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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Jan 17. 2024

몸을 부딪힐 것, 쿠팡처럼 말고.

낯선 약국집에 앉아서 펑펑 울 때, 위로해 주는 약사분

서로 마주 보고 권투 폼을 잡는다.


오늘은 위빙을 했다.


잘 모르는 젊은 친구랑 둘이 마주보고 폼을 잡고 있으니까 참 민망했다.

권투 폼 잡고 서로 쳐다보는 시추에이션이 쩝...


왼쪽으로 몸을 U-영어의 '유'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왼손을 뻗는다.

오른쪽으로 또 U자처럼 움직이고 오른손을 뻗는다.

이럴 때 스탭을 잘 잡아야 한다. 허리, 골반, 허벅지의 자세를 일일이 체크하면서 손을 뻗었다.


관장님은 위빙과 스탭, 가드 잡는 것을 위해 무언가를 특별하게 설치하신다.


뭐지?

빨랫줄이다.

빨랫줄을 벽에다 연결해서 주욱 걸어 놓는다.

왜 빨래 줄?  


빨랫줄 사이로 살짝살짝 몸을 숙이면서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거다.

빨랫줄은 펀치와 가드에 대한 기준점이 돼서 획기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법이었다. 쩝.


처음에 젊은이와 나는 서로 민망하고 어색하게 연습을 하다가

나중에는 땀이 나고 진지해져서

서로 미소를 보냈다. 씨익~



권투는 몸과 몸을 부딪히는 운동이고, 서로 마주 보는 운동이었다.


마주 본다는 의미는 또 다른 나를 보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의 폼을 보면서 나의 폼을 교정하는 것과 같고,

나도 젊었을 때, 뻘짓하지 말고 권투나 배우고

나를 위해 시간을 쏟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과 사람은 마주 보아야 한다.


사람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힘들거나

위로를 해줄 필요가 있을 때

기꺼이 도와준다.


내가 아는 사람의 일화이다.


사실 처음 간 집은 아니고, 그저 가끔 찾아간 약국이었다고 한다.

너무나 낯선 도시에서,

그날은 너무 서러워서

약국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서 엉엉 울었다고 한다.


약사분은 그에게 위로를 해주고

이후,

괜찮은 작은 집 월세방도 알아봐 주고, 기타 생활 시설도 알려주었다고 한다. (지금은 잘 산다. 딸도 유학 보내고..)


우리의 우울증과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온라인이 갖지 못하는, 무인점포가 해결할 수 없는 집들이 있다.


쿠팡이나 여러 가지 온라인 마켓으로 편리하게 물건을 산다.

참 편하다.

그러면서 맛집 찾으러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고, 인스타에 올리고 리뷰 달기 바쁘다.


그런데 자신의 동네에 아는 맛집은?

고작 찾는 게 "제주 현지인의 추천 맛집"이지만 정작 자신의 마을은 있는가?


내가 다니는 집에서 최소 5년 이상 운영한 동네 맛집, 이발소와 미용실, 반찬가게, 지물포, 전파상 가게를 적어보자.


거기서 인사를 하던지 최소 눈인사 정도 하는 집들이 있는지 적어보자.


재건축은 작은 상점과 가게를 밀어버린다. 동시에 추억을 밀어버린다.

다행히 부동산 침체여서 재개발이 안돼서 다행인 건가? 뭐 나야 상관없으니까.


동네에 눈인사라도 목례라도 할 수 있는 집을 찾기를 바란다.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

그게 당신의 마음 감옥에서

또는, 우울의 늪에서

두려움의 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지만 큰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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