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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01. 2023

립밤다쓰기 대작전

물건 끝까지 쓰기

나는 립밤을 다 써본적이 거의 없다. 거의 쓰기 전에 잃어버렸다. 어디에 둔지 몰라서 또사고 그러다 보면 립밤이 백개씩 되는 기분이다. 소비단식하면서 물건을 다 쓰기 전에 새로사지 않기로 했었다. 그래서 있는 립밤을 다 찾았더니 몇개나 되어서 한참을 쓰고 1+1 하는 립밤을 구입했다. 컬러도 있고 비건이라길래 덥썩 구입했다. 그리고 2년간 립밥을 사지 못하고 있었다. (립스틱은 없어서 화장할 때 쓰려고 하나 샀었다)


덥고 습한 나라에서는 얼굴이 마를 날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트느라 얼굴이 건조해질 때가 있지만 대부분은 기름과 땀으로 범벅이라 로션하나면 끝이었다. 그래서 립밤 바를일이 외출할 때 빼고는 없어 2년간 립밤 2개로 보내게 되었다.


한국을 오가는 면세점을 보면 언제나 화장품 구입 충동이 일곤 했다. 여러가지 회원가입에 쿠폰들을 더하면 국내에서 구입하는 반값정도에 화장품을 구입할 할수 있었다. 비행전에 면세점 앱을 들어갔다가 나갔다가 하다가 앱을 지워버렸다. 밤 비행기이고 아이와 함께하는 비행이라 면세품 찾으러 가는 것도 번거로웠다. 밤비행이라 다행히 문연 면세점이 몇 없었던 것도 다행이었다. 낮 비행이었으면 아마 유혹에 넘어갔을 것 같다.


처음 케냐를 오갈때에는 면세점 둘러보다가 프로모션에 넘어가서 화장품을 세트로 그것도 색조 화장품을 구입한 적도 있었다. 나는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래서 색조 화장품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없으니까 사도되지 뭐, 이참에 좀 갖춰야 겠다'라며 구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은 몇번 써보지도 못한채 유통기한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비단식 이후로 립밤을 구입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드디어 끝까지 립밥을 쓰고 구입하게 되었다. 한국의 가을은 매우 건조하여 금새 남아있는 분량을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구입도 아니고 쿠션이 다 떨어져서 구입하면서 사은품으로 딸려온 새립밤을 가지게 된것이다. 아 이 쿠션 구입도 사연이 있다. 보태보태병에 걸려서 거의 2배되는 거 살뻔했다가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적당히 3만원대의 쿠션을 구입했다. 나는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 쿠션 하나+리필 사면 거의 1년을 쓴다. 아무튼 거의 2년만에 새로운 립밥을 뜯게 되었다!



로션도 다써서 새로 산적이 있고 간장이나 세제가 떨어져도 새로 사는데 왜 립밤만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 걸까? 의지를 가지고 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들이라서 그 의지와 인내가 기쁨을 불러오는 것 같다. 또 오래 써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싫증을 잘 내는 내 성격에 한가지 물건을 오래도록 써야하는 것은 더 큰 도전이다. 비슷한 품목으로 다이어리가 있다. (2023년 다이어리도 올해 초에 구한 것을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올해는 어떤 다이어리를 사나 고민하는 기쁨의 11월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건조한 가을 겨울이니 야무지게 립밤 끝까지 다 쓰고 또 써보고 싶은 립밤도 사보려 한다. 끝까지 쓰는 기쁨, 마구 살 때보다 훨씬 더 큰 소비의 기쁨을 가져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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