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희 씨, 무슨 생각해요?>를 마무리하며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엄마를 보내고 2년쯤 지났을 때였어요. 우리 곁에 더 이상 엄마는 없는데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가는 세상을 보면서 많이 울고 욱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100세 시대라며, 다들 장수하는 세상이라더니 환갑 밖에 살지 못하고 간 숙희 씨 인생이 아까웠어요. 우리 엄마 진짜 재미있는 사람인데,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열심히 산 사람인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김 숙희’라는 한 사람에 대해 글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솟아났어요.
저는 좀 다른 집 딸들에 비하면 엄마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하는 딸이었어요. 친구들을 만나서 수다를 떨 때에도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라던가 “예전에 우리 엄마는 이럴 때-.”라면서 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말하곤 했지요. 그런데 이미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도 저는 똑같이 그러고 있더라고요. 마치 엄마가 떠난 적 없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만큼 숙희 씨가 남기고 간 즐겁고 소소한 시간들이 제 안에 차고 넘친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왕 엄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으니 아주 본격적으로 써보자 싶었어요. 그렇게 ‘숙희 씨, 무슨 생각해요?’를 시작했습니다.
에세이를 쓰는 것도, 브런치를 시작하는 것도 거기다 연재를 시작하는 것도 처음이었어서 좀 우왕좌왕하기는 했지만 매주 한 꼭지씩 엄마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쓰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 시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숙희 씨가 남긴 기록장들을 펼쳐보며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기분이 들더라고요. 내가 기억하는 특정 순간이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는 경험도 하고요. 90년대의 젊은 엄마와 2025년의 내 모습이 동기화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마치 상자에서 꺼내 먹는 알사탕처럼 추억을 음미하고 글과 그림으로 남겼어요.
‘숙희 씨, 무슨 생각해요? Vol 1.’에서는 숙희 씨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중점으로 펼쳐보았어요. 여느 동네 아지매와는 상당히 다른 엄마를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사실 충분히 다 묘사하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연재가 30화가 최대치인지 모르고 분량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고요. 아마 저 위에서 숙희 씨가 ‘제대로 더 써라, 써라.’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Vol 2. 에서는 엄마를 떠나보내던 2019년도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썼어요. 제 성격이 원래 밝고 유쾌하고 이상하게 웃긴 지점이 있는데 어둡고 슬펐던 시기의 글을 쓰려하니 마음도 힘들고 몸도 힘들더라고요. Vol 1. 과의 분위기도 너무 차이가 나는 건 아닌가 쓰면서 내내 걱정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5년이 지났지만 엄마와의 이별은 여전히 그 해의 말간 하늘처럼 또렷하고 생생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일조차도 힘이 드는가 봅니다. 다시 쓰게 된다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 상태에서 제 감정보다 숙희 씨를 중점으로 잘 써보도록 하려 해요.
가까운 사람을 보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저의 일상 안에 엄마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꾸 터져 나오는 울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화장터에서 숙희 씨의 아픈 육신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자유를 찾고 있을 때, 함께 기다리고 있던 고모가 이야기했어요.
“너무 많이 울면 돌아가신 분이 편하게 못 간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너무 많이 울지는 말자, 알았지?”
깊이 와닿는 그 말에 눈물을 줄이려 애썼던 기억이 나요. 내가 곧 자유로워질 엄마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되지 싶었지요. 하지만 원체 울보인지라 적당히 울지 못했고, 그러는 바람에 자꾸 제가 신경 쓰여서 엄마가 보러 오셨는가 봐요. 하하 다 큰 딸이 여전히 걱정을 끼치고 있네요. 그래도 하루하루 글 쓰면서 덜 우는 딸을 보며 지금은 좀 마음을 놓고 훨훨 즐겁게 다니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끝으로 어설프게 시작한 첫 연재를 틈틈이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매주 돌아오는 연재일이 끝나가는 야심한 시간에 아슬아슬 게시하는 몹쓸 짓도 너그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또 어떤 글들을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큰 경험과 배움이 되었으니 더 발전한 모습의 작가 해니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불가마 같았던 여름도 한풀 꺾여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들리는 8월이네요. 항상 건강 유의하시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모두 안녕히,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