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제는 #영어입니다.
가끔 글로벌 기업 취업사이트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보면 아래와 같은 #영어 관련 질문들이 많이 보입니다.
영어 못해도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
글로벌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 해야 될까요?
지금 40대인데 지금부터 노력하면 비즈니스 영어는 가능할까요?
읽다 보면 이 분들의 마음을 너무 이해 하겠고 저의 옛날 생각도 납니다. 제 커리어의 절반인 10년 이상의 세월을 #글로벌기업에 있었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국내 기업에서만 근무하였고 영어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채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이 <영어> 때문에 고생 많이 했습니다. 영어 학원비에 쏟은 금액이 중형차 한 대 값입니다. 힘들고 돈도 많이 투자했던 영어 실력은 쉽게 올라가지 않았고 재직 중 내내 나의 영어 실력에 대해 스스로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또한, 몇 번 좋은 기회를 영어 실력으로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6년의 직장 생활에서 영어 공부 여정이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비록 저는 서점과 Youtube 같은 곳에서 보이는 영어에 관한 성공 팁은 알려 드리지 못하지만 영어와 오랫동안 사투를 벌였던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이직을 위한 준비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영어와의 싸움에서 아래와 같은 생각과 태도는 버렸어야 했습니다.
1) 물이 끓는 100도까지 가지 못하고 항상 90도 수준에서 멈추기를 반복
글로벌 기업의 모든 문서는 영어로 되어 있고 화상 회의와 대면 회의에 외국인이 한 명이라도 참석하면 영어로 회의를 진행해야 합니다. 가끔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중요한가를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중요합니다. 설사 채용하는 회사에서 중요도가 낮다고 이야기해도 영어 실력은 본인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합니다. 직급이 올라가면 본사나 아시아 오피스 상사나 동료들과 회의를 많이 하게 되므로 기업내의 빠른 승진을 원하시는 분일수록 영어 실력을 갖추는데 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영어는 말하는 도구이니 글로벌 기업에서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이고 본인의 상사와 이 도구 사용의 문제가 있다면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이것이 일상화된다면 일 잘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지 못해도 이직한 직후부터 개인적으로 영어 실력을 높이는데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비지니스 영어를 수련하는데는 직장이 가장 최적화된 장소입니다.
유럽계 제약회사의 Consumer head로 일할 당시에 외국인 상사와 2년 넘게 같이 일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이렉트 보스가 원어민이라는 것이 처음이라서 걱정했지만 한 편으로 영어도 더 능숙해질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 제 비즈니스 영어 어휘가 급격히 풍부해졌고 영작에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보통 외국인 상사들은 인터뷰를 볼 때, 영어 실력과 전문성을 많이 보는데 후보자에 따라서는 전문성은 확실하지만 영어 실력이 좀 떨어져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보스는 영어가 안되면 후보자를 다음 단계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제가 사람도 없는데 기준이 까다롭다고 불평하면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 정선, 나는 옥스포드 수준의 영어를 원하는 게 아니야, 나의 기준은 매우 낮아". 이에 저는 늘 "한국사람들 영어 잘해! 다만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그래."
문제는 COVID-19으로 이 분이 본인의 나라로 귀국하시고 한국인 사장님으로 바뀌면 이제 영어 공부를 잠시 놓아 버렸던 것 같습니다. 어느 단계로 올라선 영어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를 매일 1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덜 까먹게 되는 것이 상식인데 중요도가 살짝 떨어진 틈을 타서 나태해졌던 겁니다. 이럴 경우, 초 스피드로 영어 실력이 내려갑니다. 이런 바보 같은 곡선을 반복한 것 같습니다. 영국 MBA 다녀와서 국내 임원하면서 또 95도 80도로 내려갑니다.
2) 스스로 만든 면죄부
필자는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한 것은 2000년 후반. 그 당시 저의 영어 실력은 대학교 시절 토익 공부한 것이 고작이었던 아주 미천한 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가보니 마케팅은 물론이고 세일즈도 저보다 모두 영어를 잘 했습니다. 회의 내용도 잘 이해가 가지 않고 문서 작성은 동기들 대비 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저를 뽑아준 마케팅 상무님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퇴사 의사를 밝히는 저에게 이유를 물어보셨어요. 조심스럽게 영어 이야기를 꺼내놓으니 “난 양 차장 영어 때문에 채용한 것 아닌데” 하시면서 지금까지 잘 하고 있다고 칭찬까지 해주셨습니다.
실제로 메기 이론처럼 제가 입사해서 마케팅 조직에 공헌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 글로벌 회사로 이직해 보니 영업과 마케팅이 사이가 너무 안 좋았습니다. 그 이유로 마케팅 플랜을 세일즈가 신뢰하지 않고 현장 실행도 잘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역할을 깨닫고 국내 기업 경험을 토대로 영업팀과 마케팅 전략에 대한 사전 조율을 잘 수행하였고 이어지는 협업도 비교적 잘 진행했습니다. 영업 현장인 유통채널의 정기적인 모니터를 통한 마케팅 플랜 실행 점검에 노력했고 이 점을 인정해 주신 겁니다.
그 순간은 너무 기뻤지만 이 미팅이 저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더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동료 수준으로 따라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풀어지면서 “나는 OOO 잘하니까…” 스스로 위안되는 요소들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했던 노력은 매일 오전 7 시에 학원에서 1시 동안 원어민과 1:1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퇴근 후에도 영어를 위해 무엇이든 더 했어야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면죄부나 스스로의 위안은 더 이상 효력도 없습니다. 이미 많은 수의 인력들이 글로벌에서 국내 기업으로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하여 서로의 장점들을 벤치 마킹하고 있어서, 국내 기업 출신들이 영어를 대신할 필살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생각이나 태도를 초반에 버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