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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연 네트워크 파티를 마치고...

다시, 스몰 스텝 - 박요철의 이야기 (6)

그녀는 치과의사다. 첫 개원 후 10년 만에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해 아무 미련 없이 2년 간 외국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갔다고 한다. 스브연의 첫 네트워크 미팅에서 만난 원장님은 그 말을 하면서 수줍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왠지 나의 기억인 것 마냥 흐뭇하고 뿌듯했다.


사람은 저마다 행복한 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스브연의 첫 네트워크 파티가 열리던 그날의 내가 그랬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다. 회사 회식도 즐길줄 모르던 제가 파티를 열었다.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스무명 남짓 모여 밤 7시부터 11시까지 그 파티에 함께했다. 우리는 행복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한없이 뿌듯했다.


지난 2월 작은 브랜드들의 모임인 스브연, 즉 스몰 브랜드 연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고의 강사들을 모시고 예닐 곱번의 특강을 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엔 사람들을 모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파티를 기획했다. 드레스 코드는 유니크한 양말, 흑석역 인근 예쁜 카페를 빌려 우리끼리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아닌 다른 스브연 멤버들이 기획을 하고, 요리를 하고, 행사 진행을 했다. 나는 그냥 뒤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좋았다. 모아만 놓아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고민을 이야기하고, 솔루션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그날 밤 어떤 이유로 그렇게 행복했던 것일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무리 내향적 성향이 짙다 해도 사람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소통을 기대한다. 거기서 만족을 누린다. 그런데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그럴 수밖에 없다. 해병대가 그렇고, 맘카페가 그렇고, 독서모임이 그렇다. 우리는 작은 브랜드들이다. 돈도 시간도 인력도 부족하지만 생존을 위해, 성장을 위해 날마다 고군분투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저 멀리 오금동에 있는 스브연 멤버의 과일 가게 '스위트리'에서 과일을 직접 공수했다. 스브연 멤버의 카페에서 행사를 열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스브연 멤버가 행사를 기획하고, 전주에서 올라온 멤버가 행사 진행을 맡았습다.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사람을 모으고 판을 깔아놓은 일이 전부였다.


나이 50이 되어 인생의 행복을 배운다. 일의 충만함을 경험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빼곡하게 올라온 사진들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이 모임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더욱 애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행사 후 운영진 모임에선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샘솟듯 쏟아져 나왔다.


가장 마음에 든 제안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줌 미팅을 열어보자는 거였다. 그 사람의 사업, 가게, 비즈니스를 스브연의 모든 멤버들이 조언하고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 날은 오직 그 한 사람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컨설턴트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받은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이것이 가장 스브연다운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 인해 또 어떤 일이 생겨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스브연 안에서 반드시 성공한 브랜드가 나오리라 확신한다.


이 날 모임의 키워드는 '환대'였다. 모두가 대접받는 기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모임을 가능케한 카페 사장님이 한 번은 장모님이 차려주신 아침 밥상 사진을 보여주었다. 누군가의 생일 음식 같은 한 상 차람이 거의 매일이다시피 올라오고 있었다. 대접을 받아본 사람이 남을 대접할 수 있는 법이다. 나는 스브연이 지금은 사라진 동네 잔치처럼 계속되길 바란다. 서로의 일을 돕는 품앗이가 되길 기대한다.


사업은 외롭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처럼 고독해선 안된다. 이 세상에 혼자 힘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저마다 다른 강점으로 돕는다면 스몰 브랜드는 더 이상 작지 않을 수 있다. Small is All, 함께 책을 쓰고 있는 스브연 멤버가 SMALL에 대해 내린 새로운 해석이다. 작은 것이 모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모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성공할 때까지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만 하는 일은 그 판을 더 많이 더 자주 깔아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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