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중학교 2학년 3호의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방과후도 아니고 이 시간에 담쌤의 전화라니?
전화의 목적은 두가지 중 하나일테다.
'다쳤거나' '사고를 쳤거나'
여기서 사고는 쌈박질일텐데,
비리비리한 3호가 줘터졌으면 터졌지
누굴 때려서 사고를 칠 녀석은 아니다.
다소 대담한 나로서도 아침 담쌤의 전화는 조금 긴장됐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어머니"
선생님의 전화용건은 이러했다.
방학때 영어캠프를 하는데, 3호가 참여했으면 한다는 것.
선생님께선 망서리며,
"어....머....니....이번에 정헌이 중간고사 성적 알고 계셔요?"
"네 대충요"
"정헌이가 다른 건 다 잘했는데..(딱히 그렇지도 않다)영어가....혹시 영어점수도 아세요?......."
"네. 61점 인가?"
"아(대충 알고 계시네요)....58점"
"그래도 중간고사때보다 7점이나 올랐네요. 호호"
"(전화기 너머.......말잇못)"
애가 영어 점수가 58점이라는데, 이 어머니보소....중간고사때보다 올랐다시는...
이 어머니의 클라스는 무심함인가? 대범함인가?
중2 3호는 아직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예체능 제외)
3호뿐 아니라, 우리아이들 누구도
중2 전에 사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1호는 중3 5월 처음 수학학원에,
그해 12월에 영어학원에 처음 등록했으며,
2호 역시, 중2 언저리에 처음 영어 학원을 다녔었다.
(고1 현재, 수학 과외만 한다)
대체 왜냐고 묻는다면,
대체 왜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하겠다.
요즘 중1은 자유학기제라, 1학기 기말고사 한차례말고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3호는 그때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끝에서 다섯번째.
그나마 전교가 아닌 반끝에서 다섯번째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이가 그정도면 학원이라도 보내지 그랬냐며
질책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부는 하란다고 되는 게 아니다.
녀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공부를 향한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지만, 동기부여만 된다면,
단기간에 높이 튀어오를 수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2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본인의 베스트, 5분의 1도 하지 않았지만,
영수를 뺀 과목에서 평균 95점을 맞았고, 반 등수로는 뒤로 15명이나 거느리게 됐다.
(4명에서 15명이라니) 장족의 발전이다.
문제는 영수였다. 수학은 66, 영어는 51점.
나는 물었다.
"영수 점수가 왜 이렇다고 생각하니? 학원에 안다녀서?"
"아뇨"
"그럼, 사교육 없이 한번 더 해볼까?"
"네"(애많은 우리 집, 1호 누나가 재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마저 학원에 다닐 순 없단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기도 하다.)
역시나 이번에도 본인의 베스트를 다하지 않았지만,
시험기간 반짝 공부를 한 결과 기말고사에서, 수학은 83점. 다른 과목은 평균 95점 이상을 받았다.
그리고, 영어 58점.
녀석은 영어 시험을 본 날, 집에 와서 아이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열심히 했다고요."
"아니, 그렇지 않아. 저번보단 열심히 했지만, 엄마가 보기에 넌 최선을 다하진 않았어. 그래도 괜찮아. 올랐잖아. 너 어차피 과고갈거 아니고, 영어점수 때문에 외고도 안돼. 자사고는 뺑뺑이고. 그런데, 중학교 내신 어따 쓸래? 2학기 중간고사 영어점수 목표는 75점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