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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이나 Dec 20. 2023

엄마는 그럴 수 있구나

충격이었어.. 정말

한 가정에 딸로 태어나 엄마의 외도를 목격한 사람들은 많을까. 엄마의 다른 면을 발견한 딸의 마음은 어떨까.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우리를 두고 어떻게 다른 남자하고 그럴 수 있지? 당신이 진짜 엄마야? 이때까지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키운 거야? 나 7살(추정) 동생 4살이었던 어느 날 나는 엄마의 외도를 목격했다. 아빠가 야근을 하던 어느 날 엄마가 윗집 아저씨하고 간통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그것도 단칸방이었던 우리 집에서 말이다. 심지어 바로 윗집에는 그 남자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냥 그게 나쁜 짓인지 알았던 거 같다. 충격을 먹어서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크는 내내 나의 뇌리에 깊게 박혀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혔고, 찾아서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용서할 수가 없었다. 7살에는 그저 뇌리에 박혀 있던 기억이 나이가 들면서 엄마가 했던 게 무엇인지 깨달아 가면서 배신감은 날로 날로 커져만 갔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났고, 더럽고 추악했다.


하지만 그때는 사건 이후에도 7살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일상을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경남 양산으로 이사를 갔고, 나는 동네 아이들과 나무도 타고,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들로 산으로 곤충 채집을 하러 다니면서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다. 동생 손을 잡고 다니면 어른들이 "아이고, 동생 손을 꼭 잡고 다니네. 착해라~"하며 칭찬 듣는 게 너무 좋아 더욱 동생을 챙겼다.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메뚜기를 잡아 아궁이에 넣어 볶아서 먹기도 하고, 개구리도 잡으러 다니면서 여느 시골 아이라면 할만한 재미난 체험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때 엄마의 표정은 항상 어두웠었다. 엄마와 웃으면서 대화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경남 양산에서 그렇게 얼마간 지내다 어느 날 나는 아빠의 손을 잡고, 엄마는 동생의 손을 잡고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우리한테 어떤 한마디 말도 없이.. 두 사람은 서로 인사도 하지 않고 아이 한 명씩을 맡곤 헤어진 것이다.


아빠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기 전 명절에 다시금 엄마를 욕하면서 말했었다. "너네 엄마는 나이 어릴 때, 시집와서 그 짓을 하고, 네하고 동생 말고 다른 애기도 임신했었는데 지웠을 기라~ 내 몰래. 그게 사람이 가 짐승이가" 술만 마시면 반복해서 하는 한숨... 아빠는 정말 너무 크나큰 상처받은 얼굴로 한숨을 푹푹 쉬면서 고개를 떨구곤 하셨다. 나도 그런데 아빠는 오죽하겠나. 아무리 사랑 없이 결혼했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지 말입니다. 그렇구나. 엄마는 그럴 수 있구나... 지금은 그저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5살 딸아이를 바라볼때면 문득 생각납니다. 나는 이 아이를 버려두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엄마는 그럴 수 있는 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면 내가 낳은 아이를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다른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건가. 나는 유니를 못 보게 되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 엄마는 나를 낳을 때 나보다 훨씬 어렸었지 20대 초반 한창 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은 나이에 나이 많은 노총각에게 떠밀리듯 시집을 갔다고 하니, 엄마는 그 시절 흔히 발랑 까진 애들을 통칭하는 날라리였다고 했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억지로 30살의 노총각이었던 아빠한테 떠밀듯 시집을 보냈다고 했다. 그랬구나..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들이 아니라서 버릴 수 있는 거였구나. 그러면 아빠랑 결혼하지 말지... 우리를 낳지를 말지... 동생 손만 잡고 택시를 타고 가버리는 엄마의 뒷모습은 아직 생생하다. 벽화에 그려져 사라지지 않은 고대 유물처럼 또렷하게 박혀있다. 나는 아픈 상처를 어디에서 위로 받지도 못한 채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엄마와 동생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엄마 껌딱지를 두고 가버린 그 여자.. 그런데 왜 지금도 그리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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