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도 채 안 되는 오피스텔 한 칸의 삶에 매몰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눈 뜨면 그 귀퉁이가 어디든지 모든 구석구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눈앞에 보이는 이 한 장의 그림이 전부인 이 공간이 덜컥 가슴을 짓누르는 날들. 그럴 때는 어느 누구와의 만남도 차단한 채 그 귀퉁이에 눌러앉아 꾸역꾸역 시간을 까먹을 뿐이다.
사실 독립한 미혼의 직장인의 삶들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본가에서 나와 월급이 허락하는 수준의 예산으로 꾸리는 10평 남짓의 삶에 얼마나 다양한 그림이 허락될까. 독립하고 처음에야 '오늘의 집' 어플을 뒤져가며 인테리어를 해본다고 이것저것 사모아 보지만 그마저도 초심자의 열정일 뿐, 평일 출퇴근만 했을 뿐인데 도대체가 나 없을 때 누가 왔다 가나 싶을 정도로 쌓이는 먼지와 머리카락을 보자니 인테리어니 뭐니는 하등 포기하고 반강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나 혼자 사는' 우리들의 고군분투는 이러한 살아남기의 권태로움을 얼마나 잘 견디는지,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을 얼마나 잘 유지하는지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잘먹고 잘살까!!??
생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야 여럿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심심해서였다. 부산에서의 생활에 꽤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지만 퇴근하고의 적적함을 이겨낼 수 있을 생존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맛있고 기름진 안주 한 상 맛깔나게 차려내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술 한잔 기울여도 종국에 남는 건 조금 더 푸근해진 뱃살과 왜 먹었을까 하는 후회뿐이었으니깐.그래서 원래 배우던 테니스 레슨에 헬스까지 더해 운동을 빡세게 돌렸다. 테니스를 이제 거의 2년 가까이 배우고 있지만 아직도 게임이 불가할 정도로 운동에는 잼병이지만 유일한 장점이 추진력이라 그냥 아묻따 주 6회 운동을 시작했다.그렇게 매일 10시경 쓰러지듯 잠에 들고 근육통으로 하루를 깨우며 3주를 보내니 안색이 좋아진 건강한 버전의 내가 있었다.
아니 잠깐만, 내가 원한 건 그래도 건강하게 '살이 빠진' 내 모습인데..? 이게 아니지 싶어서 결국 끝끝내 하기 싫었던 식단까지 병행하게 되었다.
식단 정말 하기싫었다ㅠㅠ
과거 수많은 다이어트 끝에 얻은 건 닭가슴살에 대한 증오뿐. 죽어도 먹기 싫은 닭가슴살, 냄새나고 싫은 닭가슴살, 그냥 너무 싫은 그 단어 닭가슴살. 그래서 샐러드전문점에서 맛있게 조리된 샐러드를 몇 번 구매해서 먹었는데, 이러다 기둥뿌리 뽑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매일 아침 간편하게 챙겨 먹을 소위 '다이어트 빵'도 잔뜩 사서 냉장고를 채웠는데 문득 예전에 지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 다이어트하면서 왜 뭘 사는지 모르겠어요
다이어트를 할 거면 덜어내야 되는데 다이어트한다고 다이어트가 붙은 더 비싼 식품들을 사고 있는 나 자신과 sns의 전 세계 수많은 다이어트 동지들을 보고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새로운 접근법을 세웠다. 클린 하게 정성스레 먹기. 말 그대로 원재료가 확인이 될 수 있는 음식을 먹고, 무엇보다 혼자 먹는 밥이라고 대충 아무거나 때우지 말고 정성껏 준비해 먹어보자!
아침마다 작은 반찬통에 챙겨가는 그릭요거트에 곁들여먹을 그래놀라를 직접 만들었다. 오트밀에 좋아하는 견과류, 당을 대체할 알룰로스와 올리브오일을 섞어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만든 그래놀라를 아침마다 챙기고 떨어지거든 주말마다 취향껏 재료를 가감해 다시 만들어둔다. 점심은 일반식을 피할 수 없지만 양을 조절해서 먹고, 저녁은 도시락통에 샐러드를 챙겨간다. 대용량 야채믹스를 사서 상하기 전에 다 먹는다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밤마다 샐러드를 챙긴다. 어쩔 땐 꾹 참고 닭가슴살을, 귀찮은 날에는 기름 뺀 참치캔에 오이를 썰어 올리고, 때로는 크래미로 변화를 준다. 직접 만든 드레싱까지 곁들이면 맛이 꽤 괜찮은 한 끼 식사가 된다.
열심히 구워서 한김식혀 통에 담아둔 다음에
부지런히 아침마다 먹는 그래놀라
야채믹스 처치하기 대작전
그렇게 매일 도시락을 싸서 건강하게 챙겨 먹고 땀도 잘 안나는 체질인데 최소 주 5회 이상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니 공복 기준 3킬로가 빠졌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역시 적당한 운동과 엄격한 식단관리만이 다이어트의 정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대신 과한 다이어트라는 생각보다는 건강하고 정성스레 나를 돌본다는 생각으로 잘 먹고 잘살기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내 인생 언제 이렇게 내 몸뚱이만 생각하고 가꾸며 살아보겠나 싶은 생각도 들어 부산에서 생활하는 이 시간 동안 열심히 건강하게 지내야겠다고 다짐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