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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색가방 May 23. 2019

Avengers assemble!

-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스포일러가 가득할 예정입니다.)


드디어 다 뭉쳤다. 어벤져스들이 사라졌던 모두가 다시 돌아왔다. 타노스라는 우주 최고 빌런을 상대하기 위해 어벤져스들이 다시 돌아왔다. 11년 간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이제야 한 편이 끝난 모양이다. 가슴 한 편이 아쉽다. 히어로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나도 돌이켜보니 참으로 좋아했던 모양이다. 아쉬운 작별,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 아직까지는 작별에 대한 아쉬움에 가득 젖어 있겠다.



11년 전, 아이언맨이 화려하게 문을 연 마블의 세계관의 시즌 1 아이언맨이 세상을 떠남으로 인해 종료됐음을 알린다. (이미 첫 줄에서 스포일러를 해버렸다...ㅎㅎ;) 지난 4월 말, 개봉 후 2주 차에 관람을 했는데 그전까지 스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참 많이도 애썼다. 어벤스 이야기를 하지 말아 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이번 어벤져스가 개봉했을 당시에 암표가 거래될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마음으로 어벤져스 시즌 1에 대한 작별인사를 해보고자 한다.


  


히어로 영화들에게는 영웅소설에 대한 전형성이 부여되어 있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조가 한정적이다. 영웅의 탄생(비범한 출생)-시련과 고난-조력자의 등장-영웅의 업적까지. 꽤나 간단한 구성이고, 이러한 구성이 지속되어 가는 것은 창작자들의 게으름이 아니라 영웅, 히어로 장르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히어 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구성을 똑같아도, 그 흐름을 따라가는 캐릭터들의 성격, 과거 서사, 가지고 있는 가치관 등이 서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게 한다. 마블은 그러한 캐릭터들의 힘을 코믹스부터 끌고 와 시네마 유니버스에서 활짝 펼쳤다. 아이언맨의 경우,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양면적인 모습을 극대화한 캐릭터다. 제작진 역시 그러한 기획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무기로 돈을 번 억만장자에 거만하며, 주위 사람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던 그가 가장 이타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대의를 완성시켰다. 이는 시리즈 자체에서의 성장이면서도,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의 성장 드라마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어떠한 인물의 성장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성장이 긍정적인 방향일지, 부정적인 방향일지에 따라 장르는 변화하겠지만 우리는 매번 영화를 통해 인물의 성장을 마주한다. 어벤져스는 하나의 세계관에서 여러 히어로들을 출연시키며 세계관을 엮고, 단독 영화들을 통해 성장을 선보였다. 관객들의 입장에서 키운 정이 들 수밖에 없다.(이건 정말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는 영화표를 구매함으로 인해 투자한 것이다. 우리가 키웠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러한 성장을 완성시켜온 마블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번 어벤져스의 첫 번째 시즌, 원년멤버 주축의 영화가 막을 내리면서 우리는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과거 영웅들에 대한 향수를 갖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는 좋았지만 팬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팬심을 빼고 보면 아쉬운 영화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학생 때부터 이어온 시간들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는 것은 그 시절의 막이 내린다는 의미이기에 이 영화가 뜻깊어진다. 그리고 어벤져스라는 영화가 가진 상업성과 화려한 액션 등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말고 나는 이 영화에서 "연대"를 본다.



힘을 합친다는 것의 의미,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가치관을 가졌으며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다 다른 영웅들이다. '어벤져스'라는 세계관은 그런 영웅들을 합침으로 인해서, 영웅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힘을 합쳐야 대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에게는 동료가 필요하며, 팀이라는 가치에 대해 영화는 꾸준히 말해주고 있다. 단순히 영웅들을 하나의 사건으로 엮었다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꾸준히 영웅들의 인간성, 그리고 외로움을 전달하며, 다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흔히 우리말로 '복수자 연합'인 이들의 행보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을 그렇게 힘을 합쳤을 때 빛이 난다.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 "Avengers Assemble"처럼, 우리 모두에게 힘을 합치면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음을 선보인다.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고 나서 기자님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에 나는 "하나의 일을 여러 명이 함께 성취해 가는 게 정말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작품을 쓰고 싶다"라고 답했다. (정확히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옮겨 왔다. 인터뷰 동안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초등학교 때, 과학영재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조별과제가 하나 있었다.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 같이 힘을 합쳐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출물을 냈어야 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창의산출물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그때, 우리 교육원 조 내에서 대표로 참가할 조를 결정하기 위해 조별 발표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때의 나는 꽤나 용감했는지 같은 조 친구들과의 소통 부재로 모든 걸 혼자 준비해서 혼자 발표까지 했다. 이 사실을 담당하셨던 선생님도 알고 계셨다. 같은 조 친구들은 따로 무언가를 준비하지도 않은 채, 당일 교실에 왔다. 선생님의 설득으로 내 아이템을 중심으로 같은 조 친구들과 함께 대표로 뽑혀 산출물 대회에 참여했고, 수상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지금의 나라면 같은 조 친구들을 달래서라도 끝까지 같이 했을 것이다라는 부분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 나 역시 그 친구들과 함께 하려고 충분히 노력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저 마음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마음 맞추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난 홀로 하길 선택했다.


 내가 성장하면서 배운 것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힘들다.'와 같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맞추고, 같은 목표로 달려가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이 연극 공연을 준비하기도 하고, 여러 친구들과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하면서 세상은 혼자 살고 싶을 때가 많지만 혼자 살 수는 없는 곳임을 절실하게 느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극 동아리에서 공연을 마치면서도 하나의 무대를 세우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를 쓰자고 다짐했다.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일'은 언제나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모두 서로 이해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우리의 곁을 떠난 세 명의 영웅들을 떠올린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어떤 리뷰 댓글에 이러한 정말 머리를 탁 치게 하는 댓글이 있었다. '가장 이기적이었지만 가장 이타적인 죽음을 맞이한 아이언맨, 가장 대의를 쫓았지만 가장 개인적인 끝을 맞이한 캡틴 아메리카, 가장 이성적이었지만 가장 감정적으로 끝을 선택한 블랙위도우.'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함께한 시간 동안 어느새 그들은 서로 비슷해져가고 있었다. 다르지만 그들이 향하고자 하는 길이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저 평범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을 그들은, 영웅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을 같이 걷는 동료들을 통해 대의를 이뤄냈다. 그 과정, 그 결말이 내게 인상 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올해 7월에 개봉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그리고 블랙위도우의 솔로 무비를 기다린다.




바로 어제 브런치 무비 패스로, 오늘 개봉하는 영화 '김 군'을 봤다. 김 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호칭이 영화의 제목이라는 것에 우리는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5월 광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냈다. 우리들은 그렇게 영웅들을 봤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무언가를 이뤄낼 힘을 가질 수 있다.


우리 모두 영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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