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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오요안나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선의를 가장한 악의

by 쭝이쭝이

故오요안나씨 사건이 일파만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씨는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지만, 그 사실은 3개월 지난 12월에 알려졌고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은 다시 한 달 여가 지난 올 1월 말에야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20대의 사회 초년생이 겪었을 고통과 상처에 마음이 아팠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적인 양상들을 보고 20년가량 사회생활을 해온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미성년자였던 10대 때의 학교 폭력과 20대 이후 성인이 돼 겪는 직장 내 괴롭힘의 차이는 '선의'로 포장됐는지 여부인듯하다.

10대 학폭은 선의란 없고 악의만 있다. 어떤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괴롭힌다. 그 괴롭힘에서 선의는 존재하지 않고, 굳이 선의로 포장하는 법도 없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대부분 '선의'로 포장돼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부분 상사나 선배가 가해자다. 이들은 후임자나 후배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정당화한다. 자신은 잘 가르쳐주려는데 해당 후임자나 후배가 제대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 따돌림을 주도한다.

이런 때 늘 나오는 말이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우리 회사는 원래 저런 사람이 없는데" 등의 '라테는 말이야'식 합리화다.

특히 신입 사원이나 주니어급은 당연히 처음에 일을 잘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직장 내 괴롭힘 주동자는 이런 실수를 끊임없이 지적한다. 그러면 신입 사원이나 주니어급은 실수에 매우 민감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이렇게 되면 직장 내 괴롭힘의 주동자는 "저것 봐라 저렇다니까. 일도 못하고 열심히 하지도 않고..."라며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더 널리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사내 평판이 더욱더 나빠지고 편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진다.

사회생활하면서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 대해 '칭찬'엔 잘 동의하지 않지만 '비난'에는 쉽게 동의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누가 칭찬을 하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겪어보지 않은 부서장이나 상사는 "내가 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라며 쉽게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잘 아는 사람들을 주로 신뢰하고 그들을 중용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반면 어떤 사람에 대한 비난과 저평가는 쉽게 동조하고 받아들인다. 사내 평판이 나쁜 사람은 그 평판의 진실 유무나 본인이 겪어봤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내 평판이 나쁘니 뭔가 문제가 있겠지'라고 판단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회사나 조직 내에선 직장 내 괴롭힘을 주도하는 사람이 조직에 피해를 주는 사람인데도, 대부분은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무능력자'로 낙인찍혀 조직에 피해를 준다고 치부되기 쉽다.

오요안나씨 사건에서 오씨의 선배라는 기상캐스터들 단톡방이나 MBC의 대응 등을 보면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안타까웠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선망하는 직업이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조직조차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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