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인재되는 법
이번에는 기업의 임원들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주제를 듣고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임원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이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이 다를까요?
머 리더십과 전문성 이런 것이 공통적으로 중요할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리더십과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유사한 상황입니다. — 여러분이 예측하듯이, 이 두 가지 요소가 임원으로 발탁하거나 임원이 갖춰야 할 자질 중에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러한 공통점에 주목할 만한 한 가지 차별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대체적으로 국내 기업에서 임원 생활을 오래 하시는 분들의 품성이나 성격을 보면 친화적이고 다른 부서와 협업을 잘 진행하는 포용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나 품성은 주로 동료와의 관계나 타 부서와의 협업을 할 때 발현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이 오랫동안 임원 생활을 하십니다. 임원으로써 경쟁력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이죠.
이러한 임원들의 특성은 부하직원이나 윗 사람인 CEO의 입장에서도 큰 장점입니다. 사장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예쁜 부하 직원이겠어요. 부하직원들이 싸움질 대신에 조율과 협조로 업무를 알아서 잘 수행하고 있으면… 직원들 입장에서도 우리 상무님 혹은 전무님이 유관 부서와의 협조가 잘 이뤄지는데 좋은 토대를 만들어 주신 겁니다.
글로벌 기업은 약간 다른 양상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싸움 잘 하는 임원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습니다. 예를들면. 어느날 임원 회의에 마케팅 상무가 신제품 가격 제안서를 가지고 와서 대표이사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다 듣고 대표는 다른 임원들에게 (영업이사, 인사 상무 등등) 의견을 물어봅니다. 같이 들었는데 이 가격 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재차 질문합니다.
이때,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생각으로 가격 제안의 근거나 배경에 동의한다고 하고 모두 동의하면 글로벌 기업의 CEO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케팅 상무가 놓친 리스크라든지 논리의 허점을 발견해서 지적하고 보완점을 얘기해야 임원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임원들 간의 심각한 언쟁들이 대표 앞에서 자주 이뤄지고 이로 인하여 부서 간의 사이도 안 좋아지는 결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일에 대한 접근 방법이라서 쿨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성숙한 글로벌 기업에는 정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부처가 아니라서 쿨 한 반응이 매번 나오지 않습니다. 나는 어렵게 설득 자료 준비해서 애쓰고 있는데 반대 의견이나 제안의 리스크를 지적하면 얼마나 얄밉겠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관계도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겠죠 .
국내 기업은 임원 회의에 발표할 내용이나 승인 받아야 할 내용들을 회의 전에 미리 조율합니다. 회의 때,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을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어떤 부서 임원이 플랜이나 제안을 발표하고 다른 동료 임원들의 이견이 없는 것에 대해 대표이사들도 크게 이슈로 삼지 않습니다.
글로벌 기업은 돌아가서, 동료가 제안하는 플랜에 어떤 코멘트도 없는 것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발표 내용에 허점을 지적할수록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됩니다. 결국 한 부서에서 나온 플랜이나 전략을 문제없이 전개하도록 다른 부서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진행 부서가 예상 못 했던 이슈들을 개선하고 리스크를 줄여 완벽성을 높이라는 의도입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이런 기대에 익숙해있던 필자는 국내 대기업 임원 회의에서 타 부서의 플랜을 비판하고 다른 제안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미팅 끝나고 발표한 부서 임원한테 이런 이 메일이 날라왔습니다.
“상무님, 저나 저희 본부가 서운하게 한 일이 있어요? 있으면 말해주세요.”
이날 이후 저는 회의 때 말고 따로 가서 제안이나 의견들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경력으로 이직하는 분들 이 차이를 잘 숙지해서 현명하게 매니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