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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지 Sep 06. 2024

양궁과 자세 #02 노킹

노킹(nocking):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요즘은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고무줄을 이용해 올바른 자세로 활 당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양궁장에서는 고무줄과 활을 번갈아가며, 그립 - 셋업 - 앵커를 반복해서 연습한다.


얼핏 보면 반복되는 연습으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나를 도와주는 장비를 하나씩 추가하거나, 양궁에서 쓰이는 언어를 습득하고, 자세 속 미세한 감각을 터득하는 등 다양한 모양의 배움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집에서는 고무줄




➹ 오늘의 양궁언어 - 화살의 방향 읽는 법

양궁인들은 방향을 이야기할 때 시계를 빗대어 말한다. 과녁에 꽂힌 화살을 말할 때가 대표적이다.


3시 9점!이라고 말한다면? 과녁의 노란 영역 안에서 오른쪽(➍번 방향)에 가깝게 맞았다는 뜻이다.

이 이미지에서 ➊-➍ 방향으로 화살이 위치할 경우 각각 아래와 같이 화살을 읽으면 된다. (자세에 따라 상-하 / 좌-우로 향하는 경우가 겹쳐져 있어서, 순서는 상하좌우로 배치했다.)

➊ = 12시 방향 = 화살이 위로 떴다

➋ = 6시 방향 = 화살이 아래로 쳐졌다

➌ = 9시 방향

➍ = 3시 방향


응용버전! ➊과 ➍ 사이는?

정답: 1시~2시 방향!




➹ 과녁을 보며 내 자세를 유추하는 법 - 결과를 통해 과정을 되돌아보기

올바른 자세와 일정한 앵커가 중요한 이유는 자세에 따라 화살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계속 강조하시는 건 10점에 맞지 않았을 때 결과에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내가 방금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체크하고 다음 화살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다.


오늘은 과녁을 보며 내 자세의 문제점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실전에서는 조준을 잘못했거나, 2개 이상의 자세의 문제가 겹쳐지는 등 다양한 영향들이 중첩되어 있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아직 시작하는 단계니까 감각을 섬세하게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아주 단편적으로, 그리고 지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그립 - 셋업 - 앵커의 과정에서 유추할 수 있는 간단한 이유를 몇 가지 알고 있으면 좋다고 했다.


앞으로는 화살을 쏘면서, 과녁에 화살이 닿았을 때 결과를 향하는 동안 내가 쌓은 자세에 대해 계속 감각하고 돌아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노킹(nocking):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노킹은 화살을 현 줄에 끼우는 과정을 말한다. 화살을 올바른 방향으로 끼우고, 올바른 위치에 두는 일은 전체과정을 두고봤을 때 크게 신경 써야 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은 아니다.


그런데 실수로 노크를 틀린 방향으로 끼우거나, 화살을 레스트 위에 제대로 두지 않고 쿠션 위에 두고 쏴버리는 실수를 해버리면 화살이 아주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린다.


작은 자세가 모여 만들어진 한 발 한 발이 쌓여 결과로 이어지는 운동인 만큼 각 자세를 취할 때 공들이고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삶 속에서는 과정이 결과로 이어지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작할 때 올바른 위치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작은 것들이 모여 중요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자주 까먹게 되는 거 같다.


오늘의 내가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가, 일의 디테일을 챙기는 섬세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서 내가 되고 그게 프리랜서인 나에겐 또 다른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양궁을 하며 화살이 꽂히는 찰나의 순간, 방금 전 작은 자세 하나가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마주하며, 일에서의 자세를 다시 또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결과를 결과로서만 존재하게 두지 말고, 내가 지나온 과정에 어떤 것들이 부족했는지, 보완할 건 없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도구의 하나로 쓸 수도 있다는, 너무 당연해보이는 일에서의 태도를 운동의 과정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게 재밌고 신기하다.




➹ 오늘의 필기

양궁노트에 그린 그림. 이 때는 선생님이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던거 같다ㅋㅋ 반복하면 된다고 하셨으니까 일단적자! 하고 적었던 날의 메모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가 됐다.
➊ 그립에 손이 착! 감기는 감각을 익히는 중이다. 잡는다는 느낌보다는 눌러준다는 느낌이 더 맞는 듯! 이때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은 허공에 떠 있고 손바닥은 아래로, 내 시야에서 손등의 각도가 45도가 되도록 한다.

➋ 셋업을 할 때는 오른팔이 내 얼굴 앞을 지나면서 올라갔다가 앵커 위치를 향하며 내려갔다가 견갑골을 모으면서 팔꿈치가 뒤+위로 향하게 당겨준다.

➌ 앵커는 너무 위나 뒤쪽으로 가지 않도록 신경 쓴다. 일정한 게 중요하다!

➍  고무줄로는 자세가 잘 나오는데, 활만 들면 자세가 엉망이 되는 이유는, 18파운드를 견디지 못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➎ 그래서 달려있던 스테비를 떼주셨다. 그러니까 손목에 힘이 덜 들어가는 느낌이다!

➏ 선생님이 파운드를 낮출지도 고민하셨는데, 파운드를 낮추고 싶지는 않아서 18파운드에 익숙해져 보기로 했다.

➐ 고무줄에는 그립을 빌려달았다. 고무줄을 당기면서도 그립을 잡는 자세에 익숙해질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 양궁의 자세

양궁은 발사선에 서서 활을 쏘기까지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➊ 스탠스(stance): 발사선에 서기
➋ 노킹(nocking): 화살을 활줄(현)에 끼우기
➌ 그립(grip): 활의 핸들을 손으로 밀기
➍ 후킹(hooking) : 활의 현에 손가락 걸기
➎ 셋업(set up) : 활이 표적 방향으로 향하도록 팔을 들어 올리기
➏ 드로잉(drawing) : 미는 팔과 당기는 팔의 균형 유지하면서 현 당기기
➐ 앵커(anchor) : 턱 아래에 손 고정시키기
➑ 풀드로우(full draw) : 표적에 조준한 채로 릴리즈 동작까지 집중하기
➒ 릴리즈(release) : 화살을 손가락에서 풀어주기
➓ 팔로스로우(follow through) : 릴리즈 한 (오른) 팔의 힘 이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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