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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를 믿으시나요?

음모론의 검증 불가성

by 쭝이쭝이 Jan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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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란 신문사를 처음 들은 건 대략 10년 전이다. 당시 이 매체는 재벌이나 이름난 셀럽들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보고 분석하는 기사를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해당 부동산 물건의 대출과 어떻게 사고팔았는지 등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썼는데 꽤 흥미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스카이데일리가 초창기엔 경제 쪽으로 방점을 찍고 있던 매체였던 걸로 기억한다. 신생 경제지로서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나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분석하는 류의 기사가 팩트의 정확성도 담보하고, 기사 밸류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기사 접근 방식이라 여겼다.

그리고 스카이데일리란 이름을 다시 들은 건 지난해 연말 한 금융사 홍보담당자로부터다. 그 홍보담당자는 "속보 경쟁을 하지 않고 특종 기사만 보도하는 매체를 만들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 예로 든 매체가 스카이데일리였다.

스카이데일리 회사 앞에 가면 기자들이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카더라'도 얘기해 줬다. 그런데 언론사에서 기자로 20년 가까이 일한 내 경험상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특종=돈'은 아니다.

특종을 한다고 바로 매출이나 수익으로 연결되지도 않고, 예전처럼 특종 기사를 읽으려고 신문을 사서 보지도 않는다. 특종을 많이 하면 그 매체의 트랙 레코드로 축적돼 평판이 올라가고, 장기간 특종 매체로 널리 인식되면 메이저매체로 대우받아 매출이나 수익이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특종은 한 명의 기자 역량으로 계속할 수도 없고, 다양한 취재 네트워크와 철저한 검증을 거쳐 나오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신생 매체가 기자 한두 명의 개인기와 개인 네트워크로 지속적인 특종을 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아주 쉽게 말해 특종을 가지고 있는 취재원이라면 이왕이면 그 특종을 메이저 매체를 통해 보도하고 싶은 게 상식적인데, 신생 매체에게 지속적으로 특종을 제공할 취재원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는 너무 많은 정보가 다 공개돼 있기 때문에 특종 기사가 쉽게 발굴되는 시대도 아니고, 신생 매체가 이를 계속 보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요즘 소위 '부정선거' 주장과 관련해 스카이데일리가 연이은 특종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서 놀랍다.

스카이데일리가 특종이라고 주장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믿는 기사가 소위 중국 간첩 99명 체포와 미군 오키나와 기 압송 관련 내용이다.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기자 입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기사의 원천 소스와 근거가 누군지도 밝히지 않고 실체도 알 수 없는 '소식통'이란 점이다.

처음 기자를 시작할 때 수습 교육에서 배웠던 핵심 중 하나는 "말은 팩트가 아니다"란 점이다. 말은 그 자체로 팩트가 될 수 없고, 그 말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팩트가 되고 기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그 말이 권위 있는 누군가에게 나왔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는 사기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니 팩트라고 주장하며 기사를 "지구 온난화는 완전 사기"라고 써선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카이데일리의 모든 기사는 누군지 밝힐 수도 없는 소식통을 근거로 쓰고 있고, 구체적인 팩트를 못 밝히는 이유는 "미국 측의 요청, 미국 측이 밝힐 때까지 비밀"같은 식으로 변명하고 있다.

언론이 쓰는 기사는 확실히 검증이 가능하고 사실을 공식화할 수 있을 때 쓰는 것인데, 근거 자체가 비밀이라서 못 밝힌다고 하면서도 계속 단독이라고 기사를 쓴다면 이는 팩트라 하기 어렵다고 본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스카이데일리 홈페이지에 나오는 회사 소개에 이런 글이 있다. '기자는 지식인보다 신념가가 돼야 한다. 신념의 실현을 위해 기자는 창조인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절대 신념을 가지면 안 된다고 믿는다. 기자가 자연인으로서는 신념을 가질 수 있지만 기자란 직업으로 글을 쓰고 기사를 쓸 때는 신념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신념은 팩트를 왜곡해 잘못된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할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 매체는 신념을 실현하라고 말하고 기자가 '창조인'이라고 얘기한다. 과연 이런 매체의 기사를 팩트로 믿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은 '검증하기 힘들거나 검증할 필요성이 낮은 사실'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방식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정선거의 모든 음모론들은 국내에 어떤 세력이 구체적으로 실행하긴 불가능한 것들이다. 여기서 중국을 끌어들이며 음모론이 완성된다. 중국 정부는 누구도 검증할 수없고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한국인들의 반중 감정도 강하니 이보다 더 좋은 음모론의 주체는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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