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메고, 울분이 쌓여가고, 손끝에 흘러가는 물방울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자국을 만들었다. 푸른 자국은 바다가 되고 심해가 되어 어딘가로 끊임없이 바닥으로 끌고 가 다시 올라가지 못하게 그물이 되고 갈고리가 되어 배를 정착시켰다.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던 배는 녹슬고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했다.
언젠간 저 멀리 떠날 거라고 꿈과 희망을 가득 실었던 아이는 이미 어른이 되어 선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아무도 남지 않은 빈 배 안에는 작은 다이어리 하나만 뒹굴고 있었고, 소금물에 갈라진 바닥은 기괴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모든 게 비어져 있고 허공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그저 눅눅한 짠 냄새만 남았다. 소금기 가득한 돛에는 작은 낙서들이 곳곳에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빈 병에 담은 소원은 뭐였을까?'
'그 소녀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달빛에 따라 빈 배 안에는 흐릿한 선이 그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우울한 소리를 불렀다. 거미줄도 먼지도 그 어떤 것도 없이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공간, 여기는 어디일까? 시간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것들이 배를 고장 나게 만들었다. 주인이 버린 배에 무언가 있을 수 있을까, 왜 버림받았을까, 소녀는 정말 어디로 갔을까. 저 멀리 들리는 명랑한 강아지의 발자국 소리가 곧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또다시 기대를 걸어보는 오래된 배는 조용히 누군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