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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Oct 22. 2020

악기상 방문과 개인거래

바이올린 이야기 #12


    ■악기상 방문


Nicolo Bianchi, Genoa circa 1840


    두 번째는 직접 악기상을 찾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악기상이 몰려있는 곳은 남부터미널역 근처 서초동 골목이다. 그리고 요새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옥수역 근처 ‘에프홀’이라는 악기 위탁매매점이다.

 

    먼저 서초동 등 악기상을 방문하면 상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악기를 볼 수 있다. 상점이 구입해서 되파는 것부터 맡은 물건을 위탁매매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악기를 구한다고 말하면, 상점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냐”고 물을 것이다. 물론 가격대별 악기를 추천해야하는 것이지만, 구매자의 구매력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소위 ‘호구’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구매과정은 여러 곳의 악기상을 방문해 가격대별 악기를 시연해보고 마음에 드는 악기를 빌려와 일정기간 사용해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리스크 관리는 동일하다. 악기가 진품인지, 보증서나 감정서가 있는지, 만듦새는 어떤지 등을 꼭 확인해야한다. 라벨은 악기 제작자를 추적하는 단서가 될 수 있어도, 진품 여부를 절대 보장하지 않는다. 라벨은 가짜로 붙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다만 악기 라벨을 근거로 검색해 제작자를 역추적하는 시작은 될 수 있다.

 

    해외 온라인 사이트, 특히 경매 사이트인 Tarisio 제작자 아카이브를 보면 제작자의 간단한 이력과 경매 가격 정보를 알 수 있다. 그 사실을 기반으로 흥정이나 자체 감정을 하면 된다. 예를들어 라벨에 적혀있는 제작년도가 1880년인데, 제작자 아카이브에서 라벨상 제작자는 1880년 이전에 사망할 것으로 돼 있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가품이라는 것이다. 의외로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한 가품들도 눈에 띈다.

 

    행여 악기상에서 부른 가격과 해외 경매 낙찰가가 차이 난다고 해서 악기상을 도둑놈으로 몰아가지는 말자. 낙찰가는 낙찰가일 뿐이지 실제로 소매가는 낙찰가보다 적게는 40~50%, 평범하게는 100% 이상 가격이 오른다. 낙찰 수수료, 경매 국가 세금, 배송비, 배송보험료, 국내 통관 세금, 악기 수리비, 악기 보관비, 악기상 마진 등을 합친 가격이 소매가다. 물론 200~400% 마진을 붙이면 바가지겠지만.


    위탁매매점인 에프홀은 다른 연주자가 팔려고 한 악기를 위탁해 새로운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상점이다. 에프홀 상점이 받는 돈은 거래액의 15% 수수료다. 따라서 매출원가와 마진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롭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일 수도 있다.

 

    에프홀 홈페이지 가면 악기와 가격대별로 리스트가 있다. 악기 소리 샘플도 올려져있기 때문에 참고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악기 몇가지를 보고 방문해 직접 시연해보고 마음에 들었다면 악기상과 동일하게 빌려와서 고민할 수 있다.

 

    언뜻보면 에프홀이 가장 합리적인 상점인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에프홀에서 자체 감정한 악기 가격(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그 가격)도 다른 악기상에 비해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에프홀은 개인 악기 판매자가 최후로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격도 싸면서 좋은 악기가 나올 가능성은 비교적 낮을 수도 있다. 아울러 그런 악기가 나왔다고 해도 정말 금방 팔린다. 심지어 홈페이지에 리스트가 올라가기도 전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비합리적인 악기인 경우 시간이 지나 몇 년이 지나도 잘 팔라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에프홀에 오래 머무른 악기는 한 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악기는 에프홀에 오래 머물렀다고 해서 인기 없는 악기로 볼 순 없다.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수요층이 적어 그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 

 

    악기상이나 에프홀이나 주의해야할 것은 상점에서 시연하는 소리를 모두 믿지 말 것. 상점 내부는 다른 공간보다 더 잘 울리게끔 세팅이 돼있어 악기 소리보다 더 좋은 소리가 들린다. 따라서 섣불리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빌려와 복수의 평가와 함께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고가의 악기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 위치한 Christophe Landon 한국 지사다. 호텔 신라 측에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개인 거래


    악기상 이외에 개인 대 개인(P2P)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 간 거래는 서로의 니즈가 정확하게 맞을 시 중간 유통과정이 없기 때문에 파는사람도 사는사람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상점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악기가 가품이거나 구매하고 보니 컨디션이 엉망이거나 하는 등이다. 판매자에게 항의를 해도 ‘나 때는 괜찮았다’ 또는 ‘당신의 주관적인 생각 아니냐’고 나오면 법적 소송 이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또한 법적 소송도 악기의 가치를 공신력 있게 증명해줄 수 있는 곳이 국내에선 전무하기 때문에 입증이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악기점은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보통 개인 간 거래를 보면 (앞서 말한 교수나 선생의 악기를 사는 것도 P2P 거래다) 온라인 상으로 (주로 네이버 카페, 바이올린 친구되기) 만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가품을 진품처럼 팔거나, 정체 불명의 올드악기를 수천만원에 내놓고 ‘한명만 걸려라’라는 심보를 가진 사람도 간혹 보인다. 항상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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