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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31. 2023

주말에는 소설이 필요해

아이가 벌써 8살이라 주말에도 시간이 많이 남는 편이다. 집중해서 길게 뭔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틈틈히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그저 아이가 곁에 있어주기 원할때, 만들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 옆에서 랩탑을 두드리거나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기 어렵기 때문에 책을 읽곤 한다. 여러가지 책들을 읽어보았는데 그중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읽기 좋은 책은 의외로 소설이었다.


이전에도 여러번 말했지만 나는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다. 소설을 읽으면 너무 깊히 빠져들어서 헤어 나오기가 어려웠다. 특히 한국현대소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아마 심리적인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기면서 한국현대소설 이외의 소설들을 몇권 읽었는데 꽤 읽을만했다. 아니, 읽는게 즐거웠다.


특히 주말에 아이를 돌보며 읽기에는 소설이 딱이었다. 평일에는 책을 많이 읽는데 호흡이 끊어지거나 하지 않아서 사회과학 서적이나 철학책 등을 읽을 수 있다. 주말에는 아이가 부르면 대답도 해야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챙겨주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책들은 읽기가 힘들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어보았는데 나는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 글감이 떠올라 뭔가를 쓰게 되어서 이조차도 상당히 방해를 많이 받았다. 소설은 읽으면서도 내 글감보다는 소설 자체에 매료되어 책장이 넘어갔고 또 읽다가 끊어읽어도 다시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아마 작가님들이 워낙에 글을 잘 쓰셔서 그런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읽으려고 준비했던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받은 금요일에 참지 못하고 다 읽어버렸더니 읽을 책이 없어서 꽤나 무료한 주말을 보냈다. 그래서 주말에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얼른 주문했다. 주중에 잘 참고 다음 주 주말에는 꼭 소설을 읽으며 보내려 한다.


좋아하는 판타지 책들, 해리포터는 권수가 너무 많아 차마 구입을 못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 장르는 판타지이다. 톨키니스트에 가까울 정도로 톨킨을 좋아하고 그와 더불어 나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 헝거게임 등도 무척 좋아한다. 영화 취향도 비슷한데 판타지 장르는 좋아하지만 그 외의 영화들은 리틀 포레스트 같은 잔잔한 영화 아니면 잘 보지 않는다. 이것도 심리적 거리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해리가 저주를 받고 볼드모트에게 쫓기는 이야기는 볼 수 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11개월 계약 만료로 해고 되는 것은 보기가 어렵다.  


내년도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사실 공모전용 소설 이외에도 그냥 쓴 소설들이 많이 있다. 공모전용 글이 따로 있느냐고 물으시면 개인적으로는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좀 긴 이야기라 다음에 다른 글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간단히 말해 흥미 위주의 로맨스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공모전에 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사실 그래서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고 충격을 받았었다. 이야기가 자꾸 다른 곳으로 샌다. 이 이야기도 공모전 글과 함께 다음에 하도록 하려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쓴 소설들도 어딘가의 지면에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먼저 마무리가 필요하겠다. 잘쓴 미완성 원고보다 조금 덜 잘쓴 완성 원고가 낫다는 말이 있다. 역시 뭐든 완결과 마무리가 중요하다. 과정과 마무리, 나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키워드이다.



사진: UnsplashArtsy Vi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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