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습관을 갖기는 어렵지만 버리기는 쉽다
불평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
슬픈 현실인가?
어느 날 남편이 회사에 찾아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회사 건너편에서 밥을 먹었는데 나오면서 남편이 회사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뭐하는 거냐 했더니 회사에서 고용을 해주고 그 덕분에 자기가 맛있는(진짜 맛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맛있다고는 했으니..)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서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난처럼 한 행동이지만 남편이 내가 일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회사에 감사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웃기면서도 보기가 좋았고, 회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까지 새삼 생겨났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정작 그 자리에서는 고맙다는 말이 아닌 “뭐하는 거야, 고작 밥 한번 먹은 걸 가지고 왜 회사에 인사까지 해?”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웃으면서 뭐하는 거냐 했으니 내 마음을 남편도 눈치챘겠지? (아닐 수도..)
몇 년 전 미국법인에서 한동안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땡큐, 쏘리를 연발하는 미국인들을 보며 나도 따라하려 했고, 형식적이라 생각했던 짧은 감사가 누적되면서 마음속에 진짜 감사함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다. 마치 심장(감정)을 갖고 싶어서 오즈의 마법사를 찾는 여행에 동참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이 이미 따뜻한 마음과 감정을 얻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처럼 말이다.
사실 평소에 회사에 대한 감사함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괴로워하는 심정을 경험 못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회사뿐만 아니라 감사를 할만한 대상들이 곳곳에 있다는 사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인지조차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불평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인 채로 살고 있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일이 힘들어 감사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 핑계를 대보고 싶지만, 일하는 중에 커피도 마시고, 짧은 수다도 떨고, 카톡도 할 수 있으니 내 업무가 그런 변명이 통할 만큼 팍팍하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에 있는 동안 나름 땡큐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예전 상태로 돌아왔다. 감사의 습관을 갖는 것은 어려웠으나 그 습관을 버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감사의 습관을 가져보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언제쯤이나 감사에 익숙해질지...감사는 고사하고 불평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 슬프지만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회사를 향해 인사"를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JUS0AAy7ZBI?si=LdgWM9flVzYoqG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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