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다산초당

다산 4경 정석 약천 연지석가산 다조

by 꽃뜰


<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편애하는 선생님이 젤 나빠." 하핫. 학교 선생님이었던 월옥이가 투덜댄다. "그래. 맞아. 이럴 수가 있어?"
버스 안에서 해가 똑 떨어지기까지 아무도 나타나질 않는다. 도대체 우릴 빼놓고 얼마나 많은 설명을 해주고 있는 게야? 흥흥. 갈림길에서 헤어져 길쌤을 잃은 채 먼저 다산 초당에 도착한 우리 일부. 아무리 멋진 곳이면

무엇하랴. 조곤조곤 끝도 없이 흥미진진 이야기를 풀어내 주는 길쌤이 없으니 재미없다.





그저 미술사에서 배운 기억으로 "이 현판이 김정희가 직접 쓴 거야." 하고 있을 수밖에. 날은 춥고 어두워지고 그런데 뒷팀은 오는 기척도 없고, 산에서는 해가 금방 떨어지는데 해 지기 전에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도대체 왜들 안 오는 거야. 해서... 일부는 내려가고 일부는 다산동암 툇마루에 앉아 길쌤을 기다린다.


내려간 팀은 이미 버스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는데 해가 꼴딱 넘어가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느라고... 우쒸. 길쌤. 편애하는 거야. 나뽀~ 강진 유배 초기 이곳저곳 헤매다 다산초당을 얻고 너무도 기뻐하던 다산의 이야기일까? 너무 좋아 바위에 직접 글자를 새기고 우물을 파고 연못도 꾸미던 다산의 그 이야기?





솔방울로 차를 달여 손님을 대접하던 초당 앞 너른 바위, 다조의 이야기일까? . 다조를 향한 그의 시를 보자.


푸른 돌 평평히 갈아
붉은 글자 새겼으니

차 끓이는
조그만 부뚜막
초당 앞에 있구나

반쯤 다문 고기목
같은 아궁이엔

불길 깊이 들어가고
짐승 귀 같은 두 굴뚝에
가는 연기 피어나네.

솔방울 주어다
숯 새로 갈고

매화 꽃잎 걷어내고
샘물 떠다 더 붓네

차 많이 마셔
정기에 침해됨을
끝내 경계하여

앞으로는 단로(丹爐)를
만들어 신선 되는 길
배워야겠네







다산초당에서 다산이 남긴 흔적 가운데 4개를 꼽아 다산 4경으로 이름 붙였다. 그 1 경 정석(丁石)이다. 초당 뒤꼍 커다란 바위에 다산이 직접 새긴 글이다. 자신의 성에 돌석(石) 자 한 글자만을 새겨,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강인한 그의 성품을 반영한다.





2경은 다산이 직접 수맥을 짚고 팠다는 약천이라는 샘이다. 가뭄에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 이 샘물을 '담을 삭이고 묵은 병을 낫게 한다'라고 다산은 기록하고 있다. 샘은 이렇게 남아있지만 물은 마실 수 없다.





3경은 차를 끓일 때 사용했다는 마당에 있는 평평한 돌인 다조. 일종의 차 끓이는 부뚜막이다.





4 경이 초당 옆에 있는 연못인 연지석가산 바닷가에 있는 반들반들한 돌을 주워 봉우리를 쌓아 석가산이라 했고, 그 주변 연못에 잉어를 키웠다. 다산은 자라는 잉어를 보고 날씨를 예측했다. ('강진 다산 유배길' 중에서)





"기사님께 우리가 온다는 기색이라도 보여야지.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우리 미리 내려온 거야." "야...
안 가는 게 더 도와주는 거지. 한꺼번에 가야지. 푹 쉬고 있는 아저씨에게 미리 가면 방해지." 하핫.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티격태격. 여하튼 정약용에 푹 빠진 친구들은 그야말로 한참 후에야 나타나 모두들 기진맥진. 날도 춥고... 밤도 깊고... 배도 고프고... 저녁식사가 맛나게 차려져 있을 식당으로 출발~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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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 쌩쌩 버스를 타고 달려가는 데 앗. 그런데!!! 숙현이가 우아우아 낳았대. 낳았어. 멀리 미국에서 딸이 보내온 사진을 보며 어쩔 줄 모른다. 모.. 별이 반짝이고 몇 번 까무러친다더니 별 것도 아니네. 라는 멘트와 함께 너무도 멀쩡한 사진이 날아온 것이다. 우린 돌려 보며 아니, 애를 낳고 우찌 요리 멀쩡해? 게다가 이쁘기까지. 막 태어난 애가 머리 까만 것 좀 봐. 어쩜~ 차 안이 들썩들썩. 모두 좋아서 싱글벙글. 경사 났네~ 경사 났어~ 호홋





뽀글뽀글 맛있게 끓고 있는 김치찌개. 그리고 아주 짜고 매운 음식들. 그래도 맛있어. 아. 맛있다. 무얼 준 들 지금 안 맛있는 게 있을까. 추워 오들오들, 배고파 허겁지겁, 신나게 밥을 먹고 잠 잘 곳으로 출발한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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