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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필 Dec 16. 2021

꼰대 탈출 : 라떼는 이제 그만

 100세 인생 시대, 50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_ E.05

1.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했던 안중근 의사의 말처럼 나의 신입사원 시절 부장님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부서 회의를 하셨다. 그 당시 회의 문화가 다 그렇듯 종이컵에 탄 밍밍한 믹스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업무 이야기 반, 세상살이 이야기 반으로 대략 30~40분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당시 '라떼(나 때)는 말이야~'는 대다수 부장님들의 인기 절정 레퍼토리였고, 우리 부장님 또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씀하셨던 본인의 경험담을 '라떼'와 함께 되풀이하셨다. 


재미있는 것은 매번 마다 마치 이번이 처음으로 말씀하시는 것처럼 스토리 전개에 맞춰 얼굴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변하신다. 더더욱 대단하신 건 중간중간에 넣는 "허, 나 참..."과 같은 추임새의 타이밍과 어구까지 매번 기가 막히게 똑같으시다. 마치 연극배우가 대본에 쓰인 대로 수십 차례의 무대에서 똑같은 대사와 연기를 하는 것처럼.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오전에 고객과의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유달리 부장님이 말씀이 많으신 데다 또다시 이전에 들었던 경험담을 쭉 늘어놓으셨다. 그래서 부장님껜 죄송했지만 급한 마음에 내가 말씀 중간에 불쑥 끼어들었다. 


"부장님! 그래서 그다음에 이러이러하셨고, 그 이후에 이렇게 저렇게 되셨죠?"라고 하면서 "제가 고객 미팅이 잡혀 있어서 지금 좀 나가봐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우리 부장님이 눈을 휘둥그레 뜨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 자네가 그 이후의 일을 어떻게 그렇게 소상히 다 알고 있는가?"라고 하신다. 와우! 우리 부장님 만세!


2. 꼰대는 나이가 많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꼰대'라는 말은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에서 파생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를 자주 쓴다고 해서 꼭 꼰대라는 법은 없지만 꼰망주(꼰대 유망주)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3. 나를 포함해 현재 40대 중반~50대 초반의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1990년대 중반에는 당시 신세대를 일컫는 X세대로 불리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1994, 1997>의 주인공인들이 바로 X세대에 해당한다. 당시만 해도 기성세대가 걸어온 길을 거부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걷기도 했고 주변으로부터 너무 튄다고 핀잔도 많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덧 신입사원 시절의 우리 부장님과 비슷한 연배가 되었고 행여나 '꼰대짓'을 하고 있진 않을까, 후배들에게 '꼰대로' 불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해당 사항이 0개면 '꼰대가 아님', 1~5 개면 '초기 꼰대', 6~10개면 '심각한 꼰대', 11~15개면 '중증 꼰대



4.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것들이 변하기 마련이다.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의 변화가 가장 크다. 신입사원 시절의 풋풋함이, 중견 사원을 거쳐 간부급 직원이 되면서 연륜과 노련함으로 바뀐다.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나만의 생각과 행동의 습관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굳어진 생각과 행동의 습관이 꼰대가 될 가능성을 키운다. 


자신의 주장만을 완고하게 내세울 경우 주변 사람들은, 특히 같은 회사의 아랫사람들은 십중팔구 엄청난 피로에 휩싸이게 된다. 꼰대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바로 내 의견만이 정답이라는 말과 행동이다.  


5.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안정, 안전을 추구하다 보니 성향이 보수화되기 쉽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윈스턴 처칠은 “25세 때 자유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35세 때 보수주의자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변형해서 “젊어서 진보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 들어서도 진보주의자면 철이 없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스스로 보수화되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또한 꼰대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 경계해야 할 점이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김성회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6. 100세 인생 시대엔 평소 생각과 마음가짐을 더 젊게 가져가야 한다.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간 차이가 있는 부분은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대체 어떤 이유가 차이를 만드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덧붙임 노력도 필요하다. 


임홍택 작가가 『90년생이 온다』에서 소개하는, 90년대생 직장인들이 꼽는 꼰대의 유형은 답정너 유형(답은 정해져 있어), 상명하복 유형(까라면 까), 전지전능 유형(내가 해봐서 안다), 무배려∙무매너 유형(네가 이해해라), 분노조절 장애 유형(너 미쳤어?), 다짜고짜 반말하는 유형(야!) 등이 있다. 나는 어떤 유형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7.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의 저자 김성회 CEO 리더십 연구소장은 꼰대에도 종류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진성 꼰대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핏대형이 많고 전형적 오지라퍼형이다. 본인 세대의 경험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나 때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하며 시대 구분을 짓는다. 상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자네들 위해서 하는 말인데”가 관용어구다. 아! 꽤나 많이 들어왔던 귀에 익숙한 말이다.


두 번째, 갈대 꼰대는 X세대를 말한다. X세대 꼰대는 이율배반 갈대형, 꼰대 샤이형이다. 꼰대가 아닌 척하지만 속으로는 꼰대다. 이들 갈대 꼰대는 결정적 순간에 폭발해 ‘정체’를 커밍아웃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기대한 기준과 규율을 지키지 않을 때, 후배에게 대놓고 요구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것이다.  


세 번째, 젊은 꼰대는 밀레니얼 세대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끼어 있어서 '낀대"라고도 한다. 이들은 쿨(cool)한 꼰대형이다. 이들은 나름 신세대라 Z세대와 서로 잘 통할 것 같지만 의외로 서로 힘들어한다. 견제와 경쟁심리도 작용한다. 나이 든 꼰대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은 '일잘러'로서 우월의식을 가진, ‘나만큼 할 수 있어?’의 무시형 냉소파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역꼰대'란 말도 있다. 직장 선배나 상사의 합리적인 충고나 지적도 무조건 꼰대로 치부하면서 소통을 차단하는 MZ세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 강한 일부 MZ세대에게서 보이는 유형인데 자신의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우기고 선배나 상사를 무시하는 태도가 특성이다.





8. 꼰대는 직장 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집에서도 배우자에게 또 자녀들에게 꼰대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특히 자녀들의 장래와 관련된 충고를 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앞선 글 <인생이란 연극은 딱 한 번만 공연할 수 있다>에서 언급한 '린다 그랜튼' 교수의 말처럼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학업 - 직장 - 은퇴’라는 3단계 인생 모델은 의미를 잃었다. 


우리 자녀들은 평균수명 120세 시대를 살아갈 세대다. 새로운 변화에 맞서 평생 배우고 공부해야 하며, 평생 동안 최소 3~5개 정도의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를 내세우며 섣부른 충고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미래에 대해 누구에게 어떻게 충고한단 말인가. 


9. 말과 행동에 앞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내가 평소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 원칙 다섯 가지를 정리해봤다. 늘 말과 행동에 앞서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다.


(1)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2)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3) 그때는 맞았더라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

(4) 존경은 권리가 아니고 성취다.

(5) 선배만 가르침을 주는 건 아니다. 후배들에게도 배울 점이 너무나 많다. 



10.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소통이 꼰대 탈출의 첫걸음이다. 라떼는 당연히 금물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방법과 내용으로 소통해야 한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에도 지속적인 열정이 필요하다. 젊게 생각하고, 젊게 행동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 독자의 의견을 미리 듣고 반영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공감의 댓글 또는 저와 다른 견해를 달아주시면 실제 책 발간 때 꼭 포함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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