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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Jan 22. 2024

힘을 빼고 가볍게 치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과 같다.

당신의 앞으로 그릴 그림에 행복이 늘 가득하길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중간생략)
...
"태초에 그림이 있었다".
과학은 일단 공학자 마음속에
이번 대상의 그림이 그려지고 난 뒤에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며,
그 인공물에 뒤따라 적용되는 것이다.
(연필 /헨리페트로스키, 서해문집)


제목은 맞고만 살았던 내가 권투를 입문했다..라는 뜻으로 지었다.


정말 맞고 살지는 않았다.


살면서 후회하는 것도 있고, 그때 한 대 때려줄 걸 하는 꼬맹이 같은 분노도 있다. 그리고 괜히 억울한 것들이 생각나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또 가만 보면... 누릴 것 다 누리고 호의호식하고 살았다고 할 수 도 있겠다.

(지난달에 나의 지도교수님이... “넌 정말 평생을 편하게 살아갔고 쯧쯧..... ”,,,이렇게 말슴하셨다. 쩝.. 아니라고욧!!!)


그래도 샌드백을 치면서 가끔 과거를 떠오르기도 한다.


샌드백을 칠 때는 세게 때리지 말고 툭툭 원투 원투 가볍게 쳐야 한다.

가볍게 가볍게

괜히 과거가 떠올라 홧김에 세게 치면 손목만 아프다.


몸에 힘을 주고 긴장을 하니 뻣뻣해진다. 그리고 흥분하고 과거의 분노도 떠오른다. 확!! 이 자슥들 !!


힘을 빼고 가볍게 치는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과 같다.


육체에 힘을 빼는 게 먼저여야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


가볍게 원투 원투 뒤로 갔다가 앞으로 갔다가 자세는 낮추고 원투.. 카운트 펀치!!!

이렇게 치는 것이다.


홧김에 과거의 분노로 친다면 손목만 다친다. 손목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우울증에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실제로 맞고 산 것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지난날의 후회, 섭섭, 간헐적 억울함 이런 것들을 비주얼로 표현하고 시각적으로 지은 것인 "맞고만 살았던"이다.


어떤 이미지를 간결하게 그려내는 것을 '그림'이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이론을 글로 표현해 내기 전에 '연필'로 먼저 상상하고 그림을 그려보면서 구체성을 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책 '연필'을 첫머리에 인용하였다.


이제 과거의 이미지를 '맞고만 살았던'이라고 했다면, 앞으로의 그림은 '때려주는 미래'나 '어퍼컷을 날리는 미래'가 아니다.


이제 그림은  '행복하고 진취적이고 건강하고 엘레강스한 뭐 그런 거 '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앞으로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실제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는 거다.


벤틀리... 시그니엘... 조르지오 알마니 슈트..


아니 아니.. 아직 나는 속세에 찌들고, 물욕에 벗어나지 못했구나...에이멘,,,아멘...반야바라밀....

다시 다시..


가만히 앉아 그림을 그려보자.

내가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본다.


먼저 얼굴은 늘 밝고, 사람들에게 온화하며, 쫓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발표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

작은 집이라도 창밖에 나무와 풀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괘이치 않고 방안에 꽃을 두면 된다.

비굴할 필요도 없고 부탁할 필요도 없지만 늘 기꺼이 도와주는 삶이어야 하겠다.

그리고 맛있는 건 있어야 돼. 커피. 막걸리, 와인, 치즈, 정말 맛있는 쌀, 잼, 김치 이런 건 풍족해야지.


그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편안하게 해야지.

그림을 그려본다.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내 육체에 힘을 준 권투가 사랑스럽다.


다시 한번,

육체에 힘을 뺄 수 있어야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다. 그래야 펀치를 세게 친다.


원투원투 뒤로 앞으로 원투 카운트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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