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홍색가방 Jul 14. 2020

몰래카메라인 줄만 알았던 신춘문예 당선 이야기

- 신인 시나리오 작가 집필 일기, 두 번째 질문 -

2018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

그날은 내게 하루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한 날이다.


그날은 매우 추웠다. 그 당시 공연장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겐 오랜만의 휴일이었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 쉬지만, 성수기인 크리스마스가 있었기에 월요일이 아닌 수요일, 크리스마스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다. 8일 만에 돌아온 휴일은 더 오랜만에 온 휴일처럼 느껴졌다. 그 당시의 나는 정말 쉼 없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선택했다. 휴학을 시작한 여름방학 때부터 공연제작사 마케팅팀에서 일을 시작했고, 3개월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마자 공연장에서 주 6일 근무를 시작했다. 쉬기 위한 휴학은 아니었다. 치열하게 내 방향성을 찾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휴학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그만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시험 보는 일이 지겨워졌었다. 새로운 지식을 교수님들의 강의로 학습하는 건 좋았지만 평가받기는 지겨워진 시기였다. 꽤 꾸역꾸역 4학년 1학기를 다녔다. (휴학 후 돌아온 4학년 2학기를 더 꾸역꾸역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열심히 대학교 생활을 했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졸업을 하려고 보니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취업을 한다면 어느 분야에서 일해야 할지가 막연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이었고, 대학생 때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나’ 덕분에 공연제작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내 별명 중 하나는 헤르미온느였다. 해리포터 사랑해요!) 그 인연으로 공연장에서도 일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인연이라는 것이 묘하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공연장 근무 중 보이던 야경

다시, 2018년 12월 26일로 돌아와서, 그날은 함께 일했던 분들이 진행하시는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에 간 날이었다. 대중교통으로 인천 송도에 있는 북카페로 향했다. 바람이 엄청 세게 불어서 롱 패딩이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도착한 그 카페는 참 따뜻했다. 그날은 김영하 작가님의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신기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김영하 작가님의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님이셨으니까.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아는 작가님이셨으니까. 작가의 글은 홀로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작품은 그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작가는 작품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작가의 꿈은 살짝 미뤄두고 취업을 생각하고 있었으니 언젠가 나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잠시 했던 것 같다.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함께 일했던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는 홀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참 바람이 거셌고, 그 밤길엔 사람도 없었다. 따뜻한 곳에 있다 나와서인지 더 춥게 느껴졌다. 갈대밭 사이, 아직 개발이 덜 된 듯한 시가지를 홀로 걸었다. 진짜 추웠다.

어느 날 집에 가는 밤 지하철 안, 나 홀로였다.


“OOOO신문 기자 OOO입니다. 제가 왜 전화했을 것 같아요?”     


장난기가 가득했던 기자님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정말 무슨 전화인가 싶었다. 왜 전화가 왔는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냥 반문했던 기억만 난다. ‘예?’라고 말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그 외로운 길에 기대한 적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금 심사가 마무리되었는데요. 오래 기다리셨을 것 같아서 전화드렸어요. 신춘문예 당선되셨습니다!”     


그때는 지하철 안이었고, 정말 놀라면 소리도 안 나온다. 기자님은 나중에 되게 덤덤하게 답해서 놀랐다고 하셨다. 사실 그때 심정을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의 장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컸다. 누가 내가 그 신문에 신춘문예 투고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장난 전화를 하는 거라고, 당장 내일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말에도 나는 알겠다고 답하며 생각했다. 내일 신문사에 인터뷰를 하러 갔는데 ‘아, 그런 연락은 드린 적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다.     


정말 간절하게 기다린 소식은 그마저도 상상일까 두려워진다. 그리고 진짜라는 기대가 날 다치게 할까 봐, 한참 동안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 연락이 잘못 온 것이라고 말이다. 그때 아쉬운 것은 더 열렬하게 기뻐하지 않았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내 기회가 되었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

동시에 참 얄궂다고 생각했다.     


휴학을 하면서 한 작품을 완성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번 기간까지만 써보고 글은 나중에 쓰자는 결심을 한 시기이기도 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작가를 꿈꾸며 떨어진 공모전만 크고 작은 거 합쳐 200개 정도 된다. 그리고 수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한참 떨어지며 나에게 재능이 없나 싶을 때, 하나씩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그 소식은 다시 나를 글 쓰게 했다. 당선 가능성은 한 1% 정도. 내 미래를 걸기엔 참 적은 가능성이었다.


늘 기회는 찔끔찔끔 찾아왔다.

완전히 포기하지도 못하게, 감질나게,

그리고 기다려온 큰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 뒤엔 영화사와의 계약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에 대한 작은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작년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질문

Q. 여러분에게 찾아온 소중한 기회는 무엇이었나요?

이전 02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