웃으셨다.

나는 그분께 미리 준비해 둔 '강점 키워드 리스트'를 건넸다.

"여기 있는 단어 중, 선생님과 어울릴만한 게 뭐가 있을까요?"

창의성, 독창성, 호기심, 배움(배우기를 좋아함), 용서, 자비, 균형감, 지혜, 통찰력, 공정, 공평, 영성,
목적의식, 판단력, 결단력, 실천력, 포용력, 의리, 평가, 비판적 사고, 긍정적 태도, 열린 마음, 희망,
낙관주의, 리더십, 용기, 용맹, 사랑(사랑하고 사랑받는 능력), 시민의식, 팀워크, 충성심, 감사, 열정, 열의, 에너지, 친절, 너그러움, 자기 관리, 자기 규제, 사교성, 사회적 지능, 감탄, 조심, 신중함, 솔직함, 진실성, 진솔함, 유머, 익살, 근면, 성실, 인내, 겸손, 프로정신

한참을 들여다보시던 그분이 조용히 입을 여셨다.

"내 돈 떼먹고 도망간 친구가 있는데...

내가 그 친구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이젠 마음으로 진짜 용서를 했어요.

용서하기까지 30년이 걸렸네요.

어디 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살아있으면 이제 발 뻗고 편히 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의리는 좀 있지요.

누가 비밀 얘기해도 절대 다른 사람한테 옮기지를 않아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사람들이 나만 보면 그렇게 친절하다고 하대요.

난 잘 모르겠는데... (웃음)"

"그게 바로 선생님의 강점이에요.

용서, 의리, 친절.

그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덕목은 아니거든요."




어쩌면 강점이란, 처음부터 번쩍이는 재능이 아니라
묵묵히 살아낸 시간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빛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이미 가진 것을 과소평가하곤 한다.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뭐 내세울게 하나라도 있어야지..."


이런 말들은 겸손을 가장한 자기부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냈고
그 시간 속엔 반드시 강점이 숨어 있다.

실패를 겪고도 다시 일어섰던 기억,
누군가를 묵묵히 곁에서 지켜줬던 순간,
억울했지만 조용히 품었던 마음,
아무도 모르게 끝까지 해냈던 일들...

그 모든 순간이 당신의 힘이고,

당신의 강점이다.


나는 커리어코칭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
그들은 대부분 처음엔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그 사람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흔적 속에서
꼭 하나쯤은 반짝이는 무언가가 발견된다.


강점은 타고나는 게 아니다.
반복되는 경험과 선택,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지켜온 태도에서 자라난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내가 가장 나다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나는 어떤 상황에서 에너지가 올라왔지?'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부탁하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있었을까?'

이 질문 속에,
당신의 강점이 숨어 있다.


그리고 기억하자.
강점을 안다는 건 단지 자랑거리를 찾는 일이 아니다.
그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기준이 된다.


강점은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거다.

그리고 그걸 기억할 수 있다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의 질문*
: 지금까지 살면서 ‘이건 내가 좀 괜찮았지’ 하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누구에게 자랑한 적은 없어도,
그 순간만큼은 스스로가 참 괜찮다고 느껴졌던 기억이 있을 거예요.
작은 일을 끝까지 책임졌던 날,
누군가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여줬던 밤,
어떤 선택 앞에서 나다운 길을 선택했던 순간.
그건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당신이 당신답게 살아낸 증거였을지도 몰라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세요.
"나는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이 질문 속에 당신의 강점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당신의 다음 선택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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