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많은김자까 Nov 06. 2019

72년생 김00도 그랬다

영화는 안봤다.

책으론 작년에 한번,

올해 토론방송을 준비하면서 두번째 읽었다.


이 영화, 이 책을 두고

두고두고 갈등이 있나보다.

30대 중후반 이상의 여성들 대다수가 겪었고,

겪고 있는 사정이지만,

30대초반 이하 남성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외동아이 세대엔,

아들이라고 특별히 더 받고

딸이라고 특별히 덜 받지도 않았을테니. 


세대별 성별로 편갈라서 보기보다

그냥 누나 엄마 아내의 이야기로 공감하면서 읽고,

봐도 좋지 않은가? (특별히 이 소설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애많은김자까의 이름은 김00. 지영이만큼 흔한이름이다.

72년생 김00도 그랬다.

특별히 딸이라고 여성이라고 차별받았단 생각은 없다.

나의 일이라는게 대다수가 프리랜서 여성이기에

남성과의 비교도 불가하다.

삼형제의 첫째와 결혼한 합천맏며느리지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가사일을 떠넘기고 부엌떼기 시키는 그런 분도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온 한국사회는 말이 안되는 경우가 더러(혹은 자주) 있었다

여성을 향한 시선이 염치없거나. 때론 불결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신문값을 받으러 온 아저씨가

집에 너말고 누가 있냐며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다

어른을 발견하고 도망친일.

초등3학년때, 등교길에 좋은걸 구경시켜 주겠다며

억지로 끌고 간 꽤 늙은 아저씨가

바지춤을 내릴때, 죽어라 소리치며 도망쳤던 일.

(그 늙은 놈이 조두순같은 놈이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으랴)

중학교때 왠지 이유도 모를 일에 단체기합이라며,

56명 여중생들을 운동장으로 끌고나와,

팔꿈치로 엎드려 뻗쳐를 한시간 동안이나 시킨

노총각 음악선생이란 작자.

(당시 하복교복을 입었던 여학생 상당수가

상의속옷을 입지 않았다. 상상해보라. 헐렁한 투피스 치마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엎드려뻗쳐 자세)

팔꿈치에 모래알이 박혀 피가 흘렀고,

한시간 동안 그선생은 앞뒤옆에서 고통에 일그러진

56명 소녀들을 내려다봤다.


중2 길음동 버스정류장 앞에서

마스크를 쓰고 날 주시하던

고딩 정도 녀석이 만원버스에 따라타고,

손잡이 위, 내 손을 감싸쥐고

여기저기 더듬을때

소리도 못지르고 식은땀만 흘리다

출발하는 버스에서 뛰어내렸을 때,

먹잇감을 놓쳤다는 듯 쳐다보던

버스안 녀석의 더러운 눈빛.


여고시절?

겨드랑이 안쪽살을 꼬집던 그 선생의 행동이

추행인지, 인지도 못했고.

야자시간 상담하러 내려오래서 교무실에 갔는데,

나체상태서 이불덮고 있던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며, 감상평을 강요하던

도저히 스승이라 불러줄 수 없는 담임미친X.


여고시절 꽤 존경했던 담쌤을

대학가서 찾아뵀는데,

다음 약속을 굳이 다짐 받으며,

불륜의 온상지 수풀진 동네서 만나쟤서, 바람맞힌 기억.


바바리맨?그정도는 감흥도 없다. 등교길에 매일봤고.

찌질한 새끼 욕해주면 쪼그라들던 찌글이들이니...(그쯤이야)


지금도 몸이 오그라지는 일은

대학 3학년? 비오는 저녁 성가연습하러 가는 길,

어디서부터 따라온 놈인지,

어느 골목길에서 날 끌고 폐가로 가는 놈을

성당동기 녀석이 우연히 발견하고 구해줬던 기억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노래방서 난잡하다 난잡하다 그런 난잡 꼴을 처음 목격하곤,

술자리에 되도록 끼지 않고.

술자리라도

지인과의 자리가 아니면 밤9시를 넘기지않고.

옆으로 가오거나 시덥잖은 농담에는 칼같이 단호하니.

그때부턴 오히려 추행이라는 위험과 역겨움으로부턴

자유로워졌었던 것 같다.


언젠가 회식 끝에

모 연사가 블루스를 치잔 요구에

확 인상을 쓰니,

"김자까는 너무 비싸게 굴어. 그냥 한번 춰줘라" 했던 건

남자가 아닌 동석한 여자였고. 

"블루스 치다 토할까봐요. 비위가 약해서"


지금은 애많은김자까가 어떤 사람인지들 웬만큼 알고.

까칠하기로 악명높으니,

더러워선지 무서워선지

알아서들 거리를 두는데.

꼭 눈치없는 서넛, 처음보는 서넛이

한번 찔러나 보잖 개수작을 하다

내 레이저같은 눈빛과

회칼같은 한마디에 살발리듯 쪽들 팔리시고.


그렇다고 남자가 적이냐면

그건 아니다

나의 사랑하는 아빠도 오빠도 남편도 아들도 다 남자니깐.

그리고 훌륭하고 존경하는 수많은 남성들과

내가 아끼는 수많은 동료들 연사들 상당수가 남성들이니.


잘못 교육받고,

잘못 자란 덜떨어진 못난남자들 탓에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지인 남성들까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건, 부당하다.


추행이라는 단면만 열거했지만,

72년생 김00도 이랬습니다.

애많은김자까가 특별히 죽도록 이쁜것도 아닌데요.


그래서 그냥

공감차원에서 봐도 좋을 얘기가 아니겠냔 겁니다.

82년생 김지영을요...


덧. 자꾸 애들에게 '다움'을 강요하지 말자구요. 남자니까 이러라고. 여자니까 저러라고.


이전 19화 너는 되고, 나는 안되는 '휴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