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대하는 태도
제가 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윤미(가명)는 무거운 한숨과 함께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후배다.
방송을 하다 강사로 전향해 프리랜서 강사로 오랜 시간 활동했고
작년에는 사업자등록을 하며 1인 기업 대표가 되었다.
최근에는 직원을 채용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선배, 내가 얼마 전에 직원을 한 명 뽑았거든요."
강의 경력도 있고, 예의도 바르고, 기본적인 실무도 가능하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었단다.
"처음엔 꽤 마음에 들었어요.
아이디어도 좋고, 실수하면 핑계 대지 않고 바로 사과하는 게 요즘 20대 같지 않게 겸손한 것 같기도 해서..."
그러곤 최근 있었던 몇 가지 일을 털어놓았다.
몇몇 기관과의 교육 프로그램 제안서 작성 과정에서, 그 신입사원이 정리한 문서가 오류투성이였다는 것이다.
기획안에 핵심 자료가 빠져 있고, 기관 담당자 이름조차 잘못 기재하는 실수가 반복됐다.
메일 회신을 누락해 일정이 틀어진 적도 있었고,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메시지를 3시간 뒤에 확인해 회의가 연기된 날도 있었다. 회의 때 배정된 역할을 헷갈려 결국 자신이 그녀의 업무까지 고스란히 떠맡아야 했고,
출력해 오기로 한 자료를 깜빡해 미팅 직전에 허둥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윤미는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했다고 했다.
"혹시 다시 한번 확인해 줄 수 있을까? 이 부분이 빠진 것 같아."
"이건 이전에도 비슷하게 빠졌던 항목이거든. 다음엔 잘 체크해 줘."
다그치기보다는 기회를 주려 했고, 말투에도 조심스러움을 담았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고 한다.
"제가 '원래' 멀티가 잘 안 돼서요... 죄송합니다."
"아, 제가 '원래' 행동이 좀 느려서요... 죄송합니다"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 윤미는 점점 지쳐갔다.
"선배, 이젠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지겨워요."
제가 '원래' 그래요..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속으로 되묻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실수를 설명하고, 개선점을 짚어주고,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해 줘도 사과만 할 뿐 행동은 그대로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근데 그 친구, 사교성이 진짜 좋아요.
협력사 담당자들이랑 금방 친해지고, 고객사 미팅에서도 그 친구가 있으면 분위기가 확실히 부드러워지거든요.
그 친구 덕분에 재섭외 들어온 곳도 꽤 있어요."
윤미는 그래서 고민이라고 했다.
"어느 날은 정말 이 친구는 아닌가 보다 싶다가도
다음날에 또 환하게 웃으면서 '대표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어요'라고 인사하면 마음이 또 약해져요."
그게 더 힘들다고 했다.
단점도 명확하지만 장점 또한 분명한 사람.
그래서 더 기대하고, 더 아쉬워하고, 결국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고 했다.
"내가 괜히 너무 예민한 건가 싶다가도, 일이 틀어지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싶어요.
그 친구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문득문득 내보낼 생각을 하는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원래' 그래요.
이 말은 때로 방패가 되고, 때로 벽이 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말일 수 있지만,
동시에 관계와 성장을 가로막는 말이기도 하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실수 이후의 '태도'다.
프로는 실수를 성장의 재료로 삼는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점검하고,
다음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다시 묻고, 메모하고, 확인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한다.
반면, 아마추어는 실수를 자존심의 상처처럼 여긴다.
그래서 방어부터 한다.
"제가 원래 그런 스타일이라서요."
"제가 I라서요."
"죄송하지만, 제가 그런 건 좀 약해서..."
겉보기엔 언뜻 겸손해 보이지만, 그 말은 은근한 선긋기다.
속으로는 변화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
'나는 바뀌지 않을 테니, 그걸 감안해서 대해주세요.'
그 말 앞에서 피드백은 멈춘다.
관계는 멀어지고 더 이상 성장은 일어나지 않는다.
실수 앞에서 멈춰 선 사람들,
그리고 같은 실수 앞에서도 조금씩 방향을 바꾸며 나아가는 사람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프로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묻고, 더 배우고, 더 책임진다.
아마추어는 실수를 걸림돌로 여기고 주저앉지만,
프로는 그 실수를 디딤돌로 삼아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프로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 안의 시스템에서 찾는다.
그리고 다시 조정하고, 실험한다.
그래서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실수하는 것보다 더 지치는 건요.
자기가 뭘 고쳐야 하는지 알려줘도 애써 듣지 않으려는 태도예요.
실수야 누구나 할 수 있죠.
근데 제가 '원래' 그래요 라는 말로 그 자리에 멈춰버리니까...
같이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윤미의 말에서 깊은 피로와 동시에 단단한 기준이 느껴졌다.
그녀가 그 신입사원에게 바란 건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변화하려는 의지였다.
실수는 용납될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서서히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그 누구와도 함께 성장할 수 없다.
*오늘의 질문 *
: 당신은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실수를 감추거나 합리화하는 순간, 학습의 기회는 사라집니다.
성장하는 사람은 실수도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개선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실수 자체보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바꿨느냐입니다.
실수를 대하는 태도가 곧 당신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