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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Oct 18. 2020

선생 소개로 악기 구하기

바이올린 이야기 #11


    ◆악기 구하는 방법     


Pietro Guarneri of Mantua, circa 1700


    국내에서 좋은 악기를 구하는 것은 다른 국가에 비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경우 클래식과 악기 시장이 매우 협소하다. 당장 이웃나라인 일본, 중국, 대만에 비해서도 크게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현악기 수요가 약하다. 따라서 공급도 제한되고 시장 자체가 작다. 반면 일본만해도 수요가 많아(일본은 생활 음악교육이 보편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 이상 악기 교육을 받는다) 악기 시장이 크다. 현존하는 이탈리아 제작자나 실력이 우수한 동유럽 제작자들도 일본이나 중국 판로를 어떻게든 뚫으려고 노력하는게 괜한 것이 아니다. 이들 제작자들은 경쟁이 치열한 이탈리아나, 소득 수준이 낮아 구매력이 약한 동유럽에서 벗어나 악기 시장도 크고 구매력이 강한 동아시아(한국 제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연주자들은 국내에서 악기를 구하게 된다. 접근성 때문이다. 악기를 직접 시연하지 않고 구입하는 건 큰 리스크를 떠안는 것이다. 들어가기 앞서 국내에 악기를 구하는데 반드시 주의할 점은 ‘왝더 독’(Wag The Dog) 현상이다. 국내 악기 시장이 작기 때문에 작은 소문이나 정보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하나의 정보, 한명의 조언보다 복수의 정보와 조언을 통한 교차검증이 필수라고 할 수 있겠다.          



    ■선생 소개

 

    연주자들이 악기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교수나 선생을 통해 악기를 구입하거나, 악기상을 방문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이나 학부모, 연주자 본인이 악기 소리에 대해 자신이 없는 와중에 구매력이 있으면(즉 돈이 많으면) 교수나 선생에 의지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아마추어보다 아무래도 전공자의 귀가 더 낫지 않겠나.

 

    하지만 알아둬야 할 것은 교수나 선생의 귀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추어보다 더 많은 소리를 접해 경험은 많아 상대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고를수 있어도, 그 악기가 적절한 가격인지는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젊은 전공자 중에 교수가 쓰던 또는 교수 소개로 수천만 원을 지불하고 악기를 샀는데 사정이 생겨 되팔 때 구매비용의 절반도 못 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기 소리가 나빠서가 아니다. 다만 그 악기의 가치가 수천만원이 아닐 뿐이다.

 

    전문 연주자들도 악기의 진품, 가품 여부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또한 만듦새가 잘 만들어진 악기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따라서 교수나 선생이 좋은 악기라고 추천을 해도 우선 악기의 소리가 내 마음에 드는지와 연주하기 편한지 확인한 뒤, 악기의 값어치에 대해 고민해보자. 악기를 만든 제작자가 소위 ‘족보 있는’ 유명인이거나 유명인의 제자면 문제 없다. 물론 보증서나 감정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작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올드 악기라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떨지 싶다. 그런 올드 악기는 좋은 의미에서나 좋지 않은 의미에서나 부르는게 값이다. 해외 주요 경매에서도 정체불명의 올드악기가 얼마에 팔려나가는지 알면 사기 싫어질 것이다. 100달러(세금과 배송비 포함하면 20만원)에 팔리는 것도 봤다.

 

    반대로 가격 적으로 괜찮은 악기를 빌려와 교수와 선생에게 소리를 평가받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들의 좋은 소리 경험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주의해야할 점은 교수나 선생이 ‘사심’이 있는지 여부를 꼭 확인할 것. 사심이 없는 깨끗한 선생들은 객관적으로 악기 소리에 대해 평가를 해줄 것이고, 사심있는 일부 선생들은 설령 좋은 악기더라도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알고 있는 악기를 추천할 것이다. 이런 경우 악성 재고인 자신의 악기를 처분하고 싶거나, 악기 파는 사람 소개비로 ‘리베이트’를 받는 교수나 선생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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