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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차 아나운서와 함께 하는 낭독의 즐거움

'타마'님은 24년 차 방송국 아나운서다. 스몰 스텝 단톡방, '낭독방'의 리더이기도 하다. 매일 5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낭독을 한다. 그런 그를 정기모임에서 직접 만났다. 1시간 반 동안의 즐거운 강의와 실습이 이어졌다. 뒷풀이 자리에서 내가 물었다. '왜 우리는 아나운서도 아닌데 낭독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가 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해요. 그건 본능입니다.' 나는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처음엔 그렇게 낯설고 이상할 수가 없던데요' 그가 답했다. '처음엔 그렇죠.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는 자기가 가장 익숙한 파장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녹음을 넘어 팟캐스트를 열고, 한 달 가까이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낭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새 내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심지어 좋아하고 있다. 타마님이 이야기한 그대로였다.



한때 주판, 차트, 타자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SNS의 시대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말과 글은 그 자체로도 권력이었다. 링컨,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오바마 대통령까지... 그 방향은 각각 달랐으나, 시대를 대표하는 많은 이들이 잊을 수 없는 낭독(연설)을 남겼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말과 글을 통해 지금도 생생히 전해지고 있다. 타마님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라고 했다. 톤이 낮으면서 떨림이 없는 목소리, 생각이 담겨 있는 차분한 목소리, 자신이 있고 당당한 목소리. 그러고보니 낭독방에 올라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바로 그런 목소리들이었다. 나 자신의 목소리, 그리고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에너지를 얻고 있었다.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승리자의 목소리,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내딛는 기대에 찬 목소리, 타인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위로의 목소리... 우리가 낭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니었을지.



돌아오는 길의 버스에서 간판을 쳐다보았다. 문득 타마님의 '훈련방법'이 떠올랐다. 눈에 띄는 첫 번째 간판을 보고 이야기를 만든다. 그 다음에 보이는 간판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멘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나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들과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다음으로 이어본다. 보석같은 이야기들이 결을 따라 이어진다. 보드 게임을 업으로 하는 사람, 공황장애를 겪은 사람,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 이제 막 바닥을 치고 올라온 사람, 그들이 모여 치킨을 먹고 맥주를 마신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춰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이 날은 바로 그런 여러 개의 조각 중 하나가 맞춰지는 하루였다. '타마'라는 이름으로, '낭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 타마님과 함께 낭독을 하고 싶으시다면... :)


* 타마님과 함께 한 낭독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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