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두 기업 타입에 존재하는 사내 정치에 대해서는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오늘 질문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사내 정치가 덜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내 정치로 피해 보는 사람들도 적을 것이다??
노! 정반대이다. 유럽계, 미국 회사들에서 사내 정치를 훨씬 더 많이 경험하였고 이 정치 질을 주도해서 본인의 사사로운 이득을 챙기는 못 된 빌런들이 글로벌 기업에 더 많았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면 이 내용은 철저히 필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다. 다른 경험을 한 분들이 이 반대의 경우를 주장할 수 있고, 외국계 기업 내에서도 편차가 많다는 것을 인정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디가 사내 정치가 더 많고 덜 하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내 정치의 원인과 배경을 이야기 하고 그것을 토대로 현명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사내 정치가 꼭 나쁜 것인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사내 정치가 조직이라면 반드시 품고 있는 필수 요건이며 조직 내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다이내믹한 활동, 인간관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사내 정치가 건전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내 정치를 조장하는 사람들. 이들은 직장의 존재 이유인 일은 하지 않고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일 하고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것을 탐한다. 그리고 상대가 원치도 않는 양방 간의 대립 구도를 만든다. 음모와 술수와 같은 대체로 부정적인 방법으로…
그래서 사내 정치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업무에 늘 집중하는 사람들이 이 싸움에 본인이 원치 않았는데도 끌려 들어가게 되면 상처를 입거나 피해를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를 나가는 어이없는 피해를 본다.
두 번째는 이 빌런들의 목적은 사사로운 개인 이익이며, 일보다는 정치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개인적 이득이나 빠른 출세를 위한 목적이 있다. 대체로 일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승진을 해도 늘 불안해하고 주변에 성과를 내고 하이라이트를 받는 동료들을 질투한다.
글로벌 기업들에 사내 정치가 더 많은 이유 중에 가장 큰 배경에는 조직 내에서 위로 올라 갈수록 자리가 매우 제한 되어 있고 경쟁이 치열한 점에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계 기업들은 주로 Specialist들로 구성된 조직이며 잉여 인력을 두지 않고 있는 특성 상 피라미드가 위로 갈수록 뽀족한 삼각형의 형태를 보인다. 동일한 매출 규모를 가진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조직와 인원을 비교해 보면 국내 기업은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담당하므로 2-3배 정도의 인원과 다양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외국계 기업은 국내 기업의 절반이 되는 인원과 영업과 마케팅 위주의 조직만 가지고 움직인다. 그러니 인사 이동의 범위도 국내 기업 대비 좁고 승진 기회도 적은 것이다.
이 경쟁은 동료간 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 간에도 발생한다. 팀이 성과를 내면 국내 기업은 매니저와 팀원이 동반 승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부서와 직급이 존재하지 않는 외자계에서는 큰 성과에 급여 인상과 같은 포상은 있어도 포지션은 그대로 인 경우 많다. 이 경우에는 능력 있는 팀원이 불만이 클 것이고 팀원의 성과가 높고 능력이 탁월하다면 매니저로 승진시키고 현재의 매니저는 집으로 간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팀장과 팀원, 상사와 부하 직원의 사이가 좋을 수가 없다. 더욱이 나이나 연차와 상관없이 승진이나 인사이동이 일어나니 좋은 보직은 상하 좌우에서 야망을 불태우는 경쟁자들이 포진해있다.
두 번째는 외국계 기업은 업무 성과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조직인 것 같다. 같은 민족인 한국인 끼리는 누가 성실하게 일을 열심히 하는지, 누가 말이 항상 앞서는지 알 수있다. 외국인 상관이 한국인 부하직원들의 캐릭터를 자세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특히 상사가 한국에 없고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다면 내 성과를 포장해서 극대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을 많이 사라졌지만 영어만 잘 하는 분들이 역시 이런 것들을 잘 하고 본사나 지사장에게 인정받고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사내 정치는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고, 특히 조직이 작고 자리가 한정된 글로벌 기업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 정치판에 뛰어 들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적어도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어떤 정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묵묵히 일만 하련다’하는 태도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슬기롭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장점이나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결과를 내는 것 뿐만아니라 매일 매일의 나의 업무, 조직의 운영, 작은 문제 해결 등등을 통한 자신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에 어떻게 공현 해왔는지 항상 정리하고 메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