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lue 02화

명랑한 강아지

by 동글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엄마는 자주 학창 시절을 이야기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꺼내지 않는다. 예전에 엄마가 보여줬던 20대 시절에 입었던 옷들은 이제는 없다. 엄마는 가끔씩 내가 애기 일 때 입었던 옷들을 보여줬는데, 보면서 내가 이걸 입었다고 신기해했다. 아마 그 옷들도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겠지. 엄마가 미싱학원에서 만든 방석도 사라졌고, 동화책도 없어졌고, 그 많던 장난감도 전부 없어졌다.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이제 30이 된 시간만큼 엄마의 젊은 시절도 멀어졌다.


어릴 때는 나이를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모습이 궁금했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학원이 끝나면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놀이터에 모여 친구들이랑 놀았다. 엄마랑 작은 엄마가 우리 6명을 놀이방에 데리고 가면, 신나게 처음 보는 친구들이랑 미끄럼틀과 공놀이를 했다. 놀다 보면 쇼핑을 마친 엄마와 작은엄마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에버랜드를 자주 가던 시절도 있었다. 연간 회원권 금액 본전만큼 자주 갔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고 티브이에 나오는 모든 아이돌 이름을 기억하던 시절도 있었다. 겨자 색 교복을 입으며 팝송을 듣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고, 빵집에서 빵을 사고, 수업 시간만 되면 잠이 쏟아지던 그 순간도 지나갔다. 대학교도 졸업하고 결혼하는 친구들도 한 두 명씩 생기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있던 순간들이 너무 조용히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나이 먹은 강아지 '땡추리'는 거실 창가에 엎드린 채로 햇빛을 즐겼고, 어느 날은 힘이 없다가 다시 힘이 나기를 반복했다. 오랜만에 외갓집에 놀라갔을 때, 땡추리는 토하며 아파하고 있었고 병원에 데리러 가야 한다고 삼촌에게 뭐라 하며 같이 동네 동물병원에 갔다. 수의사 쌤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땡추리는 나이가 19살인 늙은 개였고,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가끔은 그날 내가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아니면 다른 병원을 더 가봤으면 조금 더 있다가 자연스럽게 떠났을까? 아니면 그 수술이 정말 최선이었을까? 시간을 의식하기 시작한 이후로 아쉬움이 커졌다.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며 상상했던 아이는 어느새 시간을 무서워하는 어른이 되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1화빈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