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blue 03화

강아지

by 동글이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겨울을 닮은 강아지, 동글동글 검은색 눈과 촉촉한 코 그리고 얌전히 삼촌 품에 앉아 있던 모습. 누가 올 때 반가워서 짖고 평소에는 차분했던 행동들, 가족들이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 항상 옆에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앞발을 흔들며 묘기를 부렸던 똑똑한 강아지. 햇빛 드는 창가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베란다 문 열어달라고 창문을 긁다가, 열어 놓으면 딴짓하는 모습, 동생이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체념하듯 놀아주다가 도망가는 모습, 소파에도 공기 중에도 날아다니던 흰색과 검은색 털들, 털 날린다고 투덜대던 우리들, 전국노래자랑이 나오는 티브이, 장가가라고 한마디씩 하는 엄마와 할머니, 그걸 듣고 있는 삼촌들, 간짜장이 맛있는 중국집, 절에 간 엄마와 할머니, 신문지 깔고 먹었던 짜장면과 짬뽕, 이제는 사라진 중국집이 되었다. 여전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문뜩 지나가 버린 장면과 순간들이 듬성듬성 떠올랐다. 지금이 지나가기 전에 소파에 누워 남겨놓는 밤과 기록들이 파편처럼 통통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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