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야 Oct 08. 2020

현대 바이올린

바이올린 이야기 #9

■컨템포러리(현대)


이주호(tschu ho Lee) 비올라


    사실 새악기라는 것 빼곤 모던이나 올드에 비해 장점이 없긴하다. 현대 제작악기 소리는 모던이나 올드에 비해 특유의 먹먹함이 있거나 길들이지 않은 거친 소리가 남아있다. 앞서 말했듯 나무 숙성이 덜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 악기 제작자가 명장으로 인정받아 미래의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될지는 너무나 불확실하다. 하다못해 시간이 지나 재테크 관점에서나 리셀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지도 미지수다. 어찌보면 모던 악기보다도 ‘명장’으로 인정받으려면 첩첩산중인 셈이다. 물론 Guicciardi 처럼 어느정도 명장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지만, 이 사람은 사실상 모던 악기족에 더 가까운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템포러리 악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래 사용할 목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악기를 길들이는 재미에 빠졌거나, 미래에 가치가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모던 악기보다 낮은 가격에 미리 구입하는 투자관점이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컨템포러리 악기는 막 상장한 회사의 증권이다. 초반에 주식을 상대적으로 ‘저점매수’를 할 수 있는 이 회사가 향후 크게 성장한다면 주가가 오른다. 현악기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과거보다 오늘날 제작된 악기의 목재는 더 좋은 편이다. 인간은 기술력을 동원해 과거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곳도 들어가 나무를 베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전공생이나 경제력이 풍부한 취미생이라면 유명 제작자의 현대 악기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유명한 현대악기로는 이탈리아도 유명하지만 미국 시카고나 뉴욕학파도 좋은 선택이다.


    국내 제작자를 선택하는 것은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개인적으로 국내 제작자 실력이 오늘날 이탈리아 크레모나 제작자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을수도 있다고 본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한국인 제작자들의 평은 극명하게 갈린다. 매우 우수하거나, 매우 형편없거나.


    하지만 국내 제작자 현대 악기를 사는 것은 왜 큰 리스크를 동반할까? 바로 투자 관점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작자는 대부분 ‘국내리그’다. 국내에서 유명하고 리셀 역시 가능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실제로 글로벌 현악기 시장에서 국내 제작자가 거론되는 경우는 이주호 씨 밖에 보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글을 쓰는 나도 국내 제작자가 만든 악기를 여럿 테스트 해봤는데 만듦새나 소리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같은 국내 제작자 악기는 해외 Triennale나 VSA 등에서 각종 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했다. 물론 수상을 받은 국내에서 유명한 제작자 악기는 2000만원 전후 할만큼 저렴하진 않지만 같은 가격대 이탈리아 악기보다 더 나은 경우도 많았다.


박지환, 제 13회 비에냐프스키 제작 대회 1등 수상작


    국내 제작악기를 구입한다면 꼭 염두해야할 것이 재테크 관점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것. 거기에 더해서 평생 쓰기로 마음먹고 국내 제작자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면 선택하는게 좋을 듯 싶다.


    취미생의 경우 200만~500만원대의 국내 제작자 악기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나쁘지 않는 선택이나 중국 제작자가 같은 가격으로 더 나은 성능의 악기를 만드는 경우가 허다해 도전을 받는 실정이다. 그래도 200만~500만원대의 국내 제작자 악기를 구해야겠다면 완성도와 소리를 반드시 고려하자. 의외로 악기 제작 경력 몇 년 되지 않은 제작자라고 보기도 어려운 무명 제작자가 수 백만원에 악기를 파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하다. 제대로 만들어진 악기는 디테일에 있다. 바니쉬나 퍼플링, 스크롤 상태가 엉성하고 조잡할수록 제대로 배우지 못한 제작자가 많다. 반면에 나름 훌륭한 제작자의 악기를 사진으로라도 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하나 더 첨언하면 악기 주문이 밀려서 적게는 몇 달, 길게는 연 단위로 대기해야한다면 어느정도 믿을 수 있는 제작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인정을 받아 많은 주문을 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만든 (조잡한) 악기를 쌓아두고 팔거나, 바로 제작이 가능한 제작자일수록 의심을 할 필요가 있다. 숙달된 제작자가 주문이 끊이질 한 해 만드는 악기의 수는 2~6대다. 이런 제작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악기를 만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더 나은 악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즉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 악기를 만드는 제작자는 평생 몇 대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제작을 포기하고 악기 수리에 빠지는 제작자도 있다. 이 점을 잘 살펴보자.


오동현(DongHyun Oh) 바이올린


이전 09화 모던 바이올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