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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힘내어 도착한 곳이 꼭 낙원은 아니다

by 부르크쓰 Feb 21. 2025

쉴 새 없이 달려야 했어요. 

대한민국은 무서운 곳이었거든요. 


명문대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자가 됐고, 

대기업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자가 됐어요. 


렇게 부적응자 딱지가 붙어 

음지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어요. 


‘노력’이라는 말로는 부족할지 모릅니다. 

스스로를 갈아 넣고, 

필요할 때엔 자신을 바꾸며 쓸모 있는 사람이 돼야 했어요. 


그렇게 십수 년을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도착한 제 손에는 대학 졸업장을 쥐어줬고, 

목에는 사원증을 걸어줬죠. 

이제 앞으로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무서운 일이 펼쳐졌어요. 


바로 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걸 깨달아버린 거예요. 


사회의 기준에 맞추는 동안 저는 

어느새 정체성이 결여된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연수 때 만났던 남자의 저주였던 걸까요? 


저는 직장과 집만을 오갈 뿐, 

뭘 좋아하는지, 삶에서 무얼 이루고 싶은지 알지 못했어요. 


기껏해야 스스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카페에서 무슨 음료를 좋아하는지나, 

TV 프로그램 중 뭐가 재미있는지 정도였어요. 


자신이 어떤 것들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는 

조금도 알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SNS에 올린 사진을 남들이 부러워하면 

그게 잘 사는 것이라 생각했죠. 


행복의 기준을 세울 수 없으니 그를 타인에게 전가했던 거예요. 


하지만 그건 잠시일 뿐, 

지나고 나면 저를 더욱더 공허하게만 만들었습니다.


어릴 땐 분명 저도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는데,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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