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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Aug 26. 2019

효자아들은 없지만,  효자 아닌 남편도 없다.

시어머니의 딸이 되고 싶지 않다

효자(孝子) 아들은 없지만, 효자(孝子) 아닌 남편은 없다.


아들을 장가 보낸 시어머니의 입장에선 효자아들은 없다.

아니, 원래 내 아들은 효자였는데, 며느리 땜에 아들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허나,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남편은 결혼 전에 그닥 효자인 것 같지 않았으나, 결혼한 뒤 효자로 돌변했다.

이런 경우,

시어머니는 아들이 '변했다'고 하고,

며느리는 남편에게 '속았다'고 한다.


사실 우리 여성업계(며느리업계)에서 보자면, 효자는 결혼 기피 사유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세손가락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아는 지인 중 한분이 결혼초 겪었던 일이라며 하소연을 했다.


4형제 중 장남과 결혼을 했고,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님께 효도하지 않겠단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모시고 살진 않았으나 시부모님은 같은 아파트 옆동에 사셨다.

그런데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아침저녁으로 시부모님께 꼭 문안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지인의 신혼 집은 서울이요. 직장은 잠시 춘천이어서, 새벽에 나갔다가 밤늦게 귀가했다. 물리적으로 현실성없는 제안이었다.)

조건은 그뿐이 아니었다.

주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댁에서 지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신혼초부터 찌그덕거리며 다툼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남편은 포기하지 않았고,

아내 역시 맞서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겨루고 맞서다 결혼 30년.

평생 가족끼리 오붓하게 여행 한번을 가본 적이 없고,

늘 시부모님 시동생 가족들과 함께여야만 했다며,

30년을 시댁식구들과 한덩어리로 살았다고 했다.


주위에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다.

실제로 결혼 전엔 효자가 아니었다가, 결혼만 하면 효자 DNA가 자동 주입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해 전 신부의 하객으로 결혼식장엘 갔는데,

마지막 가족 사진 촬영 순서에서,

시어머니가 신랑의 팔짱을 낀 것도 모자라,

아들 어깨에 고개를 파묻다시피 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었다.

신부의 결혼생활이 녹록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심각한 고부갈등으로 2년만에 헤어졌다.


어머니에게 기혼인 아들의 불효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아들에게 서운한 어머니들이 쏟아내는 지청구는 한결같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다섯 아이들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혹시 나중에 나이먹어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하면,

'어떻게 키우시긴요. 막 키우셨죠.'라고 하렴.

그말에 내가 역정을 내거나 억울해 하면,

그땐 나를 '뇌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병원'에 데려가 다오."  


언젠가 울엄마 김여사의 지인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보낸 감사편지가 인상 깊어 소개한다.


"내 아들은 이제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됐습니다.

제가 살면서 혹시라도 내 아들을 내 남자인냥 얘기하면, 제대로 꾸짖어 주십시오.

네 아들은 이제 며느리의 남자라고."

현명한 시어머니다.


나는 또한 다짐한다.

아들들이 결혼해서 내게도 며느리가 생기면, 적어도 이 말은 절대 하지 않을테다

"내가 너(며느리)를 딸처럼 여긴다"


부부 교사인 친구에겐 딸이 둘 있다.

친정어머니는 편찮으셨고,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봐주셨다.

친구의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며느리도 딸'이라는 분이셨고,

친구는 진심으로 시어머니께 감사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내게 이런 하소연을 했다.

"시어머니께선 매일 아침 토마토 주스를 갈아주시는데,

그게 꼭 3잔인거야.

물론 3잔은 당신의 아들과, 손녀 둘의 몫이지."

토마토가 냉장고에 산처럼 쌓여 있어도 친구의 시어머니는

매일 아침 딱 세잔의 토마토 주스만 내오셨다.

남아도 며느리의 몫은 없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손녀의 입에서 들은 친정엄마는

그날로 토마토 한박스를 친구집에 사다주셨다고 했다.


오죽하면 '봄볕엔 며느리를, 가을볕엔 딸을 내보낸다'고 했을까?


시어머니의 딸되기?!!

며느리 입장에서 봐도

어떤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딸이 되고 싶을까?

굳이 가족기록부에도 없는 

'며느리를 딸처럼' 말고,

그냥

남의 집 '귀한딸'로 여겨주시면 안되실런지.


시댁과의 갈등을 격하게 겪는 친구나 후배들을 보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과연 부모가 바라는 자녀들의 행복, 결혼생활은 무엇인가?

흔히 말하는 '지들끼리만 잘살면 되지'

그게 정답일 게다.


나는  다짐한다.

며느리는 남의 집 귀한 딸로.

또, 아들이 결혼해 엄마인 나를 서운케 한다면,

(가령,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거나,

용돈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거나.

외식이나 여행을 갈때 아들내외 지들끼리만 간다거나.)


난, 그때가 되면.

나는 시어머니께 어떤 며느리였는지, 반추해보겠다.

내가 지금 아들며느리에게 원하는 만큼,

나역시 젊은날 시부모님께 그런 며느리었는지....


그리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던 '월급날, 남편이 낯선 여자에서 돈을 부쳤다'에서 처럼,

난 효자아들에 대해서는, 이런 조언을 하고 싶다.

본인이 효자가 되려하지 말고,

아내가 효부가 되게 하라.


아내에게 효부가 될 기회를 주되,

아내의 마음을 움직이려거든

처가집에, 장인장모님께, 먼저 예쁜 사위가 되라.


아내도 마찬가지다.

내가 예쁜며느리가 돼야, 남편이 예쁜사위가 되는 법.

(애많은김자까가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저 역시 노력하겠다는 다짐입니다 ^^)


하나 더. 우리엄마아빠에게 잘하는

예쁜남편과 아내에겐 과하게 칭찬해주고,

마음껏 생색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라.



애많은이피디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본전도 못찾을 말이었다.

"요보. 이왕 (시댁)해줄거, 기분좋게 해주면 안돼?

요보는 다 좋은데 결국 해줄 거면서........."

"뭐? 이왕 해줄거면 입닥치고 해줘라? 내가 왜?

내가 내 돈쓰고 내맘 쓰면서,

어머님아버님한테 생색내는 것고 아니고,

남편한테 생색내는 데 뭐? 것도 못해?

나는 생색학개론으로 전집도 낼 수 있는

대문자 O형이라고오~~~~~~~~!!

내가 생색을 내면 그냥 들어.

생색내는 거 듣기 싫으면, 먼저 칭찬을 하던가!!"


이상 효부 아닌 '애많은김자까'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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