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해외 국가를 방문해 사는 방법도 있다. 주로 유럽 국가가 선호되지만 의외로 가까운 일본에서 좋은 악기를 구할 수 있다. 앞서 말한대로 일본은 악기 시장이 크다. 해외 유명 제작자들도 앞다퉈 일본 시장에 납품하려 한다.
일본의 도쿄(예를들면 닛폰 바이올린 상점), 오사카 등 주요 대도시만 해도 이탈리아 등 유명한 제작자들이 제작한 악기를 판매한다. 다만 일본의 경우 모던이나 현대에 제작한 이탈리아와 동유럽 악기에 편중돼 있으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매자가 원하는 게 올드 악기라면 일본 방문은 좋은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 일본의 유명 악기상점에서도 올드 악기를 팔긴 하지만 명장이 만든 ‘좋은 족보’의 올드 악기인 경우가 많다.
아울러 일본 현지에서 악기 판매가는 국내보다 10~40% 가량 높은 편이다. 같은 악기더라도 일본이 조금 더 비싼 것이다. 정리하자면 살 수 있는 악기의 다양성은 탁월하나 가격 측면에서는 다소 비싼 감이 있는 곳이다.
서유럽 현지의 악기상 경우 일본 이상의 다양성과 합리적인 가격선을 충족시킬 지도 모른다. 다만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언어문제부터 해서 비행기삯, 체류 비용은 별도로 들어간다. 글을 쓰는 나도 영국 현지 악기상에서 쓸만한 활을 적정한 가격에 구해 매우 만족한 기억이 있다. 영국 활 제작자가 만든 F. Tourte 카피 활인데 가격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런 활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면 운송비와 세금, 유통마진, 판매마진 등을 모두 합쳐 가격이 두 배 이상 뛰는 것이다. 악기뿐만 아니라 모든 물건이 그렇다. 현지에서 직접 구매하는게 합리적이다.
■경매
경매의 장점은 악기를 소매점보다 월등히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해외 경매는 직접 경매가 열리는 국가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듣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사려고 하는 악기가 운나쁘게 입찰 경쟁이 붙는다면 당초 예상했던 가격보다 뛰게 된다는 점도 있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악기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매는 생각보다 매력적이고 재밌다.
경매는 국내보다 주로 해외 경매가 활성화 돼 있다. 해외 주요 경매장을 꼽자면 Christie, Sotheby, Brompton’s, Skinner, Tarisio, Amati가 있다. 이 중 온라인 경매가 잘 돼 있는 곳은 브롬톤과 타리시오다.
브롬톤과 타리시오의 기본적인 경매 과정은 같다. 따라서 브롬톤과 타리시오를 한꺼번에 묶어 설명하도록 하자. 이 경매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경매 일정을 알린다.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구조다.
경매가 열리면 출품된 악기 리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활 등을 카테고리별로 볼 수 있으며 출품된 악기별로 예상낙찰 가격과 입찰현황, 경매 마감일정 등을 볼 수 있다.
리스트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물품의 Lot 넘버를 메모하던가, 즐겨찾기(Bookmarks) 추가 형식으로 페이지를 저장할 수 있다.
입찰하려는 악기 페이지를 보면 악기 제작자 정보, 악기 라벨이나 크기 등 간단한 이력, 악기 상태 등을 알려준다. 악기 상태가 가장 좋으면 Excellent condition, 그 다음이 Good condition, 수리 이력이 있으면 간단한 수리 상태가 기재돼 있다. 아울러 보증서나 감정서가 있으면 포함된 사실과 서류 사진도 보는게 가능하다.
올드 악기의 경우 제작자 정보가 부실한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제작자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악기도 있다. 제작자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으면 ‘Interesting (국가명) Violin’이라고 표기를 하는 편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경매사이트가 악기의 진품 여부를 보증해주지 않는다. 진품과 가품의 판단 영역은 철저하게 구매자의 몫이다. 다만 경매사이트는 구매자를 위해 간략한 힌트를 준다.
위 사진을 보자. ‘An American Viola by Gregg Alf’라고 적혀있다. 해석하면 그렉 알프에 의해 제작된 미국 비올라라는 뜻으로 ‘by’는 99% 이상의 정품 가능성을 뜻한다. by라고 적혀있는 물품은 극히 낮은 확률을 제외하고는 진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by로 표시된 악기는 거진 감정서나 보증서가 존재한다.
‘by’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추정되는 표현으로 ‘attribute to’가 있다. 예를들어 ‘An Italian Violin attribute to Mario Gadda’라고 표기돼 있으면 ‘마리오 가다가 제작한 이탈리아 바이올린으로 상당히 보여진다’라고 보면 된다. 보통 이런 표현은 만듦새나 재료 등이 해당 제작자의 작품인게 확실하나 감정서나 보증서가 분실되는 등 없을 때 쓰이곤 한다.
‘attribute to’보다 낮은 표현은 ‘probably by’다. 대략 ‘여겨진다’라고 보면 된다. 느낌상 50~60% 확률이라고 생각한다. ‘A French Violin probably by Collin Mezin’이라고 적혀있으면 ‘콜린 메장이 만든 프랑스 바이올린으로 여겨진다’ 정도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상당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수준이다. ‘probably by’ 보다 더 가능성이 낮은 표현으론 ‘possibly by’가 있다.
이밖에 누가 봐도 가품인 경우에는 경매사이트 측에서 가품이라는 사실을 명시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물론 ‘attribute to’, ‘probably by’라고 표기된 악기의 예상 낙찰가는 진품으로 판명됐을 때의 예상가보다 훨씬 낮다. 리스크가 큰 만큼 예상 낙찰가도 낮은 셈이다. 만약 낮은 낙찰가로 이같은 악기를 낙찰받았는데 훗날 재감정한 결과 진품으로 판명되면 뜻밖의 ‘로또’가 터진 것이지만, 가품으로 판명 났을 땐 상장폐지 수준의 손실을 본다.
이밖에 ‘manner + 제작자’라는 표현은 훗날 그 제작자 모델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라는 뜻이고, ‘after + 제작자’ 역시 위와 비슷한 뜻이다. 아울러 ‘member of 제작자 family’ 표현은 그 제작자 가족이 만든 것(또는 추정되는 것), ‘workshop of 제작자’는 제작자의 공방 악기라는 뜻이다.
마음에 드는 악기가 있다면 홈페이지에 자신의 해외 승인 카드(마스터카드나 비자카드)를 등록하고 입찰을 하자. 생각없이 입찰을 했다가 낙찰돼서 입찰 취소를 한다면 입찰가의 10~15%를 경매장 측에 보상해야하기 때문에 입찰은 신중히 하도록 하자.
입찰하면 현재 최고가로 자동 입찰된다. 하지만 입찰가 시간이 흘러 경매 마감까지 이어졌다고 해서 모두 낙찰되는 것은 아니다. 예상 낙찰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입찰가로 경매를 마감할 경우 경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유찰(Not Reserve) 시킨다. 보통 입찰을 하자마자 낙찰가 범위안에 들어와 있는지 표시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다. 입찰한 가격이 적정 낙찰가 범위안에 들어왔다면 ‘Reserve met’이라고 표시된다.
다른 입찰자와의 경쟁을 무사히 뚫고 낙찰에 성공하면 등록된 자신의 메일 계정으로 경매사이트 측에서 연락을 올 것이다. 낙찰가와 경매수수료, 부가세 지불방법 안내다.
경매 초보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낙찰가만 지불하면 악기가 내 손에 들어온다는 생각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보통 낙찰가와 낙찰가의 50%를 더한 금액을 지불해야 악기가 온전히 내 손에 들어오는 구조다. 자세히 알아보자.
경매 수수료(Auction premium)는 물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20%로 책정된다. 다를 경우 악기 페이지마다 표시되니 확인할 수 있다. 일부 악기는 20%의 경매 수수료 이외에도 5~20%의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역시 출품 악기 페이지마다 표시되니 꼭 확인해야한다.
여기에 부가세(VAT) 10%를 더한 금액을 경매장 측에 지불하는 것이다. 가령 낙찰가가 10000파운드라면 경매 수수료(only) 2000파운드, VAT 1000파운드로 총 13000파운드를 지불하는 것이다(상황에 따라 수치가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
가격 확인이 끝났으면 경매장 측에게 액수를 확인했다는 말과 함께 결제링크(Payment Link)와 결제할 카드가 마스터 카드인지 비자카드인지(Card Type) 메일을 보내자. 메일을 확인한 경매장은 결제할 수 있는 홈페이지 링크를 메일로 전달할 것이다. 링크를 타고 가서 자신의 카드번호, 결제금액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도록 하자.
낙찰 악기 대금을 경매장 측에 지불하면 경매장 측에서는 낙찰가가 적힌 영수증(Invoice) 보내주고 이와 함께 배송을 책임질 대행업체 몇 군데를 추천한다. 절대 경매장이 배송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다. 브롬톤 경매의 경우 ‘Alban shipping’, ‘MailBox’를 주로 추천한다.
추천받은 배송 대행업체에 경매사이트 측으로부터 받은 Invoice를 보내 배송 견적을 받는다. 배송 업체마다 배송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알반과 메일박스 각각 보내 자신에게 맞는 배송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배송 중 파손되거나 분실될 가능성은 적지만 혹시 모르니 배송업체에게 보험을 꼭 포함(Including Assurance)해 달라고 요청하자.
배송 대행업체는 주로 DHL이나 Fedex를 통한 배송을 안내를 다시 할 것이다. 서비스 품질별로 가격이 다르지만 추후 세관 통과 문제나 배송서비스 차원에서 economy가 아닌 그 이상의 서비스를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배송비는 천차만별이나 악기 낙찰가의 10~20%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악기 낙찰가마다 배송 대행 비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 확인해야하는 부분이다. 또한 경매장처럼 결제 링크를 통해 배송비를 지불할 수 있는 업체도 있지만, 결제 링크 시스템이 없어 온라인 계좌 이체를 이용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계좌이체를 해야한다면 배송 대행 담당자에게 계좌번호 등을 요구하자. 그러면 계좌번호와 국가, 은행코드가 적힌 안내서를 보내주는데 은행 앱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해 보내면 된다(해외송금 방법은 따로 적지 않겠다. 검색하면 쉽게 나온다). 만약 계좌이체를 어려워한다면 배송 대행 담당자가 구매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다. 회화에 자신이 없는 이상 여기까지 오지 않도록 하자.
배송 대행업체에서 배송을 하고나면 메일로 송장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보내준다. 송장번호를 통해 화물의 위치를 추적 가능하다.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2주일이다. 경매가 이뤄지는 영국 등 국가는 한국처럼 ‘빨리빨리’ 문화가 아니다. 위 과정을 1~2주일에 걸쳐 ‘느긋하게’ 처리한다고 보면된다. 배송이 시작됐으면 이르면 5일, 늦어도 2주 이내로 악기가 한국에 도착할 것이다.
대부분의 악기는 과세 대상이다. 현행법상 600달러 이하의 악기의 경우 면세가 되지만, 경매로 낙찰받은 악기는 대부분 600달러 이상이기 때문에 필수 과세 대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행법상 악기의 세율은 부가세 10%, 관세 8%다. 경매사이트 측이 지불한 금액(경매수수료 포함한 금액)에 따라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서 절세 방법은 관세다. 해외 경매로 구매한 악기의 원산지가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라면 관세는 면제 가능하다. 해외에 주로 거래되는 악기 원산지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EU국가 이거나 미국 등 FTA 체결 국가가 많다. 영국은 EU에 탈퇴(브렉시트)했지만 역시 FTA는 유예된 만큼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선 반드시 ‘원산지 증명서’가 필요하다. 경매장 측에 미리 메일을 보내 원산지 증명서를 요청하다. 보통 Invoice에 원산지 증명 문구, 담당자 이름과 서명 등을 적어 다시 보내준다. 경매장에서도 흔한 일이기 때문에 금방 알아듣는다.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받는 방법은 블로그 등 온라인 상에 잘 정리돼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낙찰받은 악기가 국내에 도착하면 자신이 선택한 배송업체인 DHL이나 Fedex에서 메일과 폰으로 안내 메시지가 온다. 안내에 따라 정확하게 기재하고 미리 준비한 원산지 증명서를 배송업체에 제출하자. 그러면 배송업체는 알아서 세관에 관세를 면제받고 부가세만 지불하라는 청구서를 보내준다. 청구서를 받고 나서 관세청에 부가세를 납부하도록 하자. 요즘에는 은행 앱을 통해서도 세금을 쉽게 납부 가능하다.
세금까지 모두 납부했다면 하루 이틀 뒤 악기를 배송받게 된다. 다시 악기의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 후 믿을만한 공방을 찾아 점검과 세팅을 받으면 모든 경매 절차가 끝난다.
국내 경매장을 이용한다면 해외배송, 세금 납부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쉽게 말해 경매장 측에 낙찰가와 경매수수료 등만 지불하면 끝난다. 국내에 이뤄지는 주요 경매는 ‘케이옥션’이 있다. 게다가 경매장이 서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악기를 직접 시연하고 구매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해외 경매에 비해 출품된 악기의 수가 현저히 적고, 예상 낙찰가가 다소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