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음식 마라탕과 거리를 뒀다

[먹는 게 남는 것] 이제는 강렬한 매운맛이 그렇게 땡기지 않더라

by 챠크렐

올해 들어 한 번도 마라탕을 먹은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마라탕을 먹었던 것이 지난해 11월 초이니 3개월째다. 한때는 적어도 한달에 한두번은 꼭 먹었던 것을 생각하면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내가 마라탕을 먹으러 갔던 때를 생각해 보면, 미리 '오늘은 마라탕을 먹어야겠다'고 계획한 게 아니라 그날따라 마라탕이 유달리 확 당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까지 주로 광화문, 강남, 여의도 등에서 외근을 했고 그곳에는 적어도 마라탕을 파는 식당이 한 군데는 있었다. 일을 마치자마자 마라탕 생각이 갑자기 확 나면서 발걸음이 절로 근처에 있는 마라탕집으로 향했다. 한 달에 한두번은 꼭 그러한 날이 있었다. 바꿔 말하면, 그 때 이후로는 한번도 마라탕이 생각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jpg 나는 보통 마라탕을 먹을 때 고기와 함께 청경채, 분모자, 건두부, 쌀국수면 등을 넣어 먹는다.


마라탕은 내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빠르고 간편한 수단 중 하나였다. 엽기떡볶이, 불닭볶음면, 틈새라면, 매운갈비찜 등 매운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음식들은 많지만, 내가 유독 마라탕을 즐겼던 이유는 다양한 음식을 한번에 먹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었다. 양고기·소고기를 비롯해 청경채, 숙주나물, 갖은 버섯, 건두부, 푸주, 메추리알, 분모자, 쌀국수면 등 매우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선택해 그것을 맵고 알싸한 마라육수에 끓여 먹는 것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이 때 마라탕 맵기는 반드시 가장 매운맛, 혹은 2번째로 매운맛을 택했다. 2번째로 매운맛만 해도 불닭볶음면 혹은 그보다 약간 매운 정도다. 가장 매운맛을 먹는 날은 다음날 후폭풍을 감수하고 당장의 스트레스를 잊고 싶은 날이다.


매운 맛에 푸짐함까지 가미되니 먹을 때의 만족감이 참 컸다. 혼자서 아무 생각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라탕을 먹다 보면 그날 받은 스트레스가 풀렸고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음식을 수개월째 안 먹고 있고, 먹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내가 마라탕을 안 먹고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마라탕집으로 발걸음이 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매운 음식을 안 먹는 것은 아니다. 김치찌개, 닭볶음탕, 물닭갈비 등 '빨간색' 음식들을 최근에도 자주 먹었다. 마라탕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매운 음식들인데, 이들이 마라탕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마라탕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는데, 그럼에도 굳이 마라탕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jpg 마라 요리 중에서는 커다란 민물생선을 마라 양념에 졸인 '마라카오위'라는 요리도 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이지만 혼자 먹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역시 1년 넘게 안 먹었다.

마라탕을 안 먹게 된 몇 개월 사이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첫째, 내가 전보다 부쩍 건강을 챙기게 됐다는 점이다.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전 직원들에게 체력검사인 '국민체력100'을 받게 했는데, 이곳에서 혈압이 기준치 이상(수축기 160, 이완기 100이 기준이다)이 나온 것이다. 규정상 기준치를 넘으면 체력검사를 받을 수 없고 나는 회사에서 혈압 문제로 체력검사를 받지 못한 3명 중 1명에 속했다. 생각보다 내 혈압이 많이 높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건강검진 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잔소리를 수년 연속으로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결국 돌아온 것이다.


그 이후 충격을 받고 러닝, 계단 오르기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주 4회 이상 정해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운동을 습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식습관도 개선해야 했다. 마라탕에 혼술을 하는 게 삶의 낙 중 하나였는데 혈압에는 그만큼 치명적이다. 고칼로리에 나트륨 함량까지 높으니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게다가 나는 고기와 면류를 왕창 넣어 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마라탕을 안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 단계로 이르렀다.


KakaoTalk_20260221_004519415.jpg 날씨가 선선한 날에는 한참 동안 걷기도 한다. 2만보 이상 걸으면 웬만큼 빡세게 운동한 효과가 난다.


둘째, 스트레스가 기존보다 줄었다. 이전에도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다짐을 안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늘 얼마 가지 않아 결심이 무너졌는데 가장 큰 원인은 업무 등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걷잡을 수 없이 쌓이고, 이를 빠르고 간편하게 풀기 위해서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과 함께 한잔을 해야 했다. 언제부턴가는 그러한 짜증이 임계점 이상에 다다랐을때 뭐든 맛있는 것을 마음놓고 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올해 하반기 들어 원래 하던 기자에서 현재 하고 있는 업무로 전직을 하게 되면서 상당 부분 줄었다.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년 간 내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했던 부분이 사라지니 확실히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삶에 대한 생각이 좀 더 다층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기존에는 커리어 향상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했다. 더 좋은 언론사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퇴근하고 나서도 잠을 줄여가며 내 일에 대해 고민했고 물론 주말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실함에 대한 칭찬만큼은 참 많이 받았고 기회가 닿아 좀 더 이름 있는 매체로 이직하기도 했다. 물론 그곳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종업계로의 이직보다는, 정말 이 길이 내게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가장 큰 계기가 무엇인지를 하나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작은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더 이상 내가 기자를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직무 전환을 위해 수개월간 문을 두드렸고 결국 전직에 성공했다.


나름대로 목표를 이뤘기 때문일까. 더 일을 잘하기 위한 고민은 하되 그 외의 다른 것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건강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기면서 하루 30분 정도 최소 주 4회 러닝이나 계단오르기 등을 하는 루틴을 만들었고 이전에 간헐적으로만 하던 브런치도 본격적으로 다시 붙잡았다. 쉴 때는 그냥 푹 쉬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변화로 인해 더더욱 스트레스가 줄어든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마라탕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마라탕이 맛있는 음식은 맞다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흔쾌히 갈 것이다. 다만 이제는 마라탕에 술 한 잔 기울이는 쾌감보다는, 몸무게가 조금씩 줄어들고 혈압이 조금씩 떨어지는 등 건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데서 오는 보람이 더 크다. 또 스트레스를 빠르게 푸는 것보다는 애초에 스트레스 자체를 덜 받는 것이 결국 가장 좋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어쨌든 한동안은 마라탕이 갑자기 땡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는 덜 자극적이고 기름지면서도, 더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음식을 많이 먹어 보려고 한다. 그러면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지 않을까.


1.jpg 마라탕은 청소년 여성들에게 유독 인기다. 이러다 보니 마라탕을 제목으로 내세운 동화책까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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